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4·13 민심탐방-광주 서을] "그래도 정배가 낫째" vs "아따 향자도 엔간해"
입력: 2016.04.01 05:00 / 수정: 2016.04.01 15:21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광주지역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구을은 고졸신화 양향자(49·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치거물 천정배(61) 후보가 맞붙는다. 사진은 기호 순./광주=배정한 기자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광주지역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구을은 '고졸신화' 양향자(49·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치거물' 천정배(61) 후보가 맞붙는다. 사진은 기호 순./광주=배정한 기자

4·13 20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공천을 마무리하고 선거체제로 전환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여야는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를 공천한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은 곳도 상당하다. 공천 잡음으로 인한 여vs여 대결과 야vs야 대결구도 지역도 상당수 생겨났다. 또, 상징적으로 지켜야할 곳과 탈환해야 할 지역, 그리고 이른바 '키즈(Kids)'들의 사활을 건 대결도 눈에 띈다. <더팩트>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관심지역으로 볼 수 있는 '대구' '부산 사상' '순천' '광주 서을' '전주시 병' '세종시' 등의 민심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광주=이철영·신진환 기자]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지역구 중 광주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구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야권 후보인 양향자(49)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천정배(61) 후보는 '호남의 심장'이라 불리는 광주의 한 지역구를 놓고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벌이고 있어서다. 양 후보와 천 후보의 경쟁은 정치 신인과 정치 거물의 싸움으로도 불리고 있다.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이었던 양 후보는 천 후보의 '대항마'로 당으로부터 1호 전략 공천을 받았다. 광주 경제 회복과 일자리 2만 개 창출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5선의 천 후보는 법무부 장관을 지냈으며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치 거물이다. 2020년까지 중앙공원을 도시생태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물론 서구을에 두 후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구을은 모두 6명의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이들 중 양 후보와 현역인 천 후보의 양자대결로 압축되는 것이다.

'빅매치'가 예고된 서구을의 민심은 어느 쪽으로 향했을까. <더팩트>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 광주 서구 화정동 일대에서 유권자들을 만났다.

◆ "여자라서 여리다? 그 반대랑께"

4·13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31일 오전 광주지역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구을에 출마한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광주 서구 화정4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요가교실에 방문해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광주=배정한 기자
4·13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31일 오전 광주지역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구을에 출마한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광주 서구 화정4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요가교실에 방문해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광주=배정한 기자

이날 오전 취재진을 만난 주민들은 양 후보가 신인인 점을 강조했다. 또 여성 특유의 다정다감하고 꼼꼼한 인물이 지역구에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휴대전화 판매업을 하는 김모(43) 씨는 "양 후보가 외모는 지적이고 여리게 생겼더니만 의외로 강단이 있고 야무집디다. 그래서 삼성전자에서 상무까지 오르고 하지 않았것소. 삼성 스타일이 성과가 안 좋으면 바로 좌천되는데 일을 잘 하니까 임원을 하고 그랬것제. 우리 지역에 일 잘하는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것소"라고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주부 강모(39) 씨는 "아직 어떠한 후보를 찍어줄지는 결정하지 못했다"면서도 아무래도 양 후보랑 같은 여자이니까 마음이 더 쏠리고 처음 정치를 해보겠다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홍모(28) 씨는 "제가 양 후보와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면서 "이제 막 정치를 해보려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멋쩍게 웃었다.

약사 김모(50·여) 씨는 "처음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뜨거운 열정이 있다"며 "당선된 뒤 나 몰라라 하는 기성 정치인보다는 무엇인가를 꼭 해내야겠다는 초심이 있을 양 후보가 지역 발전을 위해 일 해줬으면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 "천정배만한 인물이 없당께"

4·13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31일 오전 광주지역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구을에 출마한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광주 서구청에서 열린 노래교실에 방문, 한 유권자에게 인사하고 있다./광주=배정한 기자
4·13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31일 오전 광주지역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구을에 출마한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광주 서구청에서 열린 노래교실에 방문, 한 유권자에게 인사하고 있다./광주=배정한 기자

천 후보가 양 후보와 큰 차이를 보였던 점은 인지도였다. 그동안 쌓아온 정치 경력이 상당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시민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셀프 비례'를 문제 삼으며 국민의당으로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전 공무원 박모(71) 씨는 "천 후보는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입학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며 "사기꾼 투성인 정치인 중 그나마 진정성이 있는 정치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씨는 "원래 호남사람이니까 더민주를 지지했다. 김종인 대표가 또 국회의원 하려고 비례대표 신청한 것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것은 아니다. 미련없이 국민의당을 밀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외판원 윤모(42·여) 씨는 "천 후보는 오래 정치한 만큼 중앙에서도 힘을 쓸 수 있다"며 "그런 만큼 서구을 예산을 많이 확보해줄 수 있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직장인 이모(31·여) 씨는 "솔직히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천 후보를 제외하고 누가 출마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이번에도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 "정권교체? 웃기지 마라고 하쑈"

31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4동 주민센터에서 공무원들이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서구을 후보자 선거 벽보를 붙이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후보자 선거 벽보를 전국 8만7000여 곳에 일제히 게시한다./광주=배정한 기자
31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4동 주민센터에서 공무원들이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서구을 후보자 선거 벽보를 붙이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후보자 선거 벽보를 전국 8만7000여 곳에 일제히 게시한다./광주=배정한 기자

일부 지역민들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적으로 넓게 보고 새누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의석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슈퍼를 운영하는 신모(55) 씨는 "더민주든 국민의당이든 싹 다 똑같은 것들이여. 어떻게서든 또 한번 국회의원 해먹겠다고 싸우고 난리여. 총선 승리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들 하는 행동을 보면 이해가 안 된당께. 이번 선거도 분명히 야당이 질 것이요"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를 옆에서 듣고 있던 신 씨의 지인 정모 씨 역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거들었다.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하쇼. 야권이 힘을 모아도 새누리당에 될까 말까 한디, 그라믄 쓰것소. 그라믄서 정권교체니 총선 승리니 뭐라 해싸는 거 보믄 기가 차븐당께."

한편 여론조사에서는 천 후보가 양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와 연합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2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천 후보의 지지율은 48.6%로, 21.2%를 기록한 양 후보보다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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