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희의 P-STORY] 정치인들의 흔한 말 "나는 잘못 없어"
입력: 2016.01.20 05:00 / 수정: 2016.01.19 22:13

여야 정치권은 흔히 잘못을 서로에게 미룬다. 지난해 9월께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한 19대 국회의원, 박형준 국회사무총장 등 278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현관 앞 계단에서 국회 40주년을 맞이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여야 정치권은 흔히 잘못을 서로에게 미룬다. 지난해 9월께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한 19대 국회의원, 박형준 국회사무총장 등 278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현관 앞 계단에서 국회 40주년을 맞이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더팩트 | 오경희 기자] "나는 노력하는데, 네가 문제야."

헤어진 연인들의 흔한 레퍼토리다. 어디 이들 뿐일까. 승자독식 사회 속 많은 사람들은 '자기 패배'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남탓'이 더 익숙한 세상이다.

정치인들은 더 그렇다. 의원으로서 개인의 책임은 외면한 채, 오롯이 상대(세력)와 '구태 정치'에 잘못을 떠넘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탈당과 국민의당 창당, 그리고 복당, 국회 공전 사태 등 일련의 정치 상황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이다.

이들의 탈당·창당·복당 회견문을 보자. 어느 쪽이든 명분은 하나같이 '정권교체'와 '새 정치'의 희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권교체'란 네 글자는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다.

탈당 및 창당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더불어민주당 내엔 자기만 옳다는 아집과 계파 패권에 눈이 어두워 변화와 혁신을 거부한다"고 말한다. 좀 더 직접적으로 "거듭되는 선거 참패에도 문재인 대표는 반성도, 책임도, 대책도 없다"고 비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더불어민주당(더 민주)에 입당·복당한 인사는 다시 더 민주에서 희망을 찾는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혁신해 2017년에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수권정당, 미래여당으로 우뚝 세우자"며 말이다.

또한 떠난 이도, 돌아온 이도 '책임정치'를 서로에게 따져묻고, 자신들은 이루겠노라 약속한다. 그러나 그들 역시 책임을 져야할 '지분'이 있다. 그러나 (계파 논리를 떠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저 '떠나면 그만'일까. 정당 이전에 국민은 의원 개인 한 명, 한 명에게 소중한 권한을 위임했다. 또다시 '새 정치'란 구호로 '진짜 책임'을 다한 것은 아닐 일이다.

결국, 19일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힌 문 대표를 비롯해 '남은 이(잔류 세력)'도 마찬가지다. 왜 좀 더 이전에 '혁신'을 이루지 못했으며, 내부 '자정능력'을 갖추지 못했나. 14년 동안 집권 세력(친노무현)은 '기득권 싸움'으로 세월을 보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모두 앞다퉈 '국민'을 말하면서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신년 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4대 개혁과 쟁점법안 처리를 촉구하면서 국회를 압박했다./더팩트DB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신년 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4대 개혁과 쟁점법안 처리를 촉구하면서 국회를 압박했다./더팩트DB

대통령은 어떤가. 지난 13일 신년 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내세워 '국회 탓'을 했다. 4대 개혁과 쟁점법안 처리를 촉구하면서 "국회는 국민을 대신하는 민의의 전당이 아닌 개인의 정치를 추구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작 입법 기관의 한 축인 야당을 설득하지 못한 대통령의 책임은 누가 누구에게 물어야한다는 걸까.

여야 역시 '네 탓'을 했다. 16일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기간제법을 제외한 노동개혁 4법 처리를 제안한 것은 그만큼 절박감을 담은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더 민주의 적극적이고 조속한 협조를 촉구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더 민주는 "노동관계법을 연계해 일괄처리하자는 새누리당의 경직성은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며 "여당이 고집한 자체가 초유의 선거구 공백 상태를 초래했기 때문에 그 책임은 여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 대치 국면의 겉을 보면 '민생'을 위해 싸우는 것 같지만, 그 속엔 '주고 받아야 할 것들'에 대한 딜(협상)'이 숨어 있다. 정말 중요하다면, 책임질 각오를 하고 밀어붙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도 지금 이 순간, 덧없는 시간만 흐르고 또 흐른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라고 서로 나무라면 '소는 누가 키우나'.

국민은 화가~난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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