[TF4·13 총선현장] 광주 유권자들 "文, 늦었어" vs "安, 야권 분열"
입력: 2016.04.13 16:15 / 수정: 2016.04.13 16:15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인 13일 오후 광주 서구 상무2동 제3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광주=문병희 기자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인 13일 오후 광주 서구 상무2동 제3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광주=문병희 기자

[더팩트ㅣ광주=신진환 기자] "문재인한테 마음이 돌아섰는데…너무 늦어버렸어." (50대 유모 씨)

"안철수는 정치인보다 기업인이 더 잘 어울려." (20대 문모 씨)

'호남의 심장'으로 불리는 광주에서 야권 분열을 바라보는 시선이 세대별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20·30의 젊은층은 더불어민주당에,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국민의당에 힘을 실었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인 13일 오후 광주 서구 상무2동 제3투표소. 이곳은 이번 총선에서 '고졸신화'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치 거물' 천정배 국민의당 후보가 맞붙는 광주의 최대 관심 지역이다.

이날 오전에 오던 비가 그친 뒤 투표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족 단위의 단체나 친구, 개인별로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장마 때와 비슷한 습한 날씨에도 이들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투표를 마친 시민들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다했다는 사명감인 듯했다. 일부 시민은 "누구 찍었냐?"라며 짓궂게 물어보는 모습도 보였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인 13일 광주 서구 상무2동 제3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들어서고 있다./광주=문병희 기자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인 13일 광주 서구 상무2동 제3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들어서고 있다./광주=문병희 기자

이날 취재진이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젊은층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했다.

대학생 정모(22·여) 씨는 "더민주는 예로부터 호남을 대변하는 정당의 뿌리"라며 "정부·여당은 낙수효과를 주창하고 있지만, 더민주는 대기업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비판하고 결사적으로 저지하려 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임모(28) 씨는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더민주와 양향자 후보에게 마음이 끌렸다"며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예상하는 분석이 많은데, 거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강한 야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힘을 보탰다"고 밝혔다.

일부 젊은 세대는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야권 분열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안 대표에게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학생 홍모(25·여) 씨는 "안 대표는 '새 정치'를 하겠다고 새로운 당을 창당했는데, 지금까지 하는 것이 과연 새 정치인가 묻고싶다"며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국민을 호도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스러웠다"고 비판했다. 또 직장인 김모(35) 씨는 "더민주를 탈당해 세력을 모은 국민의당이 '호남 정당'이라고 주장하는 자체가 난센스다. 총선 승리가 목표인 더민주는 끝까지 단일화를 시도하지 않았나. 결국 국민의당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분당한 것"이라며 "기업인 안철수는 훌륭하고 성공한 CEO(최고경영자)로 보였지만, 정치인 안철수는 남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인 13일 오후 광주 서구 상수2동 제3투표소가 차려진 상무중학교 앞 거리에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천정배 국민의당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광주=문병희 기자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인 13일 오후 광주 서구 상수2동 제3투표소가 차려진 상무중학교 앞 거리에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천정배 국민의당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광주=문병희 기자

반면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생각은 젊은층과 확연히 달랐다.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뚜렷했다. 호남에 이는 '녹색 바람'의 실체인 듯 보였다.

쌍문동에 거주하는 김모(60대) 씨는 "과거 때부터 더민주에게 속은 게 몇 번이냐. 광주를 비롯해 전북과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발전이 더딘 지역"이라며 "호남의 기를 살려줄 수 있는 새로운 야당(국민의당)을 찍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조모(58) 씨는 "국민의당은 호남에 대한 애정이 진심으로 보인다. 안 대표도 훌륭하게 당을 키워내지 않았느냐"면서 "저뿐만이 아니라, 손님들을 태우면서 대화해보면 더민주에 대한 호남 민심이 싸늘하다"고 전했다.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민심에는 반(反) 문재인 정서의 영향이 베어 있었다.

주부 이모(51·여) 씨는 "더민주는 그동안 호남을 무시하고 홀대해놓고, 선거 때가 돼서야 내려와 표를 달라고 사과하는 게 더욱 괘씸했다"고 문 전 대표의 호남행을 비판하면서 "차라리 안 대표는 깨끗한 이미지라도 있지 않은가.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다 똑같은 정당이기에 새 출발하는 국민의당이 잘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지난 8~9일, 11~12일 호남을 순회하며 '반문 정서'를 다독인 바 있다.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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