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97년 전 3·1운동과 영화 '귀향(鬼鄕)'
입력: 2016.03.01 05:00 / 수정: 2016.02.29 23:13
민족 최대 명절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낮 서울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찾은 시민들이 소녀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배정한 기자
민족 최대 명절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낮 서울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찾은 시민들이 소녀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 | 이철영 기자] '우리는 이에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 이로써 세계 만국에 알리어 인류 평등의 큰 도의를 분명히 하는 바이며, 이로써 자손만대에 깨우쳐 일러 민족의 독자적 생존의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려 가지게 하는 바이다.' -독립선언문 中

1919년 3월 1일 일제에 맞서 민족의 독립을 외쳤던 그날로부터 97년이 지났다. 대한민국은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지 올해로 71년째이다. 일제로부터 독립은 했으나 여전히 곳곳에 잔재가 남아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10년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약 35년간의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 민족은 모진 고난을 겪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일본과 관련된 문제에는 늘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이 위안부 문제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첨예한 논란을 빚고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28일 한국과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해 합의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우리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돈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비난은 그뿐만 아니다. 일본이 한국과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철거에 합의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후 시민사회는 소녀상 철거를 막기 위해 밤낮으로 자리를 지키며, 정부에 합의 파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논란에도 정부는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은 사죄가 아니라는데 우리 정부는 사죄했다고 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사죄를 받았을까?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귀향(Spirits Homecoming)이 극장가에서 화제다. 영화 귀향의 배경은 1943년이다. 이 영화는 제작에만 14년이 걸렸다. /영화 귀향 포스터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귀향(Spirits' Homecoming)'이 극장가에서 화제다. 영화 '귀향'의 배경은 1943년이다. 이 영화는 제작에만 14년이 걸렸다. /영화 '귀향' 포스터

이처럼 위안부 피해자와 많은 국민이 이번 합의에 비판을 쏟아내는 것은 과거 우리 역사의 아픈 과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만 보더라도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배하며 저질렀던 만행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중 최악의 만행이 바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귀향(Spirits' Homecoming)'이 극장가에서 화제다. 영화 '귀향'의 배경은 1943년이다. 이 영화는 제작에만 14년이 걸렸다. 제작비가 없어 크라우드펀딩으로 충당했다. 영화 '귀향'은 한자로 '歸鄕(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돌아옴)'이 아닌, '鬼鄕'이다. '歸鄕'이 아니라 '鬼鄕'인 이유는 영화를 연출한 조정래 감독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조 감독은 "영화가 상영될 때마다 한 분, 한 분의 넋이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일본군에 의해 이역만리로 끌려가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숨진 소녀들의 넋을 영화로나마 기리겠다는 것이다. 영화가 이처럼 화제인 이유 중 하나는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등 현재와 통하고 있어서다. 수십 년 전 벌어졌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현재가 통하면서 영화 '귀향'은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인터넷에는 영화를 본 관객들의 감상평도 상당하다. 대부분은 "보는 내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는 소감이다. 관객들의 눈물은 영화속 아픈 우리의 역사도 있지만, 현재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불만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 귀향 스틸 컷.
영화 '귀향' 스틸 컷.

우리가 일제의 식민지배를 받지 않았다면 우리의 10대 소녀들이 일본군에 의해 유린당하고 머나먼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귀향'의 배경이 1943년이니 1919년 3월 1일 우리의 독립선언처럼 자주국이 됐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영화 '귀향'이 흥행하고 있는 이때 97년 전 33인의 조선민족대표의 독립선언문 일부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다시는 같은 일을 반복할 수도, 반복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병자수호조약 이후 때때로 굳게 맺은 갖가지 약속을 배반하였다 하여 일본의 배신을 죄주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학자는 강단에서, 정치가는 실제에서, 우리 옛 왕조대대로 닦아 물려온 업적을 식민지의 것으로 보고 문화민족인 우리를 야만족같이 대우하며, 다만 정복자의 쾌감을 탐할 뿐이요, 우리의 오랜 사회기초와 뛰어난 민족의 성품을 무시한다 해서 일본의 의리 없음을 꾸짖으려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격려하기에 바쁜 우리는 남을 원망할 겨를도 없다. 현 사태를 수습하여 아물리기에 급한 우리는 묵은 옛일을 응징하고 잘못을 가릴 겨를이 없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오직 자기 건설이 있을 뿐이요, 그것은 결코 남을 파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엄숙한 양심의 명령으로써 자기의 새 운명을 개척함일 뿐이요, 결코 묵은 원한과 일시적 감정으로써 남을 시새워 쫓고 물리치려는 것이 아니로다, 낡은 사상과 묵은 세력에 얽매여 있는 일본 정치가들의 공명에 희생된, 불합리하고 부자연에 빠진 이 어그러진 상태를 바로잡아 고쳐서, 자연스럽고 합리로운 올바르고 떳떳한, 큰 근본이 되는 길로 돌아오게 하고자 함이로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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