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지의 폴리뷰] 소크라테스가 안철수에게 조언한다면
입력: 2016.03.27 05:00 / 수정: 2016.03.26 21:59
국민의당은 총선 후보자 등록 하루 전인 2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비례대표 명단 추인을 비롯한 공천 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이새롬 기자
국민의당은 총선 후보자 등록 하루 전인 2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비례대표 명단 추인을 비롯한 공천 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내 몸에 손대지 마!"라며 한 남성이 고성을 지르며 바닥에 드러눕는다. 또 다른 남성은 '도끼'를 꺼내 들었다. "자결할 각오로 왔다"며 비장한 각오로 앉는다. 이번엔 한 무리가 "개표하라, 이게 새 정치냐"며 기습점거를 시도한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지난주까지 2주 연속 국민의당은 낙천자들의 절규와 몸싸움으로 얼룩졌다.

주초부터 난장판이었다. 지난 21일 오전 10시 21분께 서울 마포구 당사가 갑자기 술렁였다. 최고위원회 회의 직후 약 20여 명이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를 에워쌌다. A 후보 지지자들이 공천배제에 반발해 집단 항의하러 온 것이었다. 일순간에 시위자들과 안 대표와 당직자, 취재진이 뒤엉켰다.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안 대표는 넘어지기까지 했다.

이후 공천을 마무리한 23일까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이날도 경선에서 탈락한 김승남 의원과 문병호 의원은 "까불지마" 등 막말을 주고받으며 최고위 회의장에서 당직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낙천자들의 사연이야 제각각이지만, 하나같이 '싸움의 룰'의 공정성을 제기했다. '원칙'에 어긋난 공천이라는 것이다.

경선에서 패배해 공천 탈락한 김승남 의원과 지지자들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회의장에 진입하려 당직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국회=서민지 기자
경선에서 패배해 공천 탈락한 김승남 의원과 지지자들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회의장에 진입하려 당직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국회=서민지 기자

특히 공천 마무리 작업인 '비례대표' 공천은 이 같은 의혹을 더 키웠다. 후보자 등록 마지막날(23일), 취재진들은 비례대표 명단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의 '셀프 공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데다 안 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 간 '알력다툼'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는 '물밑 정보'가 당 안팎에서 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후 1시 50분, 뚜껑이 열렸다. 취재진들 사이로 탄식과 비판이 쏟아졌다. "아니, 말이 되나? 최고위원만 몇 명이야?" "그러니까. 몇 명 되지도 않는 비례에 당직자가 대체 몇 명이냐고." "서류 들고다니는 거 좀 봐. 본인이 비례대표인데, 비례명단을 저렇게 들고다니는 것부터 문제지." "결국엔 서로 다 해먹겠다는 거지 뭐."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을1~6번, 가능권을 8번까지로 두고 순위를 배치했다. 1번과 2번은 안 대표가 추천한 남녀 과학자를 넣었다. 3번은 천 대표의 측근 박주현 최고위원, 4~5번은 안 대표의 최측근인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과 박선숙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맡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권연대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던 안·천 대표였지만, 인사 문제에 있어선 '사이좋게(?)' 당선권에 최측근의 이름을 올린 셈이다.

더 문제는 '안철수계'로 불리는 이태규 선대위 전략홍보본부장은 8번, 임재훈 국민의당 선관위 조직사무부총장이 14번으로 배정됐다는 점이다. 국민의당 당규 제48조에는 '공천관리위원으로 참여한 자는 그 선거의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두 사람은 비례대표 신청 직전 공천관리위원을 사퇴했다. 따라서 당규에 따라 공천을 받을 수 없었지만 공천 당일인 이날 갑자기 당규 제48조를 삭제해 공천을 받았다.

안 대표는 21일 당내 공천 잡음이 생긴 데 대해 우리 당의 소란은 경선 결과에 승복을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임영무 기자
안 대표는 21일 당내 공천 잡음이 생긴 데 대해 "우리 당의 소란은 경선 결과에 승복을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임영무 기자

'내 사람 심기' 뿐만 아니다. 같은 날 오후 4시께 23곳의 전략공천을 발표하면서 결선투표까지 해놓고 결과를 번복한다든가, 경선지역으로 결정했다가 갑자기 단수공천으로 선회하고,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를 다른 지역구에 공천하는 등 '돌려막기'도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안 대표는 이런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 지난 21일 "우리 당의 소란은 경선 결과에 승복을 못한 데 따른 것"이라며 조용히 넘어가려는 모양새다. 도리어 안 대표는 새누리당은 "국민의 대표를 뽑는 게 아니라 여왕의 신하를 뽑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공천자 대부분이 친문(친문재인)세력으로 드러났다. 김종인 대표가 당내 대통령 후보는 한사람만 있어야 한다는 말을 직접 실천해 옮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래 사람은 '남의 눈에 티끌은 크게 보이고, 내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한다'고 했다. 지금으로부터 25일 전, 안 대표는 창당 한 달을 맞아 '자기 반성'과 '담대한 변화'를 약속했다.

"국민의당은 국민의 상식적 분노에 가장 빨리 가장 먼저 답하는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변해야 남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담대한 변화는 국민의당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저 안철수의 변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부터 작은 변화라도 시작하려고 합니다. 저는 이제부터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다시 국민의 소리를 듣겠습니다. 어디라도 가겠습니다. 누구라도 만나겠습니다. 언제라도 가겠습니다. 무슨 말이라도 듣겠습니다."

▶오늘의 리뷰: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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