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민심탐방-대구] "'진박' 뽑아야지" vs "유승민에 한 표"<상>
입력: 2016.01.29 05:00 / 수정: 2016.01.28 23:02

오는 4·13 총선을 앞두고 대구 곳곳에서 진박(진짜 박근혜 사람) 대 친유(친유승민)계 세력 간 대결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진박 후보 핵심으로 꼽히는 정종섭(왼쪽)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대구=문병희 기자, 더팩트DB
오는 4·13 총선을 앞두고 대구 곳곳에서 '진박(진짜 박근혜 사람)' 대 친유(친유승민)계 세력 간 대결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진박 후보 핵심으로 꼽히는 정종섭(왼쪽)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대구=문병희 기자, 더팩트DB

여권의 심장 '대구'가 오는 4·13 총선의 '핵'으로 부상했다. 공천을 앞두고 새누리당 내 '역학관계'를 설정할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대구 수성갑을 제외한 지역에선 '진박(진짜 박근혜 사람)' 후보들이 청와대발 'TK(대구 경북) 또는 친유(친유승민)계 물갈이'의 총대를 메고 전장에 나섰다. 총성 없는 전쟁에 대구 민심이 요동친다. <더팩트>는 지난 25~26일 대구 민심 속으로 들어갔다. <편집자 주>

[더팩트 | 대구=오경희·신진환 기자] "진박? 유승민? 누구 뽑을지 와 묻노? 안 그래도 골치 아프다. 내 마음 속에 있다."

총선을 코앞에 둔 대구는 '폭풍전야'다. 대구 동구 '똥집골목'에서 만난 70대 이 모 씨는 선거 얘기를 꺼내자 손사래를 친다. 다만 이 씨는 "'새누리당에서 공천만 하면 뽑힌다'는 대구 민심이 예전 같지 않고, 변한 것 같다"며 조심스레 귀엣말을 했다.

이 씨의 속삭임은 '절대적 지지'의 균열을 의미했다. 주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강한 지지를 보내면서도 30년간 믿고 뽑아준 여권에 대한 회의감도 컸다. 또한,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 겨냥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 대한 동정 여론도 적지 않았다.

◆ "박 대통령 보필할 사람이면 된다"

대구 동구갑에 출사표를 던진 정 전 장관이 시장 상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대구=문병희 기자
대구 동구갑에 출사표를 던진 정 전 장관이 시장 상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대구=문병희 기자

대구 지역민들은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라는 데 대한 자부심이 컸다. 어딜 가든 6080 세대의 입에선 '박근혜' 이름 석자가 먼저 나왔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보필할 사람에게 대구를 맡겨야 한다"를 투표의 제1조건으로 내세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구지역 예비후보는 현재까지 12개 선거구에 49명으로, 이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이 43명이다. 특히 '진박' 후보로 꼽히는 이들은 최근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정종섭 전 행자부 장관(동구갑),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달성군), 곽상도 전 민정수석(중·남구),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서구), 이재만 전 동구청장(동구을),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북구갑) 등 6명이다.

자영업자인 김 모(60, 중·남구) 씨는 "'진박'이니 '가박(가짜 박근혜 사람)'이니 그런건 모르겠고, 대구 사람들은 후보가 누구든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힘쓸 사람을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에서 만난 6080 세대의 입에선 박근혜 이름 석자가 먼저 나왔다. 60~70대 주민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대구=신진환 기자
대구 지역에서 만난 6080 세대의 입에선 '박근혜' 이름 석자가 먼저 나왔다. 60~70대 주민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대구=신진환 기자

과일장사를 하는 50대 김병수(동구) 씨도 "새누리당이면 일단 당선된다고 보면 된다. 친박(친박근혜)이든 뭐든 성실한 사람이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동조했다.

건어물 장사를 하는 조혜화(64·여, 동구) 씨는 "새누리당을 지지한다. 정종섭 전 장관을 실제로 보니 활동적이고 일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왜 같이 일을 했는지 알 것 같다. 만약 총선에서 당선 되거든 동구의 경기 부양과 평화시장 리모델링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안덕임(88·여, 달성군) 씨도 "박근혜가 몰래 돈을 빼돌리길 했나 뭘했나. 일을 아주 잘하고 있다고 본다. 박근혜는 불쌍한 사람이다. 정종섭이나 추경호가 박근혜 도와서 일했다고 하니 믿을 수 있는 사람이겠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대통령 팔이 그만…재선 의원도 키워야"

대구 거리 전경./대구=신진환 기자
대구 거리 전경./대구=신진환 기자

반면 '진박' 및 여권 후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했다. 오히려 '역풍'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원 정 모 (50, 수성구) 씨는 "진박이면 된다는 발상 자체가 대구시민들을 우습게 본 것"이라면서 "대구에서 후보들 공약과 정책 대결은 안중에 없고, 박근혜 대통령과 누가 더 가깝냐, 머냐 이런 식의 얘기로 선거를 끌고 가는 것에 대해 심히 우려스럽다. 대통령 팔이 좀 그만하라"고 비판했다.

오 모(34, 서구) 씨도 "'진실한 사람들' '진박'? '박심(박금혜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고 내려온 사람들이 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지역은 없고, 중앙정치를 할 사람들을 뽑는 것은 '사표'를 던지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박 모(50대, 여, 동구) 씨는 "여권 후보가 공천을 받긴 하겠지만 과거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것과는 이번엔 좀 다를 것"이라면서 "그동안 지역 의원들이 정치 풍토상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재선, 삼선을 쉽게해서 안일했다. 물갈이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 지역에서 진박 및 여권 후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했다. 일부 주민들은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유승민 의원을 지지했다. 시장 골목 전경./대구=신진환 기자
대구 지역에서 '진박' 및 여권 후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했다. 일부 주민들은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유승민 의원을 지지했다. 시장 골목 전경./대구=신진환 기자

'물갈이 조짐'은 대결구도에서 감지됐다. 대구 곳곳에서 '친 유승민계 대 진박 세력의 대결'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 전 장관은 유 의원의 이웃 지역구인 대구 동구갑, 추 전 실장이 출마한 대구 달성군 등 이 두 곳은 각각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류성걸·이종진 의원의 지역구다. 곽 전 민정수석과 윤 전 홍보수석 역시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의 지역구에서 공천경쟁을 벌인다.

전직 교사인 배 모(65, 동구) 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유승민이 돼야 한다. 연탄공장 이전이든 지역 숙원 사업을 시작해 놓고 마무리는 해야 하지 않겠나. 쭉 지켜봐왔는데 유 의원이 소신이 있고 주민들과 스킨십도 잘하더라"며 유 의원과 친유계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또한, 일부 주민들은 쇄신을 명분으로 현역 의원을 물갈이하게 되면 또다시 국회에서 발언권이 약한 초선 의원에 지역구를 맡겨야 한다는 데 우려도 있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50대 서 모(중·남구) 씨는 "유승민 의원과 가깝다는 이유로 지역 의원들을 다 죽여서 되겠냐"면서 "진심으로 대구 주민들을 생각한다면 다선 의원으로 키워줘야 한다. 대통령만 믿고 보자는 사람들도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발 '공천 전쟁'의 '끝'은 무엇일까. '진박'의 승리냐, 유승민의 '부활'이냐.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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