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4·13 민심탐방-전주병] "때 덜탄 김성주" vs "대권주자 키워야"
입력: 2016.04.04 11:28 / 수정: 2016.04.04 11:28
오는 4·13 총선에서 전북의 최대 격전지인 전주 덕진(전주병) 민심이 주목된다. 전주병은 재선에 도전하는 김성주(52·오른쪽 아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계 재진출을 노리는 3선 거물 정동영(62) 국민의당 후보 간의 빅매치가 치러지는 곳이다./전주=배정한 기자
오는 4·13 총선에서 전북의 최대 격전지인 전주 덕진(전주병) 민심이 주목된다. 전주병은 재선에 도전하는 김성주(52·오른쪽 아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계 재진출을 노리는 3선 '거물' 정동영(62) 국민의당 후보 간의 '빅매치'가 치러지는 곳이다./전주=배정한 기자

4·13 20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총선 승리를 위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여야는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를 공천한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은 곳도 상당하다. 공천 잡음으로 인한 여vs여 대결과 야vs야 대결구도 지역도 상당수 생겨났다. 또, 상징적으로 지켜야할 곳과 탈환해야 할 지역, 그리고 이른바 '키즈(Kids)'들의 사활을 건 대결도 눈에 띈다. <더팩트>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관심지역으로 볼 수 있는 '대구' '부산 사상' '순천' '광주 서을' '전주시 병' '세종시' 등의 민심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전주=이철영·신진환 기자] 오는 4·13 총선에서 전북 최대 격전지 전주 덕진(전주병)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야권이 초강세를 보이는 전주병은 재선에 도전하는 김성주(52)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치 재기를 노리는 3선 '거물' 정동영(62) 국민의당 후보 간의 '빅매치'가 치러지는 곳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전주병은 그야말로 대혼전 양상이다. 뉴스1전북취재본부가 지난달 30일 여론조사기관인 여민리서치컨설팅에 의뢰해 1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 후보의 지지율은 46.6%로, 44.5%를 기록한 김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전주병은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가장 치열한 지역구이다. 전주병은 적은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역 유권자의 민심의 향방은 더욱 주목된다. <더팩트>가 찾은 지난달 31일 전주 시민들의 후보 평가도 크게 엇갈렸다.

◆ "호남을 되살릴 당이 중요해!"

지난달 31일 전주 덕진구 송천동의 한 거리에 붙어 있는 선거 현수막./전주=배정한 기자
지난달 31일 전주 덕진구 송천동의 한 거리에 붙어 있는 선거 현수막./전주=배정한 기자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진 이날 오후 7시 30분께, 덕진구 송천동 일대에서 취재진과 만난 시민들은 인지도 보다는 당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상당수가 야권에 편중돼있었다. 야권에서도 더민주와 국민의당에 대한 시선이 극명하게 갈렸다.

송천동1가 거리에서 만난 70대 유모 씨는 "지금 이름이 더불어민주당인가? 그 당이 잘 돼야 호남이 잘 돼. 옛날부터 경상도는 1번, 전라도는 2번이야. 국민의당은 욕심이 너무 많아. 더민주를 밀어줘야 나중에 콩고물이라도 먹을 텐데 어쩌려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42) 씨는 "전북사람들이 더민주를 과거에서부터 엄청나게 밀어줘도 결국에는 아무것도 없다. 지금은 선거철이라 전북 내려오고 하는데, 늘 소외된 곳이 바로 전북이다. 국민의당이 오히려 전북 민심을 잘 살피고 있다. 호남을 위하겠다는 국민의당이 호남의 중심당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인지도가 무슨 소용? 때가 덜 탄 김성주"

20대 총선 전주병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후보가 지난달 31일 밤 전주 덕진동 전북대학교 앞 한 주점에서 전북대총학생회가 주최하는 전북대병원 소아암 환자 돕기 일일호프에 방문해 청년취업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전주=배정한 기자
20대 총선 전주병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후보가 지난달 31일 밤 전주 덕진동 전북대학교 앞 한 주점에서 전북대총학생회가 주최하는 '전북대병원 소아암 환자 돕기 일일호프'에 방문해 청년취업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전주=배정한 기자

후보 간 대결도 첨예한 대립 구도다. 김 후보의 지지자들은 바른 이미지와 한 번만으로 교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보였다.

