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민심탐방-마포갑] 안대희vs노웅래vs강승규 '갈지(之)자 민심' <상>
입력: 2016.02.06 05:00 / 수정: 2016.03.16 11:53

총선을 70일 앞둔 서울 마포갑 지역은 그야말로 가름할 수 없는 박빙의 승부처다. 안대희 새누리당 최고위원, 강승규 전 새누리당 의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왼쪽부터 차례로)이 혈투를 벌이고 있다./더팩트DB
총선을 70일 앞둔 서울 마포갑 지역은 그야말로 가름할 수 없는 '박빙'의 승부처다. 안대희 새누리당 최고위원, 강승규 전 새누리당 의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왼쪽부터 차례로)이 혈투를 벌이고 있다./더팩트DB

'서울 마포갑'이 4·13 격전지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험지 출마' 요청으로 도전장을 낸 대법관 출신의 안대희(60) 최고위원과 19대 총선 공천 탈락으로 4년간 와신상담해온 강승규(52) 마포구 당협위원장이 '공천 혈투'를 예고했다. 경선행 티켓을 거머쥔 여권 후보는 3선의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맞붙는다. 아직까지 판세는 예측불허다. <더팩트>는 지난 1~2일 마포갑 민심을 들여다봤다.<편집자 주>

[더팩트ㅣ마포=신진환·서민지 기자] 총선을 70일 앞둔 서울 마포갑은 관심 지역구 가운데 하나다. '현역' 노웅래(58)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수성이냐, 새누리당 안대희(60) 전 대법관과 강승규(52) 마포구 당협위원장의 경선 역시 이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노 의원의 지지도가 새누리당 예비후보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SBS가 여론조사기관 TNS에 의뢰해 지난 1~3일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노 의원(48.5%)은 안 전 대법관(32.5%)보다 크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 의원은 강 위원장과의 가상 대결에서도 45.7%대 35%로 10.7%포인트(p)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지난 1일 찾은 마포갑 주민들은 최근 쏟아지는 세간의 관심을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이날 오후 안대희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나섰다. 주민들은 "(안 최고위원 개소식에 대해) 알고 있어요. 그분 때문에 요즘 관심이 많잖아요"라면서도 아직까지 표심은 오리무중이다.

마포갑은 인구구조와 지역 특성상 야세(野勢)가 강하다. 일단 호남 출신 인구가 30%, 충청 출신 인구가 20%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대규모 재개발단지인 공덕동, 북아현동 일대 아파트 단지에 유입된 젊은 유권자가 많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야당에 우호적이란 평이다.

지난 1일 오후 공덕시장. 마포갑은 민심의 바람에 따라 여야가 배지를 주고받던 곳이라 판세 가름이 쉽지 않다./마포갑=신진환 기자
지난 1일 오후 공덕시장. 마포갑은 민심의 바람에 따라 여야가 배지를 주고받던 곳이라 판세 가름이 쉽지 않다./마포갑=신진환 기자

하지만 민심의 바람에 따라 여야 승리도 뒤바뀌었다. 박명환 전 새누리당 의원이 14대부터 16대까지 내리 3선을 했고, 17대엔 현역인 노웅래 의원이 차지했다. 그러다 18대엔 강승규 전 새누리당 의원이, 19대엔 다시 노 의원이 탈환하는 등 엎치락뒤치락하며 여야가 번갈아 깃발을 꽂았다.

마포갑 주민들은 일단 최근 불거진 새누리당의 '집안싸움'을 주목하는 눈치다. 새누리당의 '험지 출마' 요구에 마포갑을 선택한 안 최고위원과 노 의원을 한 차례 꺾었던 강 전 의원의 경선 결과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 '청렴 인지도' 안대희 VS '지역 일꾼론' 강승규

지난 1일 사무소 개소식에서 지지자를 맞이하는 안 최고위원./마포갑=서민지 기자
지난 1일 사무소 개소식에서 지지자를 맞이하는 안 최고위원./마포갑=서민지 기자

이제 막 선거판에 뛰어든 안 최고위원도, 1년 여 동안 표밭을 다져온 강 전 의원도 열심히 지역 민심을 두드리고 있는 듯했다. 특히 안 최고위원은 지난 3일 "다른 후보들에 비해 출발이 조금 늦지 않았나. 늦게 출발한 만큼 제일 중요한 건 주민들 한 번 더 만나는 것"이라며 사즉생 각오로 뛰어들겠다고 한 만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안 최고위원 사무소 뒤쪽의 산책로에서 만난 80대 한 모 할머니는 "안대희 전 대법관님은 워낙 유명하신 분 아니냐. 어제 우리 아저씨랑 여기서 만나서 한참 이야기를 했다"면서 "이제 막 지원유세 시작하고 있어서 지켜봐야 할 테지만 최근 자주 얼굴을 비춘 안 전 대법관에게 마음 간다. 노인네들 살기 좋고 편안하게 해줄 사람을 뽑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험지 출마론'을 등에 업고 출사표를 던진 안 최고위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19대 때도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강 전 의원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지역 성당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나온 한승자(60대·여) 씨는 "안대희 전 대법관은 아직 우리가 잘 모르잖아요. 강승규 전 의원은 10년 동안 지역 주민을 위해서 발 벗고 나서서 일했어요. 광흥창 지하철 올라가는 것(엘리베이터)도 그분이 해주셨어요. 게다가 노웅래 의원을 한 번 꺾은 적이 있어서 당연히 강 전 의원이 혼자 나올 줄 알았는데 (새누리당에서) 안 전 대법관을 내보내서 솔직히 주민으로서 안타까웠어요"라고 강 위원장을 지지했다.

