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꽃가마'거부한 이준석, “진박? 지난 선거에서 얼굴 없었던 분들”(하)
입력: 2016.02.03 10:22 / 수정: 2016.02.03 10:22
이준석(32,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은 자기 자신을 표현할 방법이 ‘진박’ ‘친박’ 두 글자밖에 없는 사람은 용어에 집착한다고 일갈했다. 이 전 위원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상계동=이효균 기자
이준석(32,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은 "자기 자신을 표현할 방법이 ‘진박’ ‘친박’ 두 글자밖에 없는 사람은 용어에 집착한다"고 일갈했다. 이 전 위원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상계동=이효균 기자


☞<상> 편에 계속

[더팩트 ㅣ 상계동=이철영 기자] 20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진박(진짜 박근혜 사람)’ 마케팅이 한창이다. 진박 마케팅의 근원지는 TK(대구, 영남) 지역이며 점차 지역을 확장하고 있다.

‘박근혜 키즈’이면서 최근 ‘비박’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는 이준석(32,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은 지난달 29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진박이라는 분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얼굴이 없었던 분들 아닌가”라고 한 방 날렸다.

이 전 위원은 선거가 다가오며 곳곳에서 ‘진박’ 마케팅을 하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 전 위원은 선거캠프의 이름은 ‘다음 상계동(多音 상계동)’으로 정했다. 다가올 다음 세대의 상계동을 그리는 의미에 더해 ‘많을 다, 소리 음’ 두 한자를 통해 다양한 소리가 공존하는 캠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취재진은 이 전 위원과 만나 ‘박근혜 키즈’ 프레임과 ‘진박’ 후보들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윤창중 전 대변인도 ‘진박’ 달고 출마했을 것

박근혜 키즈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 전 위원. /이효균 기자
'박근혜 키즈'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 전 위원. /이효균 기자

-이 전 위원에게는 ‘박근혜 키즈’를 떼래야 뗄 수 없는 수사가 됐다. 노원병은 야당 색이 강한 곳으로 불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보통은 자기 자신을 표현할 방법이 ‘진박’ ‘친박’ 두 글자밖에 없는 사람은 용어에 집착한다. 저는 2011년, 2012년 정말 피곤했다. 사람들에게 뭔가 선동적인 것들이 잘 먹혔던 때다. 이준석이 나온 한 장면을 캡처해서 올리면 선동이 됐다. 2013~14년 방송을 통해 제 생각을 전달할 기회가 생겼다. 방송 이후 과거와 같은 선동에도 사람들이 넘어가지 않았다.

이유는 언제 어디선가 이준석이 하는 (정치적) 톤이나 논조 등을 봤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이준석은 절대 막말하고 다니지 않아’라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제가 방송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칭찬하는 것도 아니고 맹목적으로 비판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저는 대중이 저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보면서 많은 힘을 얻었다. (박근혜 키즈) 한 단어로 표현되는 상황 자체는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알다시피 ‘진박’ 마케팅이 한창이다. 좀 민망할 정도다. 이 전 위원이 보기에 어떤가.

발언이 좀 강할 수도 있는데, 진박이라고 지칭하는 전원은 총선과 대선에서 얼굴이 없었던 분들이다. 진박이라고 지칭하는 분들은 한 번도 공개된 장소에서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위치에 없었다.

반대로 ‘비박’이나 ‘짤박’이라는 사람 대부분은 총선과 대선 당시 최전선에서 뛰었던 사람들이다. (진박이라는 사람들과) 대비가 분명하다.

이 전 위원의 지난 2012년 비대위 활동 당시 모습. /더팩트DB
이 전 위원의 지난 2012년 비대위 활동 당시 모습. /더팩트DB

제가 가장 어이없었던 게 대선 끝나고 윤창중 씨를 대변인에 임명한 것이었다. 정말 화가 났다. 윤 전 대변인이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윤 전 대변인이 대선 전 방송에서 박근혜 후보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했던 건 사실이다. 그런 것까지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그건 개인의 자유다. 그런데 대중이 봤을 때 보상적인 측면에서 대변인까지 갔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지금 방송에 나오는 모든 평론가가 (윤 전 대변인의 청와대 입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분이 만약 불미스런 일이 없었다면 분명 ‘진박’ 타이틀을 들고 총선에 나왔을 것이다. 그분들은 총선과 대선에서 묵묵히 뛰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런데 국민은 받아들이지 못할 것으로 본다.

그분들은 묵묵히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총선과 대선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은) 뭔가 뒤바뀌었단 생각을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제가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을 두고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김무성 대표 쪽으로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저는 대통령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 중 하나는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김무성 대표와는 사적으로 딱 한 차례 식사를 한 게 전부다. (웃음)

◆당내 경선 통과할 만큼 경쟁력 있다!