직장인 임모(40) 씨는 "김 후보는 국민을 깔보는 듯한 '악덕' 정치인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며 "지역민들을 섬길 수 있는 깨끗한 이미지가 그의 장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때가 덜 탄 초선의원이고, 나름대로 중앙에서 자리를 잘 잡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이것은 그의 정치력이 뛰어나다는 게 아니겠느냐. 한 번 더 국회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20대층에서 정 후보의 인지도가 우위에 있다"고 묻자 그는 "인지도로 정치하냐"고 되물었다. 이어 "정치는 이름값으로 하는 게 아니"라며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유권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골라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정 후보의 '철새' 이미지로 김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는 경우도 있었다.

주부 신모(61) 씨는 "정 후보는 엄밀히 전주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서울에 출마했다가 또다시 전주로 나오는 게 말이 되느냐. 자기가 국회의원 또 하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니냐. 또 선배가 후배 지역에 나온 것도 볼썽사납다. 속이 너무 보이는 정 후보보단 김 후보가 낫다"고 언급했다. 김 후보와 정 후보는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 선후배 사이다.

◆ "정동영과 김성주는 급이 달라"

20대 총선 전주병에 출마하는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가 지난달 31일 저녁 전주 송천동 롯데마트 앞에서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전주=배정한 기자
20대 총선 전주병에 출마하는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가 지난달 31일 저녁 전주 송천동 롯데마트 앞에서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전주=배정한 기자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정 후보에게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정 후보 지지자들은 정치 영향력과 높은 인지도가 김 후보를 앞선다는 평가다.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54) 씨는 "정 후보는 김 후보와 레벨이 다른 사람"이라며 "상식적으로 거물이 정치하는 것과 이제 막 초선 뗀 사람이 정치하는 것은 천양지차"라고 말했다.

정 씨는 "정 후보는 이번에 목숨을 내놓고 정치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뭔가 독한 마음을 먹은 사람이 큰 일 한 번 저지르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대학생 채모(27) 씨는 "정 후보가 인지도는 확실히 앞서는 게 사실"이라며 "대권에 나왔던 정 후보의 무게감이 더 무겁다"고 말했다. 또 "정 후보는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 베테랑이 아니냐"며 "연륜과 경험으로 지역을 잘 이끌어갈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40대 주부 이모 씨는 "정 후보가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고 김대중 대통령 뒤를 이어 호남 대권주자로 다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농사 짓고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제는 정 후보에게 씨어진 '철새'이미지이다. 실제 취재진이 전주에서 만난 많은 시민은 정 후보의 이런 정리 경력을 문제 삼았다. 정 후보가 극복해야 할 부문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주 시민 정서에는 정 후보에 대한 애증도 상당했다.

40대 김모 씨는 "솔직히 정 후보는 이곳저곳 기웃한 건 사실 아닌가"라며 "전북에 정 후보만큼 인지도가 있는 정치인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도 '그래도 정동영'이라는 사람도 많다. 김성주도 이미지가 나쁘지 않다. 그런데 정 후보보다 인지도가 낮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누구를 뽑아야 할지 정하진 못했다. 생각 같아서야 정 후보를 뽑지 않고 싶다. 그런데 투표장에 들어가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가 당선할 경우 전북을 바라보는 전국적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50대 초반의 한 택시기사는 "만약에 정동영이 당선되면 전북은 전국적으로 부끄러운 지역으로 전락할 것이다. 정 후보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데 전북에서 살려주면 욕먹을 것이 뻔하다. 어디 고개나 들고 다닐 수 있겠나"고 혀를 찼다.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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