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직격인터뷰] '흰색' 점퍼 유승민 "대구 정치는 초선만 하나?"
입력: 2016.03.29 09:28 / 수정: 2016.03.29 09:49
20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의원이 28일 오후 대구 동구 용계동 지역구 사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대구=배정한 기자
20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의원이 28일 오후 대구 동구 용계동 지역구 사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대구=배정한 기자


[더팩트ㅣ대구=이철영·신진환 기자] "대구에 새누리당으로 공천 받은 사람이 9명이다. 당선되면 다 초선이다. 대구 시민들은 이런 점을 걱정한다."

새누리당에서 지난 23일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58·대구 동을) 의원은 이번 공천이 가진 문제점을 이렇게 진단했다. 대구의 초선 정치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면에는 은근히 친박 후보에 대한 반감과 경계심이 깔려 있다.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 의원의 달라진 점이라면 붉은색 점퍼에서 흰색 점퍼 그리고 기호 1번에서 5번으로 바뀐 것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처음 국회에 입성해 새누리당 간판으로 3선에 오른 유 의원은 생애 처음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르게 됐다. 28일 오후 <더팩트> 취재진과 대구 용계동 선거사무소 앞에서 만난 유 의원은 평상시 무뚝뚝한(?) 모습 그대로였다.

지난 23일 탈당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 조심스럽게 섰던 모습과 달리 유 의원은 취재진과 마주했지만 당황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의원이 28일 오후 대구 동구 용계동에 있는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구=배정한 기자
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의원이 28일 오후 대구 동구 용계동에 있는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구=배정한 기자

이날 유 의원은 한 방송에서 선거 관련 촬영을 끝낸 직후였다. 유 의원 선거사무소 안팎에는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유 의원은 '5번'이 새겨진 흰색 상의를 입고 특유의 무표정으로 있다가도 찾아오는 지지자들에게 활짝 웃으면서 허리를 굽혔다.

취재진이 '탈당 후 대구 민심이 어떤가'라고 묻자 유 의원은 '분노'와 '걱정'이라고 요약했다.

유 의원은 "대구시민들께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와 당 지도부가 이번 공천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을 분명히 잘 알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분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이번에 대구에서 현역이 공천을 못 받은 곳이 아홉 군데다. 그분들이 이번 총선에서 모두 당선될 경우 20대 국회는 초선 의원이 9명이 된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초선 의원이 7명이었다. 그러면 대구 정치력에 문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걱정하는 시민들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탈당 후 만난 대구 시민들은 새누리당이 관록의 정치인이 아닌 신인들을 대거 공천한 것에 상당한 불쾌감과 대구 정치의 미래에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28일 오후 대구 동구 용계동에 있는 유승민 의원 선거사무실 한쪽 벽에 박근혜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다.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사진을 반납하라고 요구했지만 유 의원은 일단 거절했다./대구=배정한 기자
28일 오후 대구 동구 용계동에 있는 유승민 의원 선거사무실 한쪽 벽에 박근혜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다.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사진을 반납하라고 요구했지만 유 의원은 일단 거절했다./대구=배정한 기자

이른바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힌 그가 탈당까지 감행한 것에 대한 지역민들의 실망과 질타를 우려했는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유 의원은 "대구시민들께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유 의원으로서는 지난해 4월 원내대표 연설과 6월 국회법 개정안으로 인한 사퇴 요구, 공천 과정에서의 섭섭함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특히 취재진과 만난 이날 새누리당 대구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 명의로 '지난 2013년 6월 새누리당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 사무실에 배부한 '대통령 존영'을 오는 29일까지 새누리당 대구시당으로 반납하라'는 공문이 발송한 직후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재진은 유 의원에게 박 대통령 사진을 떼라는 요구와 관련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새누리당 대구시당이 선거사무소 내부에 걸린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떼라는 요구가 있다'는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더이상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 그리고 탈당 후 지역 민심에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유 의원은 취재진과의 약 7~8분간의 대화에서 민심을 고려한 탓인지 민감할 수 있는 질문엔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 의원은 취재진과의 짧은 만남에서는 무표정한 모습을 유지했지만, 지역민이 다가올 때는 환한 미소와 함께 허리를 굽히며 최대한 공손한 모습이었다.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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