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을에 출사표를 던진 김성동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6시 30분께 합정역 사거리에서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마포을=서민지 기자 |
[더팩트 | 마포을=서민지 기자] 한 명의 여당 후보와 다섯 명의 야당 후보가 대결을 펼치고 있는 서울 마포 합정역 사거리에서 빨간옷을 입은 한 남자가 열변을 토한다.
"기호1번 김성동 다짐합니다. 저는 일 만드는 국회의원 되지 않겠습니다. 정말 제대로 일 하는 국회의원 되겠습니다. 저는 힘없고 고독한 분들, 상처받은 분들 그분들을 보듬고 눈물을 닦아드리는 것을 소망하면서 정치할 것입니다. 저는 정 모 의원 눈물 닦아주러 마포왔다는 사람과 다릅니다!"
점점 커지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일여(一與)'의 주인공 김성동(61) 새누리당 후보다. 김 후보는 지난 4일 오후 6시 30분 합정역 7번출구 퇴근길 유세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저격했다. 지난달 18일 더민주 전략공천을 받은 손혜원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정청래 의원의 눈물을 닦아주려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한 점을 꼬집어 본인과 차이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더팩트>와 만나 "저는 마포구민으로부터 선택된 후보다. 손 후보는 '정 아무개 의원이 선택한 후보'라고 말하지 않았나.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경선에서 황인자 비례대표 의원, 최진녕 변호사, 이채관 정책위원을 제치고 공천됐다.
서울 마포을은 '일여다야' 구도로 4·13총선을 치른다. 망원역 인근에 붙어있는 후보자 소개 벽보./마포을=서민지 기자 |
김 후보는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에서 고전하고 있는 손 후보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사격에 나선 정 의원을 비판했다.
정 의원이 '막말파동'으로 컷오프된 점을 언급하며 "마포구민 여러분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국민을 우습게보고 함부로 말하고 오죽하면 자기가 속한 정당에서 컷오프, 근신하라는 자신을 살피고 반성하라는 처분을 당했다. 그런데 자숙은 고사하고 이제 대리인을 내세워 국민을 속이려는 사람, 그런 정당, 정치세력에게 준엄한 심판을 마포구민 여러분께서 내려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현재 손 후보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다. 4일 조선일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29.9%)는 손 후보(22.9%)가 7%P차로 1,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로 김철 국민의당 후보(10.3%), 정명수 무소속 후보(6.8%), 배준호 정의당 후보(3.9%), 하윤정 노동당 후보(2.2%) 등이 있다.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는 김 후보 측은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는 각오를 내놨다. 사실상 야당 강세지역인 마포을에서 야권 후보들이 표를 나눠가지는 '일여다야' 구도가 김 후보에겐 호재로 작용한 건 사실이지만, 투표용지 인쇄 시작 이후에도 '야권연대'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 측은 '야권연대'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성사된다면 '혹시나였는데 역시나'가 되는 것이고, 상당히 유감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마포을=서민지 기자 |
김 후보 측은 "야권연대가 성사된다면 '혹시나였는데 역시나'가 되는 것이고, 상당히 유감스러울 것"이라면서 "정치인들이 국민을 속여선 안 된다. 야권이 재편한다고 분당하고 들어갔다, 나갔다 얼마나 정치권을 혼란스럽게 했느냐"고 지적했다.
또한 "정기 국회는 예산 국회인데, 야권의 이합집산 때문에 상당히 지장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이렇게 선거 앞두고 몇 일 앞두고 다시 연대니 뭐니 한다고 하면 이것은 그동안 야권에서의 재편 논의가 결국에는 선거의 유불리를 따져서 이뤄졌던 일종의 정략에 불과했다는 뜻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하지만 '야권연대'와 관련해 강한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사실 저희가 통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면서 "그냥 저희들의 역량을 잘 갖추고 더욱 노력해서 어떤 상황 속에서도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행복한 대한민국 춤추는 마포만드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생각한다"면서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국회가 바뀌어야 한다. 정치를 바꾸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국회의원을 바꾸면 마포가 바뀐다. 나라의 주인되시는 국민여러분의 뜻을 제대로 받들어서 원하는대로 틀림없이 일을 해내는 충직한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후보가 지난 2014년 정의화 국회의장 비서실장직을 맡던 당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 참석하는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
특히 마포을 지역과 관련해선 "우리 마포을은 '옛 것과 현재의 것'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라면서 "마포의 발전이 바로 '일자리가 민생경제와 직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 지역 일자리 할당제를 통해서 마포구민 여러분께 일자리를 제공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보고된 상암동 지역을 아시아의 실리콘 벨리로 만들겠다는 그런 약속이 마포주민의 민생과 직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다.
또한 마포가 '문화·예술'의 중심지라는 점을 감안해 "인근 '홍대문화' 상권을 반드시 지켜내겠다. 홍대문화의 주역이였던 예술인들이 창작활동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보호하겠다. 관광객들이 스쳐가는 그런 홍대가 아니라, 이곳에서 머물며 즐기며 그런 여건이 있는 홍대를 만들겠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정의화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서 19대 국회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경력을 살려 "막말과 싸움질로 날 새우는 국회,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족쇄에 묵혀서 국가 위기 앞에서도 한걸음 떼기 조차 힘든 19대 국회같은 그런 국회가 20대도 계속된다면 우리나라 국회 매우 참담해질 것이다.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정치를 바꾸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국회의원을 바꾸면 마포가 바뀐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아들로 서울 휘문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뒤 숭실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 관악을 지구당위원장, 당 부대변인, 여의도연구소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지난 18대 총선 당시 한세대 미디어 영상학보 교수에서 한나라당(現 새누리당) 비례대표 24번을 받아 2010년 7월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