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포커스] '탈당' 유승민의 8일, '친박 전쟁' 2라운드 초반전
입력: 2016.03.24 05:00 / 수정: 2016.03.24 09:53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3선·대구 동구을)이 23일 오후 10시 40분께 지역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대구=임영무 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3선·대구 동구을)이 23일 오후 10시 40분께 지역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대구=임영무 기자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친박(친박근혜)계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3선·대구 동구을)이 23일 결국 당을 떠나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다. 지난 15일 '유승민계 공천학살' 이후 16일 새벽 자택을 나간 뒤 8일 만이다. '사퇴'를 놓고 친박계와 마주한 두 번째 갈등이다.

그간 잠행하며 침묵해온 유승민 의원은 이날 밤 10시 40분께 대구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모습은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이다. 잠시 당을 떠난다"며 심경을 밝혔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유 의원의 회견 직전 3시간여 넘게 유 의원 공천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 없이 회의를 종료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지목당한 뒤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유 의원은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당시에도 친박계는 유 의원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압박하며 '사퇴 권고'안을 의원총회에서 의결했다. 이로부터 8개월 뒤, 4·13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와 유 의원 간 '2라운드'가 펼쳐진 것이다. 지난 8일은 친박과의 2라운드 초반전인 셈이다.

20대 총선에서 유 의원의 공천 여부는 '뇌관'이었다. 친박계인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수장인 공관위에서 유 의원의 컷오프를 결정할 경우 친박계의 공천 개입 의혹과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컸다. 더구나 친이(친이명박)계도 대거 공천 탈락해 '2008년 친박 공천학살에 대한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며 무소속 출마 및 연대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지난달 6일 발족한 공관위는 유 의원의 공천 여부를 45일 동안 지연해왔다. 본격적인 공천이 시작되고 친유계가 학살되자 유 의원은 칩거에 들어갔고, 공관위와 유 의원 간 버티기가 평행선을 달렸다. 친박계와 유 의원의 갈등과 사태해결은 늘 이런 방식이었다.

모친 자택에서 나온 유 의원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대구=배정한 기자
모친 자택에서 나온 유 의원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대구=배정한 기자

공관위는 현역 의원에 대한 공천 결정을 이미 지난 15일 사실상 마무리 한 상태에서 유 의원의 공천은 연일 미뤘다. 이른바 '고사작전'에 나섰다. 20대 총선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24일 0시 이후부터는 당적을 바꿀 수 없기에 무소속으로라도 이번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유 의원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특히 후보자 등록일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친박 진영에선 유 의원의 원내대표직 사퇴 당시처럼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친박 홍문종 의원은 22일 "당당하게 탈당을 선언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라"고 주장했고, 전날 이한구 위원장은 유 의원의 자진사퇴를 기다린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유 의원은 당초 공관위의 결정을 끝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이었지만, 후보등록일을 하루 앞둔 23일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않자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위는 끝까지 유 의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이한구 위원장은 김무성 대표의 '유 의원 지역구를 무공천하는 제안'도 거절했다.

고심 끝에 유 의원은 다시 광야에 섰다. 공관위가 진박(진짜 박근혜 사람) 후보들을 대거 공천한 대구에서 살아돌아올 수 있을까. 그는 지난달 1일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앞만 보고 뛰겠습니다. 거리에서, 시장에서 주민들의 손을 잡으면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의 무거움을 절감하고 있다. 봄이 곧 올 겁니다"라고 했다.

차량에 탑승한 유 의원./대구=배정한 기자
차량에 탑승한 유 의원./대구=배정한 기자

한편 그의 거취가 결정되면서 친유계 의원들과 친이 등 '비박연대' 가능성이 주목된다. 앞서 친유계 조해진 의원은 "유 의원의 거취가 무소속 연대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ar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