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이준석 "곰(안철수)도 자리 지키지 않으면 굶어 죽어" (상)
입력: 2016.02.03 10:16 / 수정: 2016.02.03 11:55
이준석(32,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이 지난달 29일 오후 지방에 들렀다가 선거캠프 ‘다음 상계동(多音 상계동)’으로 들어오고 있다. /상계동=이효균 기자
이준석(32,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이 지난달 29일 오후 지방에 들렀다가 선거캠프 ‘다음 상계동(多音 상계동)’으로 들어오고 있다. /상계동=이효균 기자

[더팩트 ㅣ 상계동=이철영 기자] "연어는 본능적으로 올라가는 것이고, 곰도 한 가지 간과하는 게, 자리 열심히 지키고 있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며 이준석(32,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은 웃었다.

이 전 위원은 아직 노원병 총선구도(후보)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자신은 고향을 찾아온 '연어'로, 안 의원을 연어를 노리는 '곰'으로 비유하면서 연어의 승리를 자신했다. 곰이 연어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오는 길목(선거구)을 잘 지키지 않으면 연어는 자기 고향에 안전하게 정착(총선 승리)한다는 것이다.

이 전 위원은 지난달 24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4월 13일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를 선언하며 안철수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이 전 위원은 출마를 선언하며 "여야의 대결이 아닌 고향으로 돌아온 후보와 보궐선거에서 연고도 없이 빈자리를 찾아왔던 후보의 대결"이라며 안 의원의 연고를 문제 삼았다.

"중랑천을 타고 올라가다 보니 제 고향에 불곰이 한 마리가 있는 것 같다. 지역 주민들은 그 곰이 상계동 곰인지, 호남지역에 관심 있는 곰인지 아니면 다른 곰과의 다툼에 관심이 있는 곰인지 상당히 의아해하고 있다. 실제로 상계동에서 이 곰이 보이지도 않는다고 한다. 고향에 돌아온 연어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고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여야의 대결이 아닌 고향으로 돌아온 후보와 보궐선거에서 연고도 없이 빈자리를 찾아왔던 후보의 대결이다." 출마변의 일부다.

이 전 위원은 출마 선언 후 상계동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달 29일 오후 취재진과 만난 이 위원은 "피곤하다. 근데 뭐 저보다 더 피곤한 사람도 있다. 낮은 인지도를 가지고 시작하는 분들"이라며 여유(?)를 부렸다.

이 전 위원 선거캠프의 이름은 ‘다음 상계동(多音 상계동)’이다. 다가올 다음 세대의 상계동을 그리는 의미에 더해 ‘많을 다, 소리 음’ 두 한자를 통해 다양한 소리가 공존하는 캠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올해 나이 서른 둘, 정치하기에 젊다면 젊은 나이다. 거기다 이 전 위원의 경쟁자는 여전히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다. 도전장을 던진 이 전 위원과의 인터뷰는 상계동 지역사무소에서 약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대형차 탄 사람은 소형차로 바꾸기 어려워

이 전 위원이 안 의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효균 기자
이 전 위원이 안 의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효균 기자

-노원병에는 안철수 의원이 있다. 안 의원과의 정치적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치를 보면서 느낀 건데 뭐로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더라. 어떤 직위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계기로 시작했느냐에서 큰 차이가 나더라. 안 의원은 유력한 대권 주자로 거론됐던 분이지만, 저도 당내에서 유력한 대권 주자로 거론된 분들 많이 봤다.

그분들은 약간 다르더라. 한번 대형차를 탄 사람은 다시 소형차로 바꾸기 쉽지 않다. 삶의 단계에 따라서 소형차에서 대형차로 바꾸는 데, 처음부터 대형차를 탄 사람은 소형차를 타면 갑갑함을 느낀다. 저는 그 덫이 있는 것 같다. 대선 후보로 정치를 시작했기 때문에 좀 큰 틀에서 정책을 고민했을 것이다. 안 의원만 두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게 안타까웠다. 노원구 인구가 60만 명 가까이 된다. 어느 광역시에 버금간다. 제가 볼 때 노원구는 열심히 해볼 큰 기회로 보인다. 대권을 생각하는 안 의원은 노원구가 효율성 측면에서 다른 것에 비해 효율적이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안 의원을)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고 대권을 염두에 구고 있다면 맞는 전략이라고 본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상계동에서 만나는 분들에게 길게 가겠다고 이야기한다. 여기 있으면서 제 삶의 영향을 주는 것을 바꿔보고 싶다. 결혼, 출산, 육아, 교육 등 이 단계를 바꿔보고 싶다.

-안 의원과 비교해서 인지도 측면에서 크게 뒤지지 않는 것 같다.

인지도 입장에서는 상당히 좋다. 어제도 저녁에 잠이 오질 않아서 집 앞 호프집에 갔다. 모든 분이 알아보더라. 오히려 죄송스러웠다. 그걸 보면서 유례가 없던 선거가 벌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전 위원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하며 여야의 대결이 아닌 고향으로 돌아온 후보와 보궐선거에서 연고도 없이 빈자리를 찾아왔던 후보의 대결이라고 안 의원을 겨냥했다. 이 전 위원이 기자회견을 위해 걸어오고 있다. /문병희 기자
이 전 위원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하며 "여야의 대결이 아닌 고향으로 돌아온 후보와 보궐선거에서 연고도 없이 빈자리를 찾아왔던 후보의 대결"이라고 안 의원을 겨냥했다. 이 전 위원이 기자회견을 위해 걸어오고 있다. /문병희 기자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노원병에 출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도 전망한다. 만약 안 의원이 출마하지 않는다면.