이 전 위원이 선거캠프에서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이효균 기자
이 전 위원이 선거캠프에서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이효균 기자


-방송을 그만두고 20대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현실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뭔가.

정치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더는 삶에서 떼어낼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도 주로 정치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관전자 입장이 된 것이 싫었다. 2011년 12월부터 비대위 혁신위 활동을 하면서 현실의 문제 해결하는 주체적인 자리에 있었다.

그러다 최근 내가 나온 방송을 보는데 저렇게 무책임해도 되나 싶더라. 영악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시청률을 올리는 방법을 체득하게 됐다. 비판하면 올곧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시청률도 올라간다. 문제는 대안을 만드는 것과 욕을 먹을 용기가 있느냐이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방송에서) 한 이상적인 말을 주워 담지 못할 정도로 스스로가 겉멋이 들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현실정치에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종편에 많이 나온 분들은 정치 관점에서 플레이어로 보지 않는다. ‘명 스포츠해설가가 될 것이냐, 선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되겠느냐’는 선택의 갈림길에 있었다. 그러나 내가 구상하는 플레이를 하고 싶은 선수가 되고 싶었다.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목표라면 지역구가 아니라 청년비례대표라는 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역구를 선택한 이유는.

청년비례대표제도는 19대 때 양당에서 도입 했는데 냉정하게 평가할 시점에 왔다. 비례대표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인가. 비례는 공천권을 가진 사람이 ‘하사품’처럼 내리는 것일 수 있어 영향력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청년비례제도가 기대를 안고 출발했지만, 청년 이슈를 부각하지 못하게 했을 수도 있다.

청년의 이슈라는 것은 국회 300명 누구나 다루어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 이것을 청년비례라는 제일 힘없는 당의 한두 명에게 일임시켜버리는 것이 됐다. 청년 이슈가 얼마나 많은가. 등록금, 취업, 국방 등등. 오히려 전문성 없이 청년정책을 하라고 청년비례를 두는 것 보다는 모든 국회의원이 청년정책에 관심 가지게 해야 하는 데 그게 안 됐다. 안타깝다. 비례대표 개개인이 열심히 했다는 부분은 인정하겠지만, 변화를 가져왔느냐. 그렇지 않다. 다른 소수자들의 위치에 있는 비례대표도 비슷했다.

‘다음 상계동(多音 상계동)’ 전경과 카메라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 전 위원. 인터뷰에 급히 오느라 식사를 못 한 이 전 위원의 손에 과자가 들려 있다. /이효균 기자
‘다음 상계동(多音 상계동)’ 전경과 카메라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 전 위원. 인터뷰에 급히 오느라 식사를 못 한 이 전 위원의 손에 과자가 들려 있다. /이효균 기자

-원유철 원내대표는 ‘꽃가마’로 표현하며 전략공천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전 위원은 주민들의 ‘무등(목말)을 타고 가겠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당내 경선에 자신이 있다는 것인가.

(노원병이) 고향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선거가 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렇다면 불만 없이 당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고, 지역주민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경선은 당이 흥행요소로 삼을 수 있는 장점이 될 것이다. 만약 경선에서 흠집 내기나 치졸한 모습들만 부각되지 않고, 경선을 통해서 공정하게 경쟁한다면 당의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것이고 저도 그 부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여러 시도를 해야 하는데 그 안에 상향식공천이 있다고 본다.

당내 경선이 어려운 부분이기는 한데…. 자신감이라고 하면 또 오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당내 경선을 통과할 만큼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본선에서 헛심 쓰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에 예선(경선)전을 꼭 거쳐 가야 한다.

-대권 후보와 총선에 경쟁할지도 모른다. 선거에 임하는 각오 한마디 한다면.

유리 천장을 깨고 싶다. 깬 사람들이 있다. 넬슨 만델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위대한 사람들에 비유하자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고 김대중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등이 유리천장을 깼다.

저에게 주어진 목표는 벽을 깨는 것으로 생각한다. 상계동 어린이들에게는 그 벽을 깨주고 싶다. 저는 어린 시절 상계동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TV를 통해 본 국회의원의 모습 때문이었다. 저는 1986년 상계동이 개발된 뒤 ‘상계동 정서’를 마음속에 담고 자란 첫 세대라고 생각한다. 제가 마무리하고 싶다.

상계동에서 국회의원이 돼서 잘한다면 상계동 출신이 정치 못 한다는 지적도 없을 것이고, 초등학생들도 그런(국회의원) 꿈을 꾸게 되지 않겠나. 도로나 지하철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방’이 하나 더 생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성장해 함께 상계동을 변화시킬 수 있었으면 한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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