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평화의 핵’ 보유? 무엇을 위한 주장인가
입력: 2016.02.16 08:06 / 수정: 2016.02.16 08:06

제340회 국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운데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제340회 국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운데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북한의 공포와 파멸의 핵과 미사일에 맞서 이제 우리도 자위권 차원의 평화의 핵과 미사일로 대응하는 것을 포함해 생존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아마도 북한의 지난달 6일 핵실험, 지난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북한의 잇따른 도발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원 원내대표는 우리나라가 핵을 보유하는 이유로 "비가 올 때마다 옆집에서 우산을 빌려 쓸 수는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도 '우비'를 튼튼하게 갖춰 입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나온 배경은 현재 우리가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의 '핵우산' 밑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원 원내대표와 같은 생각을 하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도 핵과 미사일로 대응해야 한다는 데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할 수 없다. 핵무기와 미사일 보유를 '평화'라는 말로 포장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세계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프랑스 등 8개국에 불과하다. 북한은 스스로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핵무기는 단 두 차례 사용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인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투하됐다. 당시 원폭투하로 1945년 말까지 80여만 명이 사망했다. 이후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 핵무기의 파괴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당시. /한국정책방송 방송 화면 갈무리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당시. /한국정책방송 방송 화면 갈무리

이런 위험한 핵을 원 원내대표의 말대로 우리는 보유해야 할까. 단지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막기 위해? 김무성 대표도 오죽하면 원 원내대표의 발언이 나오자 "당론이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을까. 거센 후폭풍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만약 원 원내대표의 말대로 우리나라가 핵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핵 확산 금지 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에서 탈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5년 4월 23일 86번째 NPT 정식 비준국이 됐다. 2010년 현재 가맹국은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핵보유국을 비롯한 189개국이다.

이에 우리는 NPT 2조의 규정에 따라 핵무기와 기폭장치를 생산하거나 외부에서 들여올 수 없다. NPT를 탈퇴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원자력을 통한 전력 생산도 불가능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NPT를 탈퇴할 경우 우라늄이나 농축우라늄 같은 연료나 장비의 공급이 중단되고, 기존에 받은 핵연료도 반환해야 한다.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와 그에 따른 사찰에 성실히 임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그런데도 핵무장을 하려 한다면 우리나라도 북한처럼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만다.

김정은 북한 제1국방위원장이 지난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후 군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제1국방위원장이 지난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후 군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 갈무리

원 원내대표는 그런데도 핵을 보유하자는 것인가. 그리고 이런 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주장한 것인가. 그렇지 않고 이런 내용을 몰라서 한 이야기라면 집권 여당 원내대표 자질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원 원내대표에게 묻고 싶다. 우리가 핵 보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과연 무엇인가. 북한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만이 국가와 국민의 안녕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일까. 여차하면 남북은 핵전쟁을 하게 될 것이고 결국 이는 양국의 파멸뿐이다.

북한의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분명 우리의 안보를 위협한다. 그리고 이것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인도적 지원 등 햇볕정책에 반하는 행동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아 마땅하다. 북한의 행태를 절대 옹호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가 핵을 보유해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과 국가의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원 원내대표의 "평화의 핵" 주장은 국민의 안보 불안감 조장과 선동, 그리고 대량살상무기인 '핵'이 '평화'라는 주장은 과거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노래처럼 "말도 안 되는 소리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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