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포커스] 안철수의 인재영입 딜레마, '부패척결 VS 문호개방'
입력: 2016.01.13 05:00 / 수정: 2016.01.12 20:51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동신 전 국방부 장관·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한승철 전 검사장 영입을 전격 취소했다./이새롬 기자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동신 전 국방부 장관·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한승철 전 검사장 영입을 전격 취소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국민의당 창당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은 최근 '부패척결'과 '문호개방' 사이에서 인재영입 딜레마에 빠졌다.

안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국민의당은 지난 8일 오전 창당준비점검회의를 갖고 '과감히 문호를 개방하되 부정부패 인사는 제외할 것'이라는 쉽지 않은 인재영입 기준을 제시했고, 이는 시작과 동시에 삐걱거렸다.

이날 창준위점검회의에서 한상진 창당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신당의) 문호를 과감하게 개방한다. 대의에 동참하는 분은 누구든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안 의원은 "부정부패에 대해선 어떤 정치세력보다 모범을 보이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인재영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선별적 영입'을 하겠다는 취지다.

허신행(가운데) 전 농수산부 장관은 11일 소명 절차도 없는 졸속 영입취소로 저에게 씻을 수 없는 인격 살인을 받도록 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정식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답이 없을 때는 2차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서민지 기자
허신행(가운데) 전 농수산부 장관은 11일 "소명 절차도 없는 졸속 영입취소로 저에게 씻을 수 없는 '인격 살인'을 받도록 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정식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답이 없을 때는 2차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서민지 기자

안 의원의 이 다짐은 발표 7시간 만에 와르르 무너졌다. 같은 날 오후 신당에 합류한 국방·농업·검찰·경찰 분야의 전문가 5명 가운데 3명이 부정부패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결국 안 의원 측은 '정비되지 않은 시스템 문제'라고 해명한 뒤 김동신 전 국방부 장관·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한승철 전 검사장 영입을 전격 취소했다.

제3 대안 정당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여론은 들끓었다. "포털사이트에 이름만 검색해도 뜨는 정보인데 왜 컷오프 하지 못했느냐"는 비난이 쇄도했다. 더불어 지난달 신당 기조 발표에서 '3040 인재영입론'을 내세우면서 일반 전문가들이 국회에 들어올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겠다고 밝혔는데, 이제껏 영입한 인사 중에 3040 세대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애초 마음대로 드나들게 문을 활짝 열어놓고 부패척결만 쏙쏙 골라내는 거름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한 위원장은 이날 저녁 '진실캠프'와 만찬회동 직후 "중요한 것은 설사 그동안의 흔적이나 평판이 문제가 된다 하더라도 진정으로 (문제를) 소명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커다란 공감과 감동을 주는 상황이라면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좀 더 국민의 높은 의식 수준에 부흥하는 엄격한 기준과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국민의당은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어 닻을 올리고 90여 일 남은 총선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한 위원장(왼쪽 두 번째)은 안 의원(왼쪽 세 번째)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추대했다./이효균 기자
지난 10일 국민의당은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어 닻을 올리고 90여 일 남은 총선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한 위원장(왼쪽 두 번째)은 안 의원(왼쪽 세 번째)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추대했다./이효균 기자

그러나 안 의원 측은 아직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진 못했다. 11일 "소명 절차도 없는 졸속 영입취소로 저에게 씻을 수 없는 '인격 살인'을 받도록 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정식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답이 없을 때는 2차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허 전 장관에게 안 의원은 "만나 뵙고 말씀드리겠다"고만 한 상태다.

어찌 됐든 지난 10일 국민의당은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어 돛을 올리고 90여 일 남은 총선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한 위원장은 안 의원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추대했다. 그는 "인사검증 시스템은 일단 인재영입절차와 공천절차가 있다. 절차와 공식을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만들어서 착오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검증시스템을 갖고 평가하겠다. 정치입문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 발굴해 진출시키는 게 각오"라고 다시 한 번 밝혔다.

인재영입위원장의 자격으로 안 의원은 11일 '호남행 열차'에 올라탔다. 한 위원장은 안 의원의 지방일정이 끝나는 대로 기본 조직 정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과연 안 의원이 '부패척결'과 '문호개방'이라는 대척점에서 '기라성같은 인재들'로 국민의당을 채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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