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김종인의 '셀프공천', 더민주를 시험하다
입력: 2016.03.22 05:00 / 수정: 2016.03.22 00:39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참석해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참석해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비례대표 2번에 이름을 올리며 이른바 '셀프 공천' 논란에 휩싸였다. 더 민주 중앙위원회는 20일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을 문제 삼았고, 김 대표는 21일 당무를 거부했다. 김 대표는 이번 논란으로 인격적인 모독을 당했다며 '사퇴카드'까지 꺼냈다. 이른바 '김종인의 벼랑 끝 전술'이다.

김 대표는 당무를 거부한 2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자기들한테 보수를 받고 일하는 거야, 뭘 하는 거야. 사람을 갖다가 인격적으로 그 따위식으로 대접하는 그런 정당에 가서 일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어"라며 더 민주 중앙위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당을 떠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배수진으로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무책임'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좀 잠잠해지나 싶더니 또 내홍의 뇌관이 폭발한 형국이다. 수습될지 아니면 총선을 20여 일 앞두고 김 대표 사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게 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은 왜 논란일까. 비례대표 2번은 '남성 1번'으로 각 정당에서 반드시 국회에 입성시켜야 할 인사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은 사실상 국회의원 자리로 77세의 노인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다며 비판하는 것이다. 또, 김 대표가 그동안 비례대표와 관련해 뜻이 없다는 듯한 발언이 이번 논란을 확산한 요인 중 하나다.

일단 김 대표가 비례대표 2번에 셀프 공천한 것은 총선이 끝난 이후까지 고려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 대표가 대선 출마 계획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김 대표는 대선 출마에 대해 "뭐를 한다고? 웃기는 소리 하지를 말라고"라며 일축했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비례대표 2번을 받고 국회의원직을 얻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20대 총선 이후 정치권은 급격하게 대선으로 무게추가 기울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를 위해 본인이 원외가 아닌 원내에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서 분명한 전제조건은 더 민주에 대한 '애정'이다. 그렇지 않다면 세간의 지적처럼 '욕심'이 아닐 수 없다.

김종인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4.13총선 응원가 뮤직 비디오 촬영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임영무 기자
김종인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4.13총선 응원가 뮤직 비디오 촬영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임영무 기자

김 대표가 당무 거부라는 배수진을 친 만큼 더 민주로서는 마음이 조급할 수밖에 없다. 당장 선거를 코앞에 두고 선장 없이 풍랑을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더 민주는 어떻게든 김 대표를 설득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비대위가 2번에서 14번으로 순번을 바꾼 수정안을 김 대표에게 제시했지만,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로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김 대표가 비대위의 중재안을 받아들여도 선거 후 거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김 대표가 공언한 대로 107석을 얻지 못할 경우다.

분명 김 대표는 더 민주가 107석을 얻지 못하면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이다. 동시에 비례대표까지 사퇴할까.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김 대표가 107석을 얻는다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하지만 현재 더 민주는 후보도 아직 다 선정하지 못했고, 총선도 치르지 않았다. 따라서 선거를 앞둔 더 민주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단합이다. 지금과 같은 '자중지란(自中之亂, 같은 편 사이에서 일어나는 혼란이나 난리)'은 경쟁 상대가 그토록 원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노구(老軀)를 이끌고 더 민주 구원투수로 나선 김 대표가 혼란스러웠던 당을 추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데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다.

잘 나가던 더 민주는 김 대표의 셀프 공천으로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김 대표 역시 마찬가지이다.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패에 반기를 든 독일의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종교개혁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루터는 로마 가톨릭 교회와 싸우기도 했지만, 가장 큰 적은 내부의 갈등으로 인한 자중지란이었다.

종교개혁 과정에서 자중지란이 일자 루터는 말했다. "악마가 이 개혁의 불을 꺼 버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통해 나를 공격했고 또 얼마나 나를 갈기갈기 찢고 집어삼키고 파괴하려 했는가를 세계는 알아야 합니다."

김 대표는 현재 더 민주 중앙위나 일부 의원들의 비난에 '루터의 말이 곧 내 마음'이라고 말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당 구원투수로 등장한 김 대표가 현재 루터의 마음과 같다면 더 민주는 현재의 자중지란을 멈출 수 있을까.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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