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4·13 20대 총선 공천을 놓고 잡음이 일었던 대구 수성을이 격전지로 떠올랐다. 가까스로 공천장을 받은 이인선(오른쪽) 후보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3선 주호영 의원은 수성을을 차지하기 위해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구=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대구=이철영·신진환 기자] 새누리당 4·13 20대 총선 공천을 놓고 잡음이 일었던 대구 수성을이 격전지로 떠올랐다. 가까스로 공천장을 받은 이인선 후보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3선 주호영 의원은 수성을을 차지하기 위해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성을에서 내리 3선 한 무소속 주 의원은 이번에도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했고, 골리앗과의 대결을 위해 링에 오른 이 후보는 대구 여성정치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더팩트>는 28일 오후 주 의원, 29일 오전 이 후보를 만나 공천 과정과 본인이 선택받아야 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수성을 주민들 무시한 공천…이한구가 대구 망쳤다
20대 총선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주호영 의원이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 지산동 지역구 사무실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번호 5번을 외치고 있다. /대구=배정한 기자 |
취재진이 찾은 주 의원 선거사무소는 지지자들로 인산인해였다. 주 의원은 두 팔을 높이 올리며 지지자들에게 다시 한 번 선택해 줄 것을 호소하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주 의원과 마주했지만, 전화가 빗발쳤다. 주 의원은 12년을 몸담았던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주 의원도 붉은색 점퍼가 아닌 흰색이 어색하다고 했다.
주 의원은 "흰색 점퍼가 어색하다. 어떤 사람은 잘 어울린다는 사람도 있다. (웃음) 이번에 무소속으로 나와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어른들이 다 알고 걱정해주시더라"라며 "어떤 어른은 제가 공천을 못 받으니까 어르신들이 이런 억울한 일이 있나 밤잠까지 설쳤다고 하더라. 제가 생각한 것보다 (제 상황을) 더 잘 알더라. 수성을에 단독으로 신청했는데 공천을 계속 안 주니까 화가 났다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수성을에 공천한 것에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공천을 미루다 졸속으로 한 것은 수성을을 무시한 처사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20대 총선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주호영 의원이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 지산동 지역구 사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구=배정한 기자 |
주 의원은 "밀리고 밀려서 공천받았다는 거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라며 "선거운동 시작 하루 전에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한다더라. 선거사무소 개소식부터 치면 14일이다. 공천받았으니까 국회의원 되겠다는 건데 이건 수성을 주민들을 무시하는 거다. 너무 심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구 초선 또 만들어서 어쩌자는 겁니까. 지금도 7명인데. 유승민, 조원진, 김상훈, 김문수, 윤재옥 빼면 또 7명이다. 부산은 3선 이상이 10명입니다. 김무성 6선, 김정훈·유기준·조경태 의원 등이 4선이다. 이한구 위원장이 대구를 망쳐 놨다. 정말로 심각하다. 이 위원장의 행태야말로 해당 행위다"고 비난했다.
주 의원은 "이 위원장은 (수성을도) 자기 지역처럼 무너질 것으라 생각한 것 같다. 대구에서 김부겸을 약진할 수 있게 만든 장본인이 이 위원장"이라며 "제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이 한 번 더하고 덜하고 문제도 있지만, 대구에 초선만 7명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수성을은 자존심이 엄청나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된 사람이 공천받았으니까 찍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너무 예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복당 문제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주 의원은 "복당? 말도 안 될 거리다. 선거하면서 무소속 복당시켜준다고 한적 한 번도 없었고 복당 안 시켜준 당 하나도 없었다"며 복당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대구 여성정치 위해 12년 했으면 백의종군해야
20대 총선 대구 수성을 이인선 새누리당 후보가 29일 오전 대구 수성구 황금동 선거사무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구=배정한 기자 |
주 의원의 대항마로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이 후보는 대구의 여성정치를 위해 자신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정치를 시작한 입장에서 감내해야 할 부문이라고 말을 아꼈다.
취재진과 마주한 이 후보는 "비주얼이 좀 그렇죠?"라며 여성 후보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공천 과정과 관련해 당과 주 의원에게 섭섭한 마음이었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공천이 긴박하게 됐다. 그야 뭐….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고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 과정에서) 두 가지가 원망스럽다. 첫 번째는 최고위에서 의결했는데 처리 못 한 당 지도부가 그랬고, (주 의원은) 3선 중진 의원인데 무소속 출마할 거면서 여성우선지역에 대한 자격정지가처분신청을 낸 것이 야속하다 생각했다"고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일련의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도 정치에 참여한 만큼 뚫고 나가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20대 총선 대구 수성을 이인선 새누리당 후보가 29일 오전 대구 수성구 황금동 선거사무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구=배정한 기자 |
이 후보는 "지역에서는 제가 공천받아오니까 여성이지만 일을 해결해오고, 중앙에서 김무성 대표에게 대들기도 하는 모습을 보고. (웃음) 이곳이 보수적이다"라며 "이곳이 여성이라는 한계를 가지는 척박한 땅이다. 그런데 일은 양면성이 있는 것 같다. (공천 과정이) 날 힘들게도 했지만, 홍보적인 차원에서 도움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당에서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했을 때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 후보는 "주민들은 12년이라는 시간을 지켜봐 왔다. 지방자치단체장도 세 번 이상을 제한하고 있다. 이제 그만하면 됐다"며 "그러다가 (저라는) 한 사람이 나타났는데 여성이다. 저는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아니다. 지역에서 15년간 일 해왔다. 주민들도 '언론에서 봐왔던 그 사람이 오네'라며 주민들이 좋아한다. 한 사람도 주호영 의원 나왔는데 왜 나왔느냐는 말 안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소속 나온 분들은 대구 정치력이 초선이라는 것을 항변한다. 반대로 3선, 재선한 의원들이 대구를 위해서 한 것이 뭐냐? 주민들이 보면 한 것이 하나도 없다. 전에 공천받은 사람은 차관급이었지만, 이번은 분들은 장관급이다. 초선이 많아서 걱정이다? 이번에 우리는 대구 지역을 나누지 않고 대구는 한 지역이라는 각오다. 초선이 많긴 하지만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저는 당에서 공천한 지역에 무소속 나오는 것은 도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역민들도 그렇게…. 말을 아끼겠다"라고 했다.
이 후보는 "여성우선지역에 3선 하신 분이 지지 선언을 하거나 백의종군을 하면 지역민들의 마음이 얼마나 편했을까. 지금 주민들의 마음이 얼마나 불편하시겠나. 시간도 짧은 데다가 여성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죽을 각오로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