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개성공단 기업 대표 "거래처만 5000개…사실상 사형선고"
입력: 2016.02.12 12:24 / 수정: 2016.02.12 15:55

12일 마포 국민의당 당사에선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자들의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마포=배정한 기자
12일 마포 국민의당 당사에선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자들의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마포=배정한 기자

[더팩트 | 마포=서민지 기자] "조그만 구멍가게도 혼자 가서 이틀 내 정리가 안될 텐데…. 이틀 동안 차량 한 대에 한 사람씩 가서 해결이 되겠느냐."

12일 마포 국민의당 당사에선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 회장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오후 2시 입주기업과 통일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갑작스럽게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통보를 받았다. 전면 중단을 할 때 하더라도, 이렇게 군사작전 하듯이 급작스럽게 기업들을 나락으로 몰아야 하느냐"면서 아연실색했다.

정 회장은 울분을 삼키며 "전면 중단조치가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면 최소한 시간 말미라도 달라고 부탁했다. 우린 크게 3000명까지 고용해서 생산 공장을 하고 있는데 옮겨올 짐이 얼마나 많겠나. 설비는 고사하고 반·완제품을 실어오는 것만 해도 적어도 몇십대의 트럭 분량이 필요하다. 차량 대수라도 늘려달라고 했는데 (우리의 의견은) 단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기섭(맨 왼쪽) 개성공단기업협 회장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오후 2시 입주기업과 통일부장관과 간담회에서 갑작스럽게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마포=배정한 기자
정기섭(맨 왼쪽) 개성공단기업협 회장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오후 2시 입주기업과 통일부장관과 간담회에서 갑작스럽게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마포=배정한 기자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들은 '남북경협 보험금'과 실제 손실액과 관련해선 "보험액은 전체 개성공단 피해의 5분의 1, 6분의 1밖에 커버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관계부처와 회의에서 남북협력기금에서 대출을 받은 입주기업들에게 기존 대출원리금 상환을 유예하고,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한 기업에 대해서는 남북협력기금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절차를 즉시 착수하기로 했다.

장 회장은 "2013년 개성공단이 중단됐을 땐 주재원이 있는 상태에서 중단됐기 때문에 승용차 타이어가 찌그러질 정도로 싣고 와서 피해를 지금보다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 당시에 통일부에 조사된 기업 피해액이 1조 566억 원"이라면서 "이번엔 그보다 훨씬 크리라고 생각하고, 남북경협 보험은 초기 투자비용 50% 미만 금액도 한도가 있다. 때문에 손실액 중 절반도 커버가 안 된다. 게다가 경협보험을 여러 가지 사유로 못 드는 곳도 있다. 그런 민간업체들은 전혀 보험이 적용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유창근(왼쪽 두 번째)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완제품 반출만이라도 허락해달라고 호소했다./마포=배정한 기자
유창근(왼쪽 두 번째)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완제품 반출만이라도 허락해달라"고 호소했다./마포=배정한 기자

정 회장에 이어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완제품 반출만이라도 허락해달라"고 호소했다. 유 부회장은 2004년 개성공단이 문을 열었을 당시 첫발을 디뎠던 15개 기업 중 하나인 SJ테크를 운영하고 있다.

유 부회장은 "날벼락 맞은 상태다 보니 경황이 없다. 국가도 국가 간 신뢰가 있듯이 기업도 기업마다 신뢰를 하고 있다. 담보로 하는 것은 저희를 믿고 발주를 해주는 거래처"라면서 "지금 거래처들은 날벼락을 맞고 있다. 124개 개성공단 기업과 연계된 기업이 5000여 개다. 기업의 생명줄이 걸려 있는데 약속 지키지 못하는 것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린 정치적인 것 잘 모른다. 경제활동만 하고 있다. 국민 한사람으로서 간절히 호소한다. 저희가 우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달라"면서 "사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나중에 해결하더라도 선약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의무가 있다. 현재 약속된 것을 지킬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철수(중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을 위로하며 정부의 역할이 무엇이냐. 기업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하루아침에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마포=배정한 기자
안철수(중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을 위로하며 "정부의 역할이 무엇이냐. 기업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하루아침에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마포=배정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을 위로하며 "정부의 역할이 무엇이냐. 기업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하루아침에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3년 남북 당국이 '어떠한 정세에도 영향 없이 개성공단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했고 우리 기업들은 정부만 믿고 이후 기업을 확대했다. 국내 5000개 협력기업, 그리고 기업 임직원 가족들까지 무시한 처사로 여겨져. 개성공단이 하루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계속 남북당국에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내일모레부터 대정부질문이 있다. 대정부질문에서 안 대표님 연설이 있고, 우리 당에서도 대정부질문을 할 것"이라면서 "오늘 말씀하신 문제들을 대정부질문 통해서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면담에는 개성공단협회 회장 정기섭 ㈜ 에스엔지 대표를 비롯한 부회장 신한용 신한물산㈜ 대표·유창근 ㈜에스제이테크 대표, 고문 문창섭 ㈜ 삼덕통상 대표·김학권 ㈜ 재영솔루텍 대표, 상무 김서진 협회사무국이 참석했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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