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야 '필리버스터' vs 여 '피켓시위'...무얼 말하나?
입력: 2016.02.26 11:29 / 수정: 2016.02.26 15:47
25일 김제남(맨 오른쪽) 정의당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마치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편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국회=서민지 기자
25일 김제남(맨 오른쪽) 정의당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마치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편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국회=서민지 기자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25일 필리버스터가 사흘째 이어진 국회의 안과 밖도 뜨거웠다.

이날 오후 일곱 번째 주자로 나선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7시간의 토론을 마친 뒤 본회의장을 나섰다. 김 의원은 "다리가 너무 아팠다. 조금 힘들긴 하다"면서도 "국민과 무제한 토론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필리버스터는 참 좋은 제도인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그는 특히 "상임위원회에선 시간이 5~7분으로 제한돼 있어서 제대로 발언을 못했는데, 오늘은 특히나 테러방지법이 가지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것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고 무엇보다 국민과 대화하는 자리라 좋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시민 필리버스터'라는 주제로 필리버스터닷미(filibuster.me)에 올라온 시민 의견을 알렸고, 큰 호응을 얻었다.

발언을 하는 김 의원(위 사진). 정의화(아래 사진·왼쪽 두 번째) 국회의장의 안내를 받으며 토론을 방청하는 조지아 공화국의 우수파쉬빌리 국회의장./국회=서민지 기자
발언을 하는 김 의원(위 사진). 정의화(아래 사진·왼쪽 두 번째) 국회의장의 안내를 받으며 토론을 방청하는 조지아 공화국의 우수파쉬빌리 국회의장./국회=서민지 기자

필리버스터가 국회 의사일정을 방해한다는 의견에 대해 김 의원은 "왜 장시간 국회가 가동되지 않고 토론만 하고 있는가 바라보실 수도 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를 보시면서 '몇 날 며칠 시간이 지나더라도 아 저건 정말 토론이 필요하다.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을 위한 노력이구나'라는 생각을 해주실 것으로 믿고 많은 독려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김 의원이 이날 무제한 토론을 하던 도중엔 조지아 공화국의 우수파쉬빌리 국회의장이 정의화 국회의장의 안내를 받으며 방청했다. 외신에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필리버스터 발언이 소개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는 만큼 조지아 공화국 국회의장도 보기 드문 광경을 유심히 지켜봤다. 하지만 본회의장을 지키는 의원은 8명에 그쳐 정 의장은 머쓱해 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고자 본회의장 안에서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는 동안, 본회의장 밖 로텐더홀에선 새누리당이 '피켓 시위'로 맞불을 놓았다. 원내부대표단과 참가를 희망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시위는 계속 이어졌다.

의원들은 '국회마비 ○○시간째' '테러방지법도 못 만드는 국회' '우리 정부는 못믿고, 북한은 철석같이 믿는 더불어민주당은 어느 나라 정당입니까?'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서서 서로 '필리버스터'와 '선거구획정'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이따금 "기록 세우기로 선거운동을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회마비'가 적힌 피켓에는 매시간 숫자를 바꿔 강조했다.

피켓 시위에 참여한 강기윤(오른쪽 두 번재)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이 필리버스터로 의사진행을 계속 방해를 하고 있는데, 테러방지법이 얼마나 모순이 있느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한다. 이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주장했다./국회=서민지 기자
'피켓 시위'에 참여한 강기윤(오른쪽 두 번재)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이 필리버스터로 의사진행을 계속 방해를 하고 있는데, 테러방지법이 얼마나 모순이 있느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한다. 이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주장했다./국회=서민지 기자

'피켓 시위'에 참여한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은 "모든 법은 거기에 대해서 장단점이 있고, 이해당사자 간에는 찬성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장치를 만들면 되는 건데, 걸핏하면 국민 국민 하면서 국민의 안위는 생각지도 않고 테러방지법을 막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강 의원은 "게다가 '10시간, 11시간 했다'처럼 기록 깨기를 하다시피 하는 것은 본래의 필리버스터 제도와는 다른 것"이라면서 "야당이 필리버스터로 의사진행을 계속 방해를 하고 있는데, 테러방지법이 얼마나 모순이 있느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한다. 이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다. 국민이 이 부분을 제대로 아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국회 안뿐만이 아니라 국회 밖에서도 필리버스터의 열기는 대단했다. 이날 국회 정문 앞에선 '시민 필리버스터'가 진행되고 있었다. 온라인에서 실시하는 테러방지법 반대서명은 3일 만에 30만 명을 돌파했고, 오후 2시께는 국회 정문 앞에서 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46개 시민단체 연합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국회 앞에서 한 시민이 시민 필리버스터에 참여해 테러방지법 반대 토론을 하고 있다./국회=서민지 기자
국회 앞에서 한 시민이 '시민 필리버스터'에 참여해 테러방지법 반대 토론을 하고 있다./국회=서민지 기자

추운 날씨에도 '시민 필리버스터'를 지켜보는 시민들이 많았다. 부산에서 올라온 김민정(24) 씨는 "제가 사는 이 시대에서 국회가 처음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것 같다. 지금은 정말 당의 정파적 이해 관계없이, 또 단순히 시간을 때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국민을 위해서 애쓰는 것이 느껴진다. 국회를 향한 고정관념이 사라진 것 같다. 국회방송에서 온종일 방송을 하는 데 안 보는 사람들도 많다.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11번 째 주자인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발언대에 올랐다. 다음 주자로는 김용익·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준비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08명은 전원이 필리버스터 참여를 신청한 상태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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