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김빈 "더민주 입당, 축구 선수가 맨유 간 기분"
입력: 2016.01.22 05:00 / 수정: 2016.01.22 09:14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7번째로 영입된 청년 디자이너 김빈씨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갖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7번째로 영입된 청년 디자이너 김빈씨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갖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서 기자님, '디자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컥….' 말문이 막혔다. 20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7호' 김빈(34) 디자이너에게 "왜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됐나?"라고 물었다가 도리어 역공을 당했다. 네크라인이 깊게 파인 하늘색 원피스에 하얀색 재킷을 우아하게 걸친 그는 정치 질문을 하면 디자인 이야기로 유쾌하게 받아친다.

답을 못하고 머뭇거리자 김 디자이너는 곧장 "잘 모르시겠죠. 정치부 기자는 정치를 잘 알겠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죠. 저는 디자인적 사고로 정치를 재해석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향유하는 아름다운 정치를 만들고 싶어요"라고 미소 짓는다.

김빈(왼쪽) 디자이너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입당서를 들고 문재인 대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김빈(왼쪽) 디자이너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입당서를 들고 문재인 대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께서 제 이야기를 듣고 만나고 싶어 하셨대요. '어디에 그런 장정 같은 여자애가 있다더라(웃음).' 그래서 만나게 됐어요. 처음에는 사실 (영입 제안에 대해 ) 굉장히 걱정했어요. '많이 부족한데, 과연 내가 도움이 될까.' 하지만 한편으로 굉장히 영광이었죠. 축구 선수가 맨유에 들어가고 싶듯 그런 감정 있잖아요."

그는 자신의 영입과정을 풀어놓는다. 평소 강연을 할 때마다 "디자이너는 '역사'를 알아야 한다, 디자이너들은 디자인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디자이너들은 '본질'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김 디자이너의 강연 이야기는 문 대표의 귀에 들어갔다.

'김빈 키' '김빈 나이' '김빈 남편' '김빈 토스터'…. 포털사이트에 '김빈'을 검색하면 뜨는 연관 검색어들이다.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문 대표보다 키 큰 젊은 디자이너가 왜 국회로 왔지?" 다음은 김 디자이너와 일문일답이다.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7호 김빈 청년 디자이너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7호' 김빈 청년 디자이너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청년 디자이너가 정치권에 발을 들였습니다. 사람들은 '김빈 키' '김빈 나이' '김빈 남편' '김빈 토스터(디자인)' 등을 검색하며 많은 관심을 가지더라고요. 현재 하는 일 등 자기 소개를 부탁할게요.

저는 전통을 디자인하는 사람이에요. 한국의 얼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일을 합니다. 갖고 싶고, 가질 수 있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즉 '향유'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거죠.

말은 되게 좋아 보이는데, 잘 모르시겠죠. 무엇이냐면 우리의 얼이 담긴 생활용품을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해요. 제품을 보면 "아 가지고 싶다" "실용적이다" "가격도 1만 5000원밖에 안 해" 사서 집에 가져 갔는데 "아 이거 쓸수록 더 괜찮네" "상상도 못할 만큼 괜찮다" 이렇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요. 제조하고 디자인하고, 수출도 하고 국내에서도 팔고 있습니다.

-34살, 어린 나이에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정치 입문 계기는 무엇인가요.

일단 키가 큰 것 같아요(하하). 장난이고요. 글쎄요 어필보다는. 내가 왜 들어오려고 했느냐,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느냐를 설명해드리고 싶어요.

정치부 기자시죠? 디자인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잘 모르겠죠. 사람들은 디자인에 대해서 잘 몰라요. 사실 디자인은 굉장히 재미있는 분야에요. 왜 재밌느냐면 그냥 문제 해결을 위해서 사고를 하는 학문이에요.

예를 들면 문 손잡이를 디자인할 때 보통 사람들은 별 모양, 해 모양처럼 문양을 바꾸려고 할 텐데 사실은 그게 디자인의 다가 아니거든요. 정치도 마찬가지예요. 정치부 기자는 정치를 잘 알겠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거죠. '더 민주, 최고위원회 소집…OOO 결단해' 일반인들은 이런 기사들을 보고 '음…. 왜 결단한 거지. 왜? 하면서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디자인적인 사고를 하면 그 '불통'이 보여요. '지금 소통이 안 되고 있네. 여기 물길을 열어줘야겠다'와 같이 현상을 파악해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디자이너예요. 저는 그런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적 사고로 정치를 재해석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향유하는 아름다운 정치를 만들고 싶어요.

김빈 디자이너가 지난 11일 입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2015년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 리빙부문에서 수상한 단청바스켓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김빈 디자이너가 지난 11일 입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2015년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 리빙부문에서 수상한 '단청바스켓'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일각에선 "'청년 디자이너'와 '정치' 잘 어울리지 않는데 어떻게 국회로 왔지. 문 대표와 평소 두터운 친분이 있나'"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더라고요.

전혀 (친분은) 없었어요. 문 대표님은 기사로만 뵙던 분이세요.

제가 평소에 강연을 다니면서 "디자이너는 '역사'를 알아야 한다, 디자이너들은 디자인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디자이너들은 '본질'을 알아야 한다"는 말을 꾸준히 했어요. 예를 들어 예전엔 '김연아폰, 김태희폰, 원빈폰' 이런 것들 많이 보셨죠? 지금은 연예인 이름을 붙이지 않잖아요. 어느샌가 없어졌죠? 우리가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마다 연예인들에게 광고비를 주는 형태였는데, 사람들은 더는 이것을 원하지 않아요.