최근 국민의당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여러 가지 당내 상황을 고려해 안 의원이 만약 노원병에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이는 곳 노원병의 ‘연어와 곰론’의 핵심이다.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고, 비판적인 평론가 중에는 ‘연어는 곰에게 잡아먹히는 건데 바보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돌발 메시지도 아니다. 연어는 본능적으로 올라가는 것이고, 곰도 한 가지 간과하는 게, 자리 열심히 지키고 있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 유튜브 등에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다.

곰들도 기술이 부족하거나 지형과 물의 흐름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연어가 더 유리하다. 만약에 안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연어가 이기는 거다. 아직 선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긴다는 표현은 좀 그렇고. 곰에게 이길 생각은 별로 없고, 저는 제 고향으로 돌아와서 잘 정착하면 성공하는 것으로 본다.

-출마선언문에서 ‘새 정치’라는 용어를 독점하려 하는 독선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했다. 어떤 부작용인가.

‘새 정치’라는 구호를 쓰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우리는 새 정치 너희는 구태’라는 것이다. 그게 선악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정치가 선악 구도로 풀릴 수 있다는 것에 회의감을 가지고 있다. '악'이라는 것은 근절의 대상이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구태와 협상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구태로 선언하는 순간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더 잘해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너는 나쁜 놈이다’라는 것은 (서로의) 메시지가 고립될 수밖에 없다.

우리만 새 정치고 너희는 아니라는 식의 새 정치는 ‘오만’이다. 독선이기 때문에 공감하지 못했다. 처음 정치를 한다고 새누리당으로 나왔을 때와 비슷한 프레임이다. 개인적으로 선악 구도에서 선을 독점하지 않으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차라리 제가 욕을 먹더라도 상대를 ‘악’으로 하지 않겠다. 생각이 다르다고 야권에 있는 청년을 악으로 몰지 않을 것이다. 그건 진짜 못할 것 같다.

◆30년 전 아버지의 출발선에 지금 내가 서 있다

이 전 위원의 선거캠프 ‘다음 상계동(多音 상계동)’은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았다. 이 전 위원 선거캠프 전경. /이효균 기자
이 전 위원의 선거캠프 ‘다음 상계동(多音 상계동)’은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았다. 이 전 위원 선거캠프 전경. /이효균 기자

-노원병과 목동을 두고 출마를 고민했을 것 같다. 사실 목동이 더 수월했을 것 같은데, 노원병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상계동이라는 동네 특성은 ‘교육열’과 ‘중산층’ 정도이다. 그런데 여기에 잘 드러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바로 높은 ‘이주율’이다. 이주율이 높다는 것은 우리 집이 겪었던 패턴과 비슷하다.

아버지 첫 직장이 서울역에 있던 대우상사였다. 당시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출퇴근할 수 있으면서 주변 환경도 괜찮고 싼 곳이 상계동밖에 없다. 그래서 시내에서 일하는 많은 직장인이 여기에 정착했고,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살았다. 자녀를 키우다 어느 시점이 되면 떠난다. 이게 상계동의 패턴이다.

만약 내가 서울에서 뭔가를 시작하기 위해서 거주지를 찾는다면 상계동이 가장 최적화된 것 같다. (웃음) 중학교는 목동에서 다녔는데 거긴 이주율이 낮다. 상계동과 목동을 두고 출마 지역 고민을 많이 했다. 목동으로 갔으면 굉장히 쉽게 지지를 받았을 것 같다. 왜냐면 월촌중학교를 졸업했는데 자익 동문도 많고 새누리당에게 호의적인 곳이다.

그런데 거기서 시작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게 뭐 다른 이유는 없지만, 유년기의 정서라는 게 남아있는 것 같다. 기억나는 게 예전에는 당고개역이 없었고, 상계역이 종점이었다. 종착역이다 보니 아침에 승무원들이 제복을 입고 뛰어다니는 것을 봤다. 그래서 어릴 적 꿈이 ‘지하철 기관사’였다.

-총선 출마로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기분이 어떤가.

20년 만에 (상계동에) 거주하게 됐는데, 바뀌어야 할 것은 안 바뀌고 안 바뀌어도 될 것은 다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바뀌어야 했던 것은 베드타운으로서의 한계성, 교통문제 등이다. 지하철 4호선 지하화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여기 와서 페이스북으로 교통 문제 이야기하면 4~7호선 환승 때문에 미치겠다고 하더라. 상계동이 그걸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 게…이 동네 사람은 서로 비슷한 20~30평대에 산다. 공유하는 장소가 있어서 위화감이 없는 동네다. 목동, 용산 살아봤지만, 그곳은 사는 사람들의 방식이 다 다르다. 그런데 이 동네는 비슷비슷하다. 저는 이게 정겨웠다. 애착이 있는 부분이다.

교육 특구라고 하는데 참 아이러니한 게 아무도 이 동네에서 아이를 교육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출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들 아이들을 장성시킨 후에 출마한 분들이다. 저는 예전 아버지와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 이곳에서 결혼도 하고 싶고 아이도 키우고 싶다. 15년~20년 살면서 지역 문제 해결하겠다고 한다면 저와 제 가족이 겪어야 할 문제들을 해결해 나간다는 재미있는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싶다.

상계동에 와서 동네 행사를 다니는 데 기분이 좀 묘했다. 마이크를 잡았는데… 방송에서도 그런 적이 없다. 마이크를 잡고 ‘상계5동에 살았다’고 말하는데 눈물이 나더라. 또 아파트협의회 회장과 회의를 하는데 울컥하더라. 부족하지도 넉넉하지도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 동네 사람들은 안다. 상계동에 오길 잘한 것 같다.

cuba20@tf.co.kr

☞<하>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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