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김무성-김종인-안철수', 3당 수장의 '겉과 속'
입력: 2016.03.11 05:00 / 수정: 2016.03.10 23:28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부터 차례대료)가 1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정치인생을 담은 김종필 증언록 출판 기념회에 참석했다./세종문화회관=이새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부터 차례대료)가 1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정치인생을 담은 '김종필 증언록' 출판 기념회에 참석했다./세종문화회관=이새롬 기자

[더팩트 | 세종문화회관=서민지 기자] 옛말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4·13 총선을 코앞에 두고 여러모로 골치를 썩고 있는 3당 대표는 10일 겉으론 미소를 지었다.

이날 오후 3시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정계 대선배인 김종필(90) 전 국무총리의 출판기념회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당의 명운을 건 승부이기에 세 사람 모두 경쟁적 관계다. 특히 김종인 대표와 안철수 대표는 최근 '야권 통합'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내부 공천 문제로 속이 편치 않다.

김무성 대표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친박(친박근혜)'계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의 '김무성 죽여버려' 욕설 파문 이후 침묵해온 터라 김 대표의 발언에 장내 참석자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는 "요즘 제 마음이 불사천리다. 꽃샘추위를 심하게 느껴 어딜 가나 마음이 편치 않다. 모처럼 오고 싶은 자리에 참석해 마음이 푸근하다"면서 복잡한 마음을 내비쳤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세종문화회관=이새롬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세종문화회관=이새롬 기자

김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우리 새누리당이 '국민 공천제' 최초 시행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하는데 여러 가지 방해와 저항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면서 "역사의 발전은 순서가 참으로 중요한데 되돌아보면 총리님은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역사에 크나큰 업적을 남겼다. 오래 건강하셔서 시대를 읽는 혜안과 그 너머까지 바라보는 통찰력을 계속 저희 곁에서 후배들을 지도편달 해주시는 스승님으로 남아달라"고 말했다.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란 한마디에 '상향식 공천제'를 고집해온 그의 심경이 묻어났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낸 김종인 대표와 안철수 대표는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깨고 모처럼 만에 잠깐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축사하는 동안 안 대표는 먼저 김 대표에게 말을 걸었고, 김 대표는 웃으며 안 대표의 무릎을 두드렸다. 안 대표는 김 대표의 눈을 마주치며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종인 대표는 제1야당의 수장으로서 여당을 에둘러 비판했다. "아무리 우리가 민주화를 이야기해도 한 정당이 계속해서 집권하는 사회라고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서구사회에서 민주화 사회라고 인정을 못 받는다"고 언급했다.

야권 통합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안철수(맨 왼쪽)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김종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세종문화회관=이새롬 기자
'야권 통합'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안철수(맨 왼쪽)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김종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세종문화회관=이새롬 기자

김 대표는 '정치 9단'의 공력답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식장을 나서며 기자들과 '안 대표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냐'는 질문에 "무슨 특별한 이야기를 했겠나. 내가 언제 한 번 만나보자고 했지"라고 밝혔다. '김 대표가 먼저 제안했고, 안 대표도 응했느냐'고 묻자, "사람이라면 언제든 만나면 되는 거지 뭐. 만나자고 하면 만난다고 하지 그럼 안 만난다고 하겠어요"라면서 안 대표와 조만간 회동할 것이란 점을 시사했다.

안 대표는 축사에서 현 상황에 대한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냈다. 그는 "김 전 총리께서 반세기가 넘는 오랜 정치생활 동안 정치 언어의 품격을 지켜오신 것은 저희들 정치 후배에게 정말 큰 귀감이 된다. 특히 요즘 실감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김 대표를 겨냥했다. 김 대표는 전날(9일) 안 대표를 향해 "정치를 잘못 배웠다. 정치가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라고 직격타를 날렸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제3당 체제 구축'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의 업적 가운데 무엇보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자민련 돌풍을 이룩하면서 정당 양당구조 이룩한 것을 높이평가 한다"면서 "현행 소선거구제하에서 양당 구조를 헤집고 다양한 정치세력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세종문화회관=이새롬 기자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세종문화회관=이새롬 기자

세 사람의 축사를 들은 뒤 김종필 전 총리는 휠체어를 타고 연단에 올라 정치 후배들을 향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 정치가 목전에 닥친 선거 때문인지 갖가지 산재한 국가적 어려움을 소홀히 다루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철저한 국가관을 지니지 못한 사람들이 권력을 차지한다거나 대통령 꿈만 꾸고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세상을 어지럽히는 '헛된 꿈'은 접어야 한다. 사무사(思無邪, 생각이 바르므로 사악함이 없음)를 지켜야 한다. 모름지기 정치인은 한결같이 국가의 안녕과 질서를 생각해야 하며 작은 당리당략과 사심을 버려야 한다."

김무성-김종인-안철수, 3당 대표도 김 전 총리의 조언을 경청했다. 피곤한 듯 내내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군 김무성 대표를 김종인 대표가 지그시 바라봤다. 안 대표는 두 손을 모은 채 미동 없이 앞만 응시했다.

'헛된 꿈을 꾸느냐, 사무사를 지키느냐.' 34일 후, 이들 모두 국민의 준엄한 심판대에 오른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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