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사진'으로 본 필리버스터, 화제의 '그 장면'
입력: 2016.03.03 05:00 / 수정: 2016.03.02 23:46
8박 9일의 필리버스터, 무엇을 남겼나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테러방지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47년 만에 부활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가 2일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끝으로 9일 만에 종료됐다. 사진은 김광진(더)·문병호(국)·은수미(더)·박원석(정)·유승희(더)·최민희(더)·김제남(정)·신경민(더)·강기정(더)·김경협(더)·서기호(정)·김현(더)·김용익(더)·배재정(더)·전순옥(더)·추미애(더)·정청래(더)·진선미(더)·최규성(더)·오제세(더)·박혜자(더)·권은희(국)·이학영(더)·홍종학(더)·서영교(더)·최원식(국)·홍익표(더)·이언주(더)·전정희(무)·임수경(더)·안민석(더)·김기준(더)·김관영(더)·박영선(더)·주승용(국)·정진후(정)·심상정(정)·이종걸(더) 의원. (왼쪽 위부터 가로방향, 더불어민주당=더, 국민의당=국, 정의당=정, 무소속=무)./더팩트 DB, 각 의원 블로그 갈무리
'8박 9일의 필리버스터, 무엇을 남겼나'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테러방지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47년 만에 부활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가 2일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끝으로 9일 만에 종료됐다. 사진은 김광진(더)·문병호(국)·은수미(더)·박원석(정)·유승희(더)·최민희(더)·김제남(정)·신경민(더)·강기정(더)·김경협(더)·서기호(정)·김현(더)·김용익(더)·배재정(더)·전순옥(더)·추미애(더)·정청래(더)·진선미(더)·최규성(더)·오제세(더)·박혜자(더)·권은희(국)·이학영(더)·홍종학(더)·서영교(더)·최원식(국)·홍익표(더)·이언주(더)·전정희(무)·임수경(더)·안민석(더)·김기준(더)·김관영(더)·박영선(더)·주승용(국)·정진후(정)·심상정(정)·이종걸(더) 의원. (왼쪽 위부터 가로방향, 더불어민주당=더, 국민의당=국, 정의당=정, 무소속=무)./더팩트 DB, 각 의원 블로그 갈무리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47년 만에 부활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는 숱한 화제를 낳았습니다.

지난달 23일부터 테러방지법 본회의 의결 저지를 위해 발언대에 선 상당수 야당 의원들은 '필리버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고, 국민은 국회방송을 '마국텔(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빗대 '마이 국회 텔레비전')'이라고 부르기까지 했습니다.

2일 종료 직전까지 9일간 진행한 필리버스터는 많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를 열어 오는 4·13 총선을 앞둔 부정적 인식 등을 우려해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졸음이 쏟아지네....하지만 주먹 불끈 첫 주자(23일)로 나선 김광진 더 민주 의원은 같은 날 오후 7시 6분 단상에 올라 5시간 32분 동안 테러방지법 반대를 표명했다./팩트TV 방송 화면 갈무리
'졸음이 쏟아지네....하지만 주먹 불끈' 첫 주자(23일)로 나선 김광진 더 민주 의원은 같은 날 오후 7시 6분 단상에 올라 5시간 32분 동안 테러방지법 반대를 표명했다./팩트TV 방송 화면 갈무리

첫 주자(23일)로 나선 김광진 더 민주 의원은 같은 날 오후 7시 6분 단상에 올라 5시간 32분 동안 테러방지법 반대 토론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음이 꼬이고 눈꺼풀이 다소 무거운 듯한 지친 모습을 보였고, 발언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유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김광진 의원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김 의원의 토론 시간은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운 기록(5시간 19분)을 깼습니다. 이후 그는 "응원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립니다.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고 밝혔습니다.

해봅시다! 운동화로 완전 무장했어요~ 은수미 의원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해 8시간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해봅시다! 운동화로 완전 무장했어요~' 은수미 의원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해 8시간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김 의원의 기록은 다음 날(24일) 바로 무너졌습니다. 세 번째 주자인 은수미 의원은 오전 2시 30분께 무제한 토론에 나섰습니다. 눈길을 끈 것은 은 의원의 신발이었습니다. 선두로 나선 김광진 의원이 "오래 서 있다 보니 발바닥이 아팠다"고 조언했고, 은 의원은 운동화를 신고 '전장'에 나타났습니다.

