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저작권료와 인격권료가 무료인 곡들도 있다. 대웅제약 우루사의 '간때문이야' 등과 같은 CM송이나 구전민요 등은 저작권료가 없다./대웅제약 우루사의 '간때문이야' 광고 화면 갈무리 |
오는 4·13 총선을 앞두고, '선거 로고송' 시장이 들썩인다. 정치권은 '승리곡'을 '찜'하고자 발빠른 행보에 나섰고, 업계도 '대목' 맞이에 한창이다. 로고송은 친숙한 멜로디로 후보의 이름과 공약을 알리는 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확성기 사용이 가능해진 1995년 지방선거 이후 '잘 만든 로고송 하나가 국회의원을 만든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더팩트>는 '선거 로고송'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선수'들은 '인기곡'만 찾지 않는다. 알고 보면,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저작권료와 인격권료가 무료인 곡들도 있다.
작사·작곡 미상인 구전민요 또는 동요 '우리 모두 다함께', '비행기'나 외국곡 '연가' 등은 저작권료가 없다. 하이마트의 TV광고 노래나 대웅제약 우루사의 '간때문이야' 등의 CM송도 마찬가지다. 가수 섭외와 편곡에 필요한 제작비만 지불하면 된다.
◆ 싼 게 비지떡이다? '아니라오~'
상황에 따라서 작사·작곡가들이 무료로 곡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 작사·작곡가의 사망으로 저작권이 소멸하는 경우도 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고인이 사망한 지 70년이 지난 곡인 경우 저작권료가 없다.
이런 곡들은 '개사'만 잘 하면 저렴한 비용에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지난 22일, 록밴드 출신으로 음원제작사를 운영하는 조성욱 대표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노래에 후보의 이름과 공약, 그리고 트렌드를 잘 살릴 수 있는 가사로 만들면 꼭 인기곡에 고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괜찮은 로고송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록밴드 출신으로 음원제작사를 운영하는 조성욱 대표가 로고송 제작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
로고송을 부르는 사람은 누굴까. 몇몇 업체들은 선거철 특수를 노려 유명 가수를 내세운 패키지 전략을 펼치기도 하지만 대개 제작업체의 로고송 샘플곡을 부른 가수들이 계약 후에 후보자의 이름 등을 바꿔 부른다.
조성욱 대표는 "로고송 가수들은 보통 코러스나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로, 발음이 좋고, 목소리가 밝으며 노래를 하면서 정당과 후보자 이름, 정책 등을 잘 전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당선되고 싶으면 '트로트'를 불러라?
역대 로고송은 뭐니뭐니 해도 '트로트'가 강세였다. 밝고 켱쾌한 멜로디에 일단 유권자가 따라 부르기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박상철의 '무조건'은 2007년 대통령 선거,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 2011년 상하반기 보궐선거에서 후보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곡으로 꼽혔다.
2007년 가수 박현빈은 로고송계의 황태자였다. 이명박 후보에게 '오빠만 믿어', 정동영 후보에게 '빠라빠빠', 권영길 후보에게 '곤드레만드레'를 부르게 했다.
인기 선거 로고송 곡목 예시./에이앤티 뮤직 블로그 갈무리 |
트로트가 아닌 인기 가요가 선거판을 바꾼 경우도 있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용한 당시 최고 히트곡 DJ. DOC의 'DJ와 함께 춤을'이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의 나이와 이미지를 개선해 20대 유권자들을 움직였다. 2000년 총선에는 이정현의 노래 '바꿔'가 로고송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에도 후보들의 꾸준한 선택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출마를 준비한 모 예비후보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미 크레용팝의 '빠빠빠' 등 젊은 층을 공략한 곡과 트로트를 포함한 로고송 3곡을 미리 녹음했다"면서 "젊은 유권자엔 인기가요, 중장년층과 노년층엔 역시 트로트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