34년 동안 지역에서 슈퍼마켓을 꾸렸으며 마포 숭문중학교 출신인 김세동(70대) 씨도 안대희 전 대법관님 매우 훌륭한 분이죠. 총리 물망까지 오른 분이시잖아요. 그렇지만 강승규도 노력을 많이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강승규 블로그
34년 동안 지역에서 슈퍼마켓을 꾸렸으며 마포 숭문중학교 출신인 김세동(70대) 씨도 "안대희 전 대법관님 매우 훌륭한 분이죠. 총리 물망까지 오른 분이시잖아요. 그렇지만 강승규도 노력을 많이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강승규 블로그

34년 동안 지역에서 슈퍼마켓을 꾸렸으며 마포 숭문중학교 출신인 김세동(70대) 씨도 "안대희 전 대법관님 매우 훌륭한 분이죠. 총리 물망까지 오른 분이시잖아요. 그렇지만 강승규도 노력을 많이 한 사람입니다. 용광동 이쪽으로 가면 강승규 일 잘한다는 평가 일색"이라면서 "먼저 안대희 후보는 강승규 후보와 원만하게 해결해야 해요. 내가 인지도가 더 높으니까 갑자기 들어와서 노력한 사람을 밀어낸다? 이 지역 유권자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습니다"라면서 지역 일꾼론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지역 민심은 조금 더 익숙한 강 전 의원에게 마음이 기울었다.

하지만 안 최고위원이 지역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평도 많다.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내에서 옷을 파는 김승미(30대·여) 씨는 "강승규 전 의원은 여기 매일 돌아다니면서 엄청나게 열심히 하신다고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안대희 전 대법관은 인지도도 높고, 깨끗하고 청렴하신 분 아니냐. 아직 지역 현안과 관련 없어서 힘들긴 한데, 길을 좀 닦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토박이' 노웅래, 현역 물갈이론도 나와

지역 주민들은 노웅래 의원의 3선 도전에 대해 물으면, 바로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 이야기를 꺼냈다./노웅래 블로그
지역 주민들은 '노웅래 의원의 3선 도전'에 대해 물으면, 바로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 이야기를 꺼냈다./노웅래 블로그

지역 주민들은 '노웅래 의원의 3선 도전'에 대해 물으면, 바로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 이야기를 꺼냈다. 노 의원은 노 전 부의장의 대를 이은 2세 정치인이다. 노 전 부의장은 71년 8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9·10·12·13대 의원을 역임한 만큼 지역에서는 원로 정치인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노 의원은 여러모로 부친의 덕을 톡톡히 보는 듯했다.

마포갑에 58년을 거주한 슈퍼마켓 김 사장님은 "노웅래 의원 아버님이 노승환 씨인데 그분이 주례 선 사람만 마포갑에 1만 1000쌍이다. 오죽하면 주례 선 집안들만 찍어도 국회의원이 된다는 말이 나왔겠느냐"고 말했다. 노 전 부의장은 시의원 시절부터 1991년까지 지역에서만 1만1000여 건의 주례를 섰고, 주례기록은 기네스북에 올랐다.

실제 결혼 당시 노 전 부의장이 주례를 섰으며, 그 인연으로 노 의원을 지지한다는 주민도 만날 수 있었다. 건강원을 운영하는 손 모(60대 후반) 씨는 "노승환 전 의원은 내가 결혼할 당시 주례를 서주신 분"이라고 소개하면서 "노웅래 의원도 이제는 이 동네에서 일 잘하기로 유명하다. 초선 때는 당에만 맴돌았는데, 지금은 지역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누가 나온다 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세습화된 지역 정치에 거부감을 느끼는 주민들도 있었고, 국회의 불신으로 번진 현역의원 물갈이론도 나왔다./마포갑=서민지 기자
그러나 세습화된 지역 정치에 거부감을 느끼는 주민들도 있었고, 국회의 불신으로 번진 현역의원 '물갈이론'도 나왔다./마포갑=서민지 기자

그러나 세습화된 지역 정치에 거부감을 느끼는 주민들도 있었다. 지역에서 오래도록 방앗간을 운영한 김 사장의 며느리 임 모(40대·여) 씨는 "부친 후광으로 계속 이어가는 건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부친이 이미 20년을 하셨기 때문에 이곳이 야세가 강해진 것 아니냐. 지역이 골고루 발전하기 위해선 그런 세습은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 대한 불신으로 번진 현역의원 '물갈이론'도 나왔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운동하고 있던 김 모(70대) 씨는 "안대희 최고위원이 됐으면 좋겠다. 노웅래 의원이 크게 잘한 것도 못한 것도 없지만, 전체적으로 국회가 너무 썩어서 새사람이 들어와서 바꿔줘야 할 때다. 대법관도 하고 했으니까 밖에서 일한 사람이 와서 (국회) 풍토를 바꿔야지"라고 강조했다.

후보와 관계없이 '먹고살 걱정'때문에 야당을 지지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박 모(40대 중반) 씨는 "이번에 투표율이 얼마 정도 될 것 같나. 일반 시민들 솔직히 정치에 관심이 없다. 여기 마포갑에는 마포을과 다르게 최근 7080세대도 많이 살기 때문에 여당이 대세가 되는 중이다. 젊은층은 내가 먹고살기 힘든데 누가 투표하겠나. 저도 시장에서 힘들게 장사할 땐 대통령 선거 투표도 안 했다. 나이가 들고 가게도 꾸리고 하니까 정치도 관심이 생기지, 젊은층은 자기가 하는 것이 지금 다 힘들고 험난한데 점점 가난해지면 여당화된다는 게 현실화되고 있다. 그래서 야당에 힘을 실어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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