은 의원, 10시간 18분 동안 서 있다니...좋아 가는거~야! 은수미(가운데) 의원이 9시간 가까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종걸 원내대표 등이 격려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은 의원, 10시간 18분 동안 서 있다니...좋아 가는거~야!' 은수미(가운데) 의원이 9시간 가까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종걸 원내대표 등이 격려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은 의원의 무제한 토론 도중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은 "의제와 관련 없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하면서 "그런다고 공천 못 받는다"고 고성을 질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은 의원은 "동료 의원에 대한 모욕이다. 사과하라"고 받아쳤습니다.

은 의원은 10시간 18분간 발언하고 이날 낮 12시 48분께 단상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는 1963년 3선 개헌을 막기 위해 국회 발언대에 선 박한상 신민당 의원의 10시간 15분 기록을 3분 넘어선 기록입니다. 은 의원은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해 동료 의원들의 격려를 받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레이저 발사!...그런다고 공천 받을 줄 알아?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대해 관련 없는 발언이라며 항의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레이저 발사!...그런다고 공천 받을 줄 알아?'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대해 관련 없는 발언이라며 항의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김광진 잘했다" "은수미, 눈물로 마친 10시간 18분의 필리버스터. 감동"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수천 명의 트위터 사용자는 문 전 대표의 글을 리트윗하기도 했습니다.

'눈물'의 밤샘 호소는 계속됐습니다.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하..속상하네... 강기정 더 민주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눈물로 시작해 눈물로 끝을 맺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 눈길을 끌었다./더팩트DB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하..속상하네...' 강기정 더 민주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눈물로 시작해 눈물로 끝을 맺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 눈길을 끌었다./더팩트DB

9번째 주자인 강기정 더 민주 의원은 25일 오후 8시 55분부터 단상에 올라 "국회선진화법이 개정되기 전 회기에서 국회 몸싸움을 자주 했다"며 눈물을 쏟으면서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5시간 5분간의 토론을 마치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 눈길을 끌었습니다.

국정원, 가만두지 않겠어....꿈나라에서도 필리버스터 중...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11시간 40분이라는 무제한 토론 기록을 세운 뒤 의자에 앉아 자는 모습./정청래 의원 트위터 갈무리
'국정원, 가만두지 않겠어....꿈나라에서도 필리버스터 중...'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11시간 40분이라는 무제한 토론 기록을 세운 뒤 의자에 앉아 자는 모습./정청래 의원 트위터 갈무리

정청래 의원은 꼬박 11시간 39분 동안 말을 이어가, 종전 은 의원이 경신한 기록을 다시 경신했습니다. 정 의원은 27일 오전 4시 41분부터 발언을 시작했고, "국회의장님, 주무시고 계시겠지만, 잠결에라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쐈는데 국정원이 왜 국민의 휴대폰을 뒤지려고 하느냐"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정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다리도 아프고 목도 아팠지만, 덕분에 잘 마쳤습니다. 열렬히 응원해주신 분들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의자에 앉아 자는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됐습니다.

필리버스터가 뭐길래...한 번 들어나 보자고요...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시민들이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지켜보고 있다./더팩트DB
'필리버스터가 뭐길래...한 번 들어나 보자고요...'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시민들이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지켜보고 있다./더팩트DB

국민도 필리버스터를 관심 있게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더 민주는 1일 의원총회에서 격론 끝에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2일 마지막 주자로 발언대에 선 이종걸 원내대표는 "죽을죄를 지었다. 국민께서 용서하실 때까지 버티겠다"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를 못 박은 이 원내대표는 이날 무려 '12시간 31분' 동안 토론했고,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38명의 의원들 가운데 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국민 여러분...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굿바이 필리버스터..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마지막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임영무 기자
'국민 여러분...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굿바이 필리버스터..'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마지막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임영무 기자

협상의 여지 없이 밀어붙인 여당과, 끝내 막지 못한 야당. 정치권 안팎에선 무승부라고 평가했습니다. 어찌 됐든 고성과 막말로 얼룩졌던 지난 국회의 모습을 연상하면, 비록 단 9일 만에 끝났지만, 이번 8박 9일 그리고 '192시간 25분'의 필리버스터는 '적지 않은 의미'를 남긴 듯합니다.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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