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국민의당 내홍, '카더라'를 마주하다
입력: 2016.03.14 05:00 / 수정: 2016.03.13 22:09

국민의당 천정배(위 오른쪽) 상임공동대표와 김한길(아래 앞) 의원, 최재천(아래 뒤) 무소속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수도권 야권연대를 모색하기 위한 긴급 회동을 여는 모습이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됐다./이새롬·남윤호 기자
국민의당 천정배(위 오른쪽) 상임공동대표와 김한길(아래 앞) 의원, 최재천(아래 뒤) 무소속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수도권 야권연대를 모색하기 위한 긴급 회동을 여는 모습이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됐다./이새롬·남윤호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야권 연대'를 둘러싼 국민의당 내홍과 '설'의 실체를 지난 11일 두 눈으로 목격했다. 이날 오후 3시 26분께 독자 노선을 고수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대립하며 '연대 필요성'을 제기한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의원 그리고 최재천 무소속 의원이 여의도 모처에서 비밀리에 회동한 장면을 <더팩트>는 단독 포착했다. '카더라' 통신으로만 접했던 사실을 직접 마주하니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을 맞춘 기분이었다.

이날 오전부터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안 대표에게 '중대 결심'을 예고한 천 대표와 김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고, 급기야 김 의원은 선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국민의당은 '야권 연대'를 두고 지도부 간 이견으로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적당히 낡은 정치, 옛날 방식에 타협할 수 없다"고 '야권 연대 불가'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고위 직후 국민의당 지도부 3인은 국회 의원회관을 떠나 흩어졌다. 안 대표는 곧장 '충청행' 열차를 탔다. 취재진은 당무 거부에 돌입한 천 대표와 김 의원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3자 회동을 마친 뒤 카페를 나서는 김한길(오른쪽) 의원과 최재천 의원./이새롬·남윤호 기자
'3자 회동'을 마친 뒤 카페를 나서는 김한길(오른쪽) 의원과 최재천 의원./이새롬·남윤호 기자

그동안 국민의당 내부에선 당 지도부 간 '보이지 않는 싸움'을 둘러싼 '설'이 무성했다. 워낙 물밑에서 진행되는 데다 계파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내놓는 통에 진실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개중 하나가 '김한길·천정배-김종인 물밑접촉설'이다. 지난 2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안 대표에게 야권 통합을 제안하기 이전 '물밑접촉설'이 떠돌았다. 김 의원과 천 대표, 김 대표가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양측의 중간다리 역할을 한 사람이 박영선 더 민주 의원과 무소속 최재천 의원이라는 게 설의 요지다.

이 같은 설이 알려지자 당 출입기자들은 김 의원에게 최 의원을 통해 김 대표와 '물밑접촉을 한 것 아니냐'고 여러 차례 물었지만, 김 의원은 "왜 자꾸 그런 식으로 몰고 가느냐.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딱 잘라 말했다. 본인이 부인하니 '카더라'식의 보도로 남았다.

하지만 '카더라'의 실체는 곧 수면 위로 드러났다. 김 의원이 선대위원장 직을 사퇴한 날 오후 '설'의 주인공인 그와 천 대표, 최 의원이 물밑접촉을 한 것이다. 행방이 묘연했던 천 대표는 서울 중구 식당에서 '야권 연대'를 촉구하는 인사들과 식사를 마친 뒤 여의도 한 호텔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이어 김 의원과 최 의원까지 들어섰다. 이들은 1시간 20여 분간 머리를 맞댔다. 어떤 얘기를 나눴을지 몹시 궁금했다.

3자 회동을 마친 뒤 차에 올라타는 천정배 대표./이새롬·남윤호 기자
'3자 회동'을 마친 뒤 차에 올라타는 천정배 대표./이새롬·남윤호 기자

'3자 회동'을 마친 이들은 주변을 의식하듯 김 의원과 최 의원이 먼저 나왔다. 김 의원을 붙잡고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느냐' '결정된 사항은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프로답게 이내 미소를 띠며 "다른 결정사항은 없고, 어떻게 하면 '수도권 연대'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답했다. 이후 질문에는 오히려 취재진의 안전을 염려하며 "다친다, 조심하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잠시 뒤 나온 천 대표는 "추후 이야기하자"는 말을 반복하며 몹시 당황했고, 차에 급히 몸을 싣고 떠났다. 천 대표와 김 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나자 최 의원은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확인차 최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 분 나오시는 것 봤는데요" "안에서 무슨 이야기 나누셨나요" 등을 물었지만 돌아온 그의 대답은 "같이 있었던 적 없다"는 말이었다. 취재진이 '두 눈으로 봤는데'도 말이다.

'카더라'는 근거가 부족한 추측이나 억측인 경우가 많지만, 때론 '사실'로 드러나기도 한다. 옛말에 괜히 '아닌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고 했을까.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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