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서 유일하게 새누리당이 깃발을 꽂고 있는 지역인 순천이 주목되고 있다. 3선을 노리는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와 재기를 노리는 노관규 더불어민주당 후보, 구희승 국민의당 후보가 출마해 시민의 선택을 받는다./순천=배정한 기자, 이정현 후보 블로그 갈무리 |
4·13 20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총선 승리를 위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여야는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를 공천한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은 곳도 상당하다. 공천 잡음으로 인한 여vs여 대결과 야vs야 대결구도 지역도 상당수 생겨났다. 또, 상징적으로 지켜야할 곳과 탈환해야 할 지역, 그리고 이른바 '키즈(Kids)'들의 사활을 건 대결도 눈에 띈다. <더팩트>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관심지역으로 볼 수 있는 '대구' '부산 사상' '순천' '광주 서을' '전주시 병' '세종시' 등의 민심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순천=이철영·신진환 기자] 호남 유일의 여당 지역구인 전남 순천의 민심은 '짬짜면'처럼 크게 두 부류로 갈렸다. 지난달 30일 오후 순천시 연향동의 제1근린공원 벤치에 앉은 5명의 중년 남성들은 2주 앞으로 다가온 총선 얘기가 한창이었다.
"자고로 일을 잘할 수 있는 인물이 중요한 거여. 당이 뭔 소용이당가?" (조모 씨·60대·무직)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마랑께. 호남은 전통적으로 야당이여. 무조건 (더불어)민주당 밀어야제." (김모 씨·60대·세탁업)
한참 동안 벌어진 벌어진 그들의 설전을 지켜보던 이들이 가세했다. 자연스럽게 각 후보에 대해 자신들이 생각하는 흠결을 무기 삼아 격론을 벌였다. 3선에 도전하는 이정현(57) 새누리당 후보의 '친박' 문제와 노관규(55)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시장직 사퇴가 뜨거운 감자였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재기를 노리는 노 후보가 이 후보와 구 후보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SBS가 여론조사기관 TNS코리아에 의뢰해 지난달 2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 후보의 지지율은 44.5%로, 25%를 기록한 이 후보를 크게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구 후보는 14.5%를 기록했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대 총선에서 3선에 도전하는 이정현(57) 새누리당 후보의 순천 선거사무소. /남윤호 기자 |
순천은 이번 20대 총선 관심 지역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남자' 이 후보가 호남에서 다시 한번 여당 깃발을 꽂을지, 아니면 더민주의 노 후보가 탈환해 야당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는 지역구다. 여기에 구희승(53) 국민의당 후보도 가세해 일여다야 구도다. 야권이 분열한 틈을 타 이 후보가 과연 지켜낼 수 있을까. <더팩트> 취재진과 마주한 시민들의 반응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연양동 공원에서 취재진과 만난 60대 김모(무직) 씨는 "일단 이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 사람이여. 그것 뿐이여? 국정 역사교과서를 반대하는 국민을 '빨갱이'라고 한 사람인디…. 또다시 당선되면 순천의 수치랑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만 야물딱지게(야무지게)하믄 쓰제. 노 후보는 국회의원 해먹겠다고 시민이 올려준 시장을 때려 쳐브렀다 안허요"라고 60대 노 모 씨가 반발했다.
20대 총선 전남 순천시에 출마한 노관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달 30일 오전 전남 순천 조례동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출정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순천=배정한 기자 |
취재진은 시민들을 더 만나보기로 했다. 이날 연향동의 '패션의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주부 양모(58·여) 씨는 "이 후보는 기성 정치인과는 다르다. 틈나는대로 순천에 내려와서 지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선거철만 되면 시장에 가서 어묵 먹는 사람들이 당선되면 어쨌나? 이 후보는 항상 낮은 자세를 보여 늘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옷가게를 운영하는 최모(51) 씨는 "이 후보는 곡성사람이고, 재보궐선거 때도 곡성에서 몰표가 안 나왔다면 낙선했다"면서 "노 후보가 중도에 시장직 그만두고 욕을 참 많이 먹었지만, 일 하나는 참 잘했다. 노 후보가 이번에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당을 운영 중인 이모(50대) 씨는 "솔직히 지난 선거에서 이정현이를 뽑아준 것은 야당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시간도 지나고 야당도 반성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노 후보가 시장하다 그만둬서 한동안 욕을 참 많이 먹었다. 그런데 이후로 진짜 열심히 했다. 시장 시절에도 엄청나게 인기가 좋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번엔 야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일을 많이 했다고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돈 많이 가져오고 순천 경제 살렸다는데 그 돈은 다 어디로 가부렀는가 모르겄네. 이번에 이 후보가 당선되면 순천 시민들은 바보되 아 부러"라며 노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동 패션거리에서 시민들이 걸음을 옮기고 있다./순천=배정한 기자 |
중장년층에서 선거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것과 달리 젊은 층은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지지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이들이 상당했다.
대학생 윤모(25·여) 씨는 "정치인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면서 "순천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는 중요한 선거이기 때문에 투표하겠지만, 홍보물을 보고 적합한 인물을 고르겠다"고 했고, 직장인 박모(44) 씨는 "국회의원 선거가 이름값으로 뽑는 반장 투표가 되서는 안 된다"며 "순천 발전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한 것 같은 후보를 당과 관계 없이 찍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르바이트생 심모(21·여) 씨는 "후보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며 "생애 처음으로 하는 투표인 만큼 총선 때까지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