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어프로치] 금수저가 '흙수저' 마음을 알까
입력: 2016.01.22 05:00 / 수정: 2016.01.21 20:56
지난해부터 흙수저와 같은 자기 비하 단어가 세대를 아울러 깊숙히 스며들고 있다./더팩트 DB
지난해부터 '흙수저'와 같은 자기 비하 단어가 세대를 아울러 깊숙히 스며들고 있다./더팩트 DB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지난 15일 저녁. 대학 선후배들이 모여 조금 늦은 신년 모임을 가졌다. '불금'이어서 그런지 '넥타이 부대'들은 거침없이 술을 들이 부었다. 으레 그렇듯 각자의 어려운 신세를 술안주 삼아 털어놓는다. 직장, 결혼, 육아, 빚, 집 걱정…. 생후 2개월된 첫 딸을 둔 한 선배가 진지한 표정으로 넋두리했다.

"딸한테 동(銅)수저는 줘야 하는데, 죽어라 일해도 팍팍한 인생이 왜 나아지지 않냐?"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는 경제적 척도 개념인 신조어 '금수저' '흙수저'는 우리 사회에서 더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노오력'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사회 구조, 그 속에서 발버둥쳐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은 정치권에서도 고민이 깊다.

정치인들은 '흙수저'를 사용해 현 실태를 적절히 지적한다.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27일 "'금수저' '흙수저'의 시대에 청년들은 절망한다. 이런 절망을 깨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고 언급했다. 또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우리 아이들이 흙수저라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희망을 잃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고 맥을 같이했다.

하지만 정작 지금의 국회는 굳어버린 경제기득권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 국회는 정쟁을 거듭하며 공전 상태에 있고, 무쟁점 법안에 대해서만 무더기로 처리하는 형국이다.

수저계급론의 절대적 기준인 경제력으로 국회의원의 수저 색을 따져보자. 지난해 3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제19대 국회의원 289인의 평균 재산이 19억2700만 원이다. /더팩트DB
'수저계급론'의 절대적 기준인 '경제력'으로 국회의원의 수저 색을 따져보자. 지난해 3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제19대 국회의원 289인의 평균 재산이 19억2700만 원이다. /더팩트DB

그런 와중에 흙수저의 애타는 마음이 국회에서 들렸다.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 농민들이 찾아왔다. 정의당 입당 관련 브리핑 자리였는데, 한 농민은 이렇게 말했다.

"농가가 힘듭니다. 먹거리가 제일 중요한데 말이죠. 국회의원님들 중 흙수저 계실까요. 아마 거의 금수저일 거예요. 저처럼 흙수저인 농민의 마음을 아시려나요? 그러면서 국민을 위하신다고 하시니…."

농민의 목소리가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금수저인 너희가 흙수저의 절망과 고통을 알고 얘기하는 거냐? 의원들은 흙수저의 처지가 아닌데, 심각하게 받아드리고 신속히 추진하는 국회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들린다.

그렇다면 '수저계급론'의 절대적 기준인 '경제력'으로 국회의원의 수저 색을 따져보자. 지난해 3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제19대 국회의원 289인의 평균 재산이 19억2700만 원이다. 그것도 신고 총액이 500억 원이 넘는 3명을 제외한 수치다. 이를 포함하면 평균 재산은 2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는 온라인상에 떠도는 '금수저계급표'에 대입하면 '금수저'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금수저'는 20억 원 이상 보유한 사람들이라고 한다.(사실 금수저의 정확한 기준은 없다)

농민은 국회의원이 부를 축적했다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다 본질적 문제 해결을 바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불평등이 뚜렷해지면서 세대를 아우른 국민이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길이 막막한 흙수저는 정부와 국회를 바라보고 있다. 아마도 단상에 오른 농민의 심정은 자식에게 흙수저를 물려주지 않으려는 간절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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