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도끼·삭발·점거' 낙천자들의 '마지막 절규'
입력: 2016.03.23 05:00 / 수정: 2016.03.22 20:07
총선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3당의 당사와 국회 주변은 소란스럽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천 결과에 반발하며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에게 항의하는 지지자들을 국민의당 당직자들이 막아서고 있다./국회=서민지 기자
총선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3당의 당사와 국회 주변은 소란스럽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천 결과에 반발하며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에게 항의하는 지지자들을 국민의당 당직자들이 막아서고 있다./국회=서민지 기자

[더팩트 | 여의도·마포=서민지 기자] 총선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3당의 당사와 국회 주변은 소란스럽다. 선거는 승자가 있으면 반드시 패자도 있는 전쟁이다. 승자는 기쁨을 만끽하지만 패자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지막 발악'을 한다. 이번 선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건 만큼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약 한 달, 공천 발표 기간 동안 여의도는 바람 잘 날 없다. 남은 게 '악'밖에 없는 '공천 패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당사 앞에서 시민들과 유인물을 나눠주고, 기자회견을 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더팩트>는 현장에서 본 패자들의 '서러운 절규'를 되짚어 봤다.

◆ 목청을 울려라…안 되면 '몸 던져!'

22일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경찰들이 출입문을 통제하고 있다./여의도=서민지 기자
22일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경찰들이 출입문을 통제하고 있다./여의도=서민지 기자

불만 표출의 시작은 주로 '목소리' 싸움이다. 악을 쓰며 목소리를 내지른다. 목소리로 안 되면 온 몸을 던진다. 때문에 3당 당사 주변엔 형광 노란색 옷을 입은 경찰들이 출입구마다 보초를 서고 있다. 이들은 불시에 곳곳에서 터지는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어느 할머니 한 분이 OOO 담당자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사무소로 올라간다고 하십니다."

여의도 당사의 전경들은 무전기로 소통하며 '철통보안'을 이어간다. 당사 건물의 층마다 각각 3명씩 배치돼 있다. 누구라도 수상한 움직임이 보이면 곧장 막아서며 신원을 확인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서러운 '패자'들은 막아서면 막아설수록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온갖 고성이 오가는 통에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는 '소음과 통행방해로 입주민에게 고통 주고 주변 상가 생계유지 힘들다. 집시법 악용집회 즉각 중단하라. OOO 빌딩 집회 소음피해자 모임'이라는 현수막이 나붙었다.

22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위) 한 자동차에는 시위 중단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국민의당 모 후보의 한 지지자는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에게 항의하며 국회 바닥에 드러누웠다. /여의도·국회=서민지 기자
22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위) 한 자동차에는 시위 중단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국민의당 모 후보의 한 지지자는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에게 항의하며 국회 바닥에 드러누웠다. /여의도·국회=서민지 기자

21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에선 그야말로 '난장판'이 벌어졌다. "개표하라~개표하라, 개표하라!" "제3정당 만들다 제3류당 된다잉" "이것이 새정치냐?" 경선결과에 불만을 품은 일부 지지자들은 최고위원회의장에 난입해 난동을 벌였다. 회의가 끝난 뒤엔 당직자와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인간 띠'를 만들고 지지자들과 의원들의 접촉을 막아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지지자들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를 에워싸고 몸싸움을 벌였다. 이 가운데선 안 대표와 카메라 기자들이 잇따라 넘어지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안 대표가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자 소리를 지르는 것만으로 분을 참지 못한 한 지지자는 "내 몸 건드리지 마"라고 고성을 지르며 바닥에 드러누웠고 결국 방호원에게 끌려나갔다.

◆ 당사 앞으로 집합…'도끼·수면 농성'까지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시위하는 정청래 의원 지지자들./명재곤 기자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시위하는 정청래 의원 지지자들./명재곤 기자

대부분의 항의자들은 격렬한 몸싸움에도 경찰들의 '철통방어'를 뚫지 못하고 진입에 실패한다. 그 이후엔 하는 수 없이 피켓을 들고 '장기 농성'에 돌입한다. 농성의 종류는 필리버스터부터 도끼, 수면, 삭발 농성까지 다양하다.

지난달 14일 오후 더 민주를 탈당한 뒤 새누리당에 입당한 조경태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하을 석동현 예비후보 관계자들이 당사 앞에서 삭발식을 감행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여론조사 '당원 30% 반영'을 요구했다. 새누리당 공관위는 삭발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 의원을 사하을에 단수 추천했다.

지난 10일 더 민주 당사 앞에는 '컷오프'된 정청래 의원의 지지자들이 집결했다. 이들은 정 의원 '컷오프 철회'와 '당 대포 사라지면 총선 필패' '정청래를 살려내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와 함께 '정청래 컷오프 철회와 정청래 구명을 위한 무기한 국민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22일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도끼 시위를 하고 있는 정용화 예비후보(위). 지난 16일 당사 입구에서 시위하다 잠이든 지지자./더팩트DB
22일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도끼 시위'를 하고 있는 정용화 예비후보(위). 지난 16일 당사 입구에서 시위하다 잠이든 지지자./더팩트DB

국민의당 마포 당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관광버스 3대 규모의 시위대가 몰려온대!" 취재진 사이에서 소문이 퍼지자마자, 당사 앞에선 고성이 들려온다. 당 측에서 해당 지역에 전략공천을 하자 원래 있던 예비후보가 화가 난 모양새다. 새벽까지 고군분투한 지지자 가운데 몇몇은 16층 당사 입구에서 수면을 취하며 농성을 이어간다.

22일 오전 국민의당 당사 건물 앞에선 '도끼 시위'가 벌어졌다. 전경들이 빼곡히 들어선 건물 입구에 광주 서구갑 공천에서 탈락한 정용화 예비후보가 손도끼를 꺼내 들고 자리 잡았다. 그는 "자결할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각 당 공천이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총선은 22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여러 차례 치러본 당 관계자에게 '일련의 상황들 때문에 놀라지 않았느냐'고 묻자, "힘들어서 그러는 건데 어쩌겠나. 모두 수용해주고 싶다. 어떻게 달래야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저 정도는 귀여운 편에 속한다. 좀 더 지나보라. 아주 '별꼴'을 다 볼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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