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은평갑] '꿇고·굶고' 최홍재 vs '야권단일화' 박주민
입력: 2016.04.12 05:00 / 수정: 2016.04.11 22:48
서울 은평갑에 출마한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가 11일 오후 3시 40분께 신사동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무릎을 꿇은 채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은평갑=이철영 기자
서울 은평갑에 출마한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가 11일 오후 3시 40분께 신사동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무릎을 꿇은 채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은평갑=이철영 기자

[더팩트 | 은평갑=서민지 기자] 4·13 20대 총선거를 이틀 앞둔 11일 서울에서 첫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은평갑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후보들은 유세 막판 표심을 다지기 위해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가 하면 야권은 단일화를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를 강조하며 조국 서울대 교수, 홍종학 의원, 김신호 국민의당 후보 등과 '합동 유세'에 나섰다. 이에 맞서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는 무릎을 꿇은 채 '48시간 금식 유세'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3시 40분께 은평구 신사동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최 후보는 유세 차량에서 무릎을 꿇고 "신사동 주민 여러분 정말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제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부디 부탁합니다. 정말 저 자신 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하얀색 바지에 빨간 점퍼를 입은 최 후보는 연신 "제게 기회를 달라"고 고개를 숙였다.

최 후보의 선거캠프도 긴박하게 돌아가는 듯했다. 전통적으로 야당 강세지역인 은평갑에서 야당 표가 분산됐을 때만 해도 우위를 점했지만, 전날(10일) 최종적으로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판세가 급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선거 캠프 관계자는 "'단일화'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많이 힘든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캠프 측은 '특단의 조치'로 '48시간 무릎 유세'를 하기로 했다.

최 후보는 이날 오전부터 무릎을 꿇은 채 48시간 금식 유세에 돌입했다./은평갑=서민지 기자
최 후보는 이날 오전부터 무릎을 꿇은 채 48시간 금식 유세에 돌입했다./은평갑=서민지 기자

최 후보는 '야권 단일화 반발'과 새누리당 '공천 파동'에 대한 사과 의미로 공식선거 운동이 끝나는 다음 날(12일) 자정까지 무릎을 꿇고 '금식 유세'를 이어간다. 화장실을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잠도 자지 않고 '무박'으로 유세 차량에서 새누리당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최 후보는 취재진에게 "여당이 '공천 파동'에서 보여준 참담한 상황에 대해 국민께 조금이나마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은평을 바꿔보고 싶고, 제 손을 잡아달라는 간절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선 "단일화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고 야합이라는 표현이 맞다. 무슨 명분이 있나. 지금까지 안철수 대표가 했던 수많은 이야기와도 정반대고, 이미 투표용지에 후보 이름까지 다 써놨는데 국민을 우롱해도 유분수지 이런 황당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혼란을 초래하는 명분 없는 승리만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후보 측 관계자도 "사전투표 기간 은평갑 유권자의 약 11%가 소중한 시간을 내어 투표권을 행사했다. 사전투표가 완료된 상태에서 야권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행태"라면서 "당선을 위해서는 국민을 우롱하고 무시해도 된다는 구태정치를 답습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민(왼쪽) 더민주 후보가 11일 오후 7시 30분께 은평구 응암역에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김신호 국민의당 후보와 합동유세를 하고 있다./박주민 페이스북
박주민(왼쪽) 더민주 후보가 11일 오후 7시 30분께 은평구 응암역에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김신호 국민의당 후보와 합동유세를 하고 있다./박주민 페이스북

박 후보도 이날 쉴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박 후보는 선거를 24일 앞둔 지난달 20일 공천 확정돼 지역 기반이 약한 편이다. 이 때문에 당 차원의 각종 지원이 끊이질 않았다. 우선 은평갑에서 내리 5선 한 이미경 의원의 전격 지원사격 속에 캠프가 운영되고 있다. 이 의원은 박 후보에게 사무실부터 보좌진까지 모두 내줬다.

박 후보는 또 이날 오후 1시 선거사무소에서 박 후보의 후원회장으로 활동 중인 조국 서울대 교수를 초청해 '주민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조 교수는 "대원외고에 서울대 법대를 나온 상당수는 자기 잘난 맛에 살고 큰 로펌에 가서 돈 버는데 관심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박 후보는 애초부터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대학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우리 사회에 어렵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왔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그대로 여기 은평갑에 퍼부을 수 있으면 좋겠다. 어려운 사람, 약한 사람, 서민층과 중산층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고민 많이 한 사람이다. 또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박 후보가 당선되면 박 시장이 은평갑 발전을 위해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주민토크콘서트에서 박 후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박주민 선거사무소=서민지 기자
조국 서울대 교수가 '주민토크콘서트'에서 박 후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박주민 선거사무소=서민지 기자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저는 선관위 해석상 야권 단일 후보 명칭을 쓸 수 있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어렵고 힘든 분들을 많이 도와드리려고 했고, 정치가 잘 돼 있으면 사람들을 덜 힘들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출마하게 됐다"면서 "제가 항상 발로 현장에서 뛰어왔기 때문에 정치를 하더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 제 마음 변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할 테니 예쁘게 봐달라"며 본인이 '민생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는 점을 알리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후보는 이후에도 '경로당 투어 유세'에 이어 오후 2시 홍종학 더민주 의원과 오후 7시 30분 단일화에 합의한 김신호 국민의당 후보와 '합동 유세'에 나섰다.

하지만 박 후보의 전면 유세에도 '야권단일화'를 모르는 은평갑 주민들이 많았다. 김신호 국민의당 후보의 현수막은 이날 오후에도 수색사거리, 응암로 등 은평갑 곳곳에 걸렸다.

택시기사 김 모(49) 씨는 '야권단일화 소식을 알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갑자기 온 박 후보가 잘할 수 있을지 고민되지만, 오랫동안 이미경 의원을 지지했었기 때문에 2번을 찍겠다. 여긴 원래 야당 텃밭"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수색역 인근 한 대형 마트 앞에서 만난 이 모(61) 씨도 "단일화 됐는지 몰랐다. 난 이미 사전투표를 마친 상황"이라면서 "3번을 뽑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도리어 물었다.

'야당 후보 간 단일화'에 합의한 김신호 후보에게 '사전투표에서 3번을 뽑은 지지자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단일화 과정이 늦어진 건 사실이지만 상황 때문에 그런 것은 어쩔 수 없었다"면서 '사과할 의향'에 대해선 "차후에 판단해 보겠다"고 답했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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