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되살아난 야권연대 불씨, 안철수 리더십을 시험한다
입력: 2016.03.08 05:00 / 수정: 2016.03.07 21:30

김종인(왼쪽)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위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으로 국민의당 지도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더팩트DB
김종인(왼쪽)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위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으로 국민의당 지도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 | 이철영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 통합' 논란을 잠재운 지 불과 3일 만에 또다시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정가 의제설정에 능란한 김 대표는 지난 2일 국민의당을 향해 '야권 통합'을 제안했다. 김 대표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 김한길 선대위원장은 깜짝 놀라며 고민에 빠졌다. 안 대표는 즉각 반박했지만, 천 대표와 김 위원장은 흔들렸다.

국민의당 지도부가 야권 통합을 놓고 고민하고 있을 때 일부 매체에서 '김 위원장이 물밑에서 김 대표와 접촉해 야권통합 방식까지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안 대표는 발끈했고, 김 위원장은 "김 대표와의 공천기구 논의는 물론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보도의 진위를 떠나 국민의당 지도부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지난 4일 오후 의총에서 '야권 통합 불가'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온도차는 여전했다. 안 대표는 '통합'도 '연대'도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천 대표와 김 위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야권 통합(연대)에 대해 천정배 공동대표(왼쪽)와 김한길 선거대책위원장은 새누리당의 개헌저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김 위원장과 천 공동대표가 대화를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야권 통합(연대)'에 대해 천정배 공동대표(왼쪽)와 김한길 선거대책위원장은 "새누리당의 개헌저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김 위원장과 천 공동대표가 대화를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안 대표는 의총에서 의견을 하나로 모았다고 밝혔지만, 7일 천 대표나 김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야권 통합에 대한 당내 봉합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날 오전 당 선거대책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이 교섭단체 이상의 의석만 확보한다면 여당이 개헌선을 넘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정치해선 안 된다"며 안 대표의 '야권 통합 불가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천 대표 역시 "새누리당의 개헌저지"를 이야기하며 '연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당이 야권 통합을 놓고 지도부 간 이견을 보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각자의 정치적 실익이 우선되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더 민주를 탈당하며 본인이 밝힌 '연대는 없다'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겠지만, 천 대표와 김 위원장은 거대 여당 독주저지와 본인들의 정치 지속성까지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당의 태생은 낡은 양당체제 타파라는 대의명분도 있겠으나, 일각에서는 '反 문재인' '反 친노'를 명분으로 뭉쳤다고 보기도 한다. 패권정치에 대한 반발이다. 이렇다 보니 정작 선거를 목전에 두고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뜻을 달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의당 내분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6일 오전 서울 마포 당사에서 야권 연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안철수 공동대표가 6일 오전 서울 마포 당사에서 야권 연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이처럼 내분이 격화되면서 안 대표는 다시 또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를 극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서 안 대표는 물론, 국민의당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최근 안 대표의 발언들이다. 듣고 있으면 출구가 없어 보인다. 벼랑 끝에 선 느낌이다. 안 대표의 발언 하나하나가 그의 정치적 신념을 담고 있는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치의 유연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안대표의 신념을 넘어서는 범 야권의 정치적 의제를 함몰시키지 않는가 하는 우려도 없지는 않다. 이 지점을 경계하는 야권세력과 지지층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출구 없는 정치가 성공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손자병법 삼십육계의 마지막은 '주위상(走爲上)'으로 때로는 전략상 후퇴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치도 마찬가지이다. 시험대에 오른 안 대표에게 지금 상황은 '강철수'만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후퇴'해야 할까. 아니면 안 대표가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 이론을 잠재우고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을까.

안 대표는 분명 자신을 향한 '철수'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후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과연 안 대표는 이번 시험대에서 어떤 선택으로 난관을 돌파할까. 출구 없는 '강철수'일까, 아니면 전략상 '후퇴'일까. 자못 그 결과가 궁금하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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