TV 앞에 다니엘 헤니가 서 있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TV 색상, 얼마나 큰지, 얼마나 깨끗한지, 이런 본질에 집중하거든요. 소비자들이 본질을 알고 싶어하는 거죠. 그래서 제가 그런 것을 자꾸 본질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하고 다닌 거죠.

먹고살 만하세요? 힘들잖아요. 그럼 저는 디자이너니까 이렇게 생각한단 말이에요. 왜 힘들지 항상 힘들었나. 아닌데 최근에 특히 힘든 것 같은데 그럼 돌아봐야 해요. '옛날엔 왜 안 힘들었지!' '그땐 어땠지'라고 돌아보면 지금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걸 발견하게 되죠.

사람들이 더는 닮고 싶은 사람이 없나 봐요. 존경하는 멘토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존경하는 인물이 없는 거예요. 아이돌은 귀엽지만, 막상 보면 나 같지 않고, 재벌은 나에게 너무 먼 얘기고. 와 닿지 않는 거죠. 그러니까 자포자기하는 거 아니겠어요. "게다가 나보고 이젠 흙수저래, 오 완전 맛이 갔네. 나는 나아갈 길이 없나 결혼도 하지 말아야겠다." 이게 현실이 된 거죠.

이런 분들에게 저는 "우리 예전에는 어떻게 해서 찬란한 문화유산이 나올 수 있게 됐지"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특강을 하고 다녔어요. 그걸 문 대표께서 들으셨고, 만나고 싶어 하신 거죠. "어디에 장정 같은 여자애가 있다더라.(웃음)" 그래서 만나게 된 거에요.

김빈 디자이너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오신 분들의 발자취가 다 더불어민주당 전신에 있다고 말했다./임영무 기자
김빈 디자이너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오신 분들의 발자취가 다 더불어민주당 전신에 있다"고 말했다./임영무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어떤 비전을 보게 됐나요.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셨던 분들이 있죠. 민주주의가 무엇이 중요하길래 투쟁하셨을까. 왜냐면 민주주의 사회에서만이 사람들이 노력한 만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것을 만들기 위해 싸워오신 분들의 발자취가 다 더불어민주당 전신에 있어요. 제게 영입 제안이 있었을 때 사실 굉장히 걱정했어요. '내가 많이 부족한데, 과연 도움이 될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영광이었죠. 축구 선수가 맨유에 들어가고 싶듯 그런 감정 있잖아요.(웃음)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라는 단어를 버리지 않는 건 민주주의를 확립시키고, 그 안에서 노력하는 모든 사람이 그에 따른 보상을 받아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을 만드는 게 목표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비슷한 시기에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국민의당에서는 이준서 에코준 대표를 영입했는데요. 두 분 친분이 있다던데, 같은 청년 디자이너로서 교감이 좀 있으셨을 것 같아요. 영입 관련한 이야기나 정치 이야기를 따로 나눠본 적 있나요.

정치 이야기요? 전혀 없어요. 그분이 영입됐다는 사실도 기사를 검색하면서 알았어요. 예전에 전시회 때 몇 번 뵀고, 제가 전시회 통역도 맡은 적은 있어요.

뉴스를 봤을 때 굉장히 반가웠어요. 그렇잖아요. 디자이너가 정치에 온다고 하면 '뭥미, 디자이너가 웬 정치?'라고 하는데, 정말 디자이너가 뭔가 있나? 우리도 영입하자는 반응이 생긴 것이 전 아주 좋더라고요. 디자이너들은 정말 무언가 '있는' 사람들,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정치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 디자이너가 영향을 떨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김빈 디자이너는 저는 대표로서 온 게 아니라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임영무 기자
김빈 디자이너는 "저는 대표로서 온 게 아니라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임영무 기자

-공통점이 많은 두 사람의 차별점을 꼽는다면? 청년 디자이너의 대표로 입당했는데 포부 한 말씀 부탁할게요.

앞으로 하는 걸 보면 드러나지 않겠어요. 사실 비교를 해 본 적은 없지만, 저는 굉장히 (앞으로 펼쳐질 상황을) 매우 긍정적으로 봐요. 사람들이 비교하든, 말든 그 자체가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는 거니까요. 저는 오히려 사람들이 더 디자인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 시너지 효과가 나기 위해 노력할 거에요.

그리고 저는 청년 디자이너를 '대표'해서 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디자인을 저보다 잘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어요. 저는 대표로서 온 게 아니라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에요. 예를 들어 장기알에서 '말'이 하는 일이 있고 '포'가하는 일이 있잖아요. 목적은 적의 을 잡는 일이죠. 제 목적은 민주주의를 이루고 사회를 변화시키고 사람들이 잘사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고, 그걸 하기 위한 저의 무기가 '디자인'인 거죠.

그래서 제가 특별히 대표로서 무엇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저는 어떻게 하면 제가 더 당에 도움이 될 것인지 제가 연구해서 사람들이 정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하고, 청년들과 소통을 통해 대변해 그들의 목소리를 여기서 낼 거에요. 사실 여기서 목소리를 내는 분들은 다 자기 분야의 전문가들이잖아요. 제가 문화예술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되게 재밌어하더라고요.

-총선출마 계획은 있나요.

지난번 기자회견에도 말씀드렸지만, 당이 원하시는 대로 당의 전략에 따라서 할 거예요. 어쨌든 목적은 우리가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변화를 만들겠다는 것이고 저는 구성원이에요. 제가 '포'가될지 '말'이 될지는 아직 몰라요(웃음).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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