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왼쪽) 더불어민주당 전 공동대표와 김병곤 웹젠 이사회 의장은 지난 3일 탈당과 입당을 함께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문병희 기자 |
[더팩트 |이철영 기자]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 첫 주말이었던 지난 3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주요 인사의 탈당과 입당이 교차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한길 더불어민주당 전 공동대표는 이날 탈당을 선언했고, 문재인 대표는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을 ‘인재영입 2호’로 맞아들였다. ‘나가고 들어오고’는 계파 간 갈등을 겪고 있는 더민주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사연 없는 무덤은 없다는 말처럼 나가고 들어가는 이들은 ‘왜’를 각자의 변(辯)을 통해 밝혔다. 마찬가지로 당을 떠나는 김 의원과 입당하는 김 의장은 각자의 변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그의 주장을 빌자면) 패권세력의 ‘네 탓’을 탈당의 주요 고리로 삼았고, 김 의장은 ‘함께 혁신하자’라는 부문에 방점을 찍으면서 각각의 나가고 들어가는 결심을 밝혔다.
김 의원은 “애오라지 계파 이익에 집착하는 패권정치의 틀 속에 주저앉아 뻔한 패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라며 “이제 백지 위에 새로운 정치지도를 그려내야 한다.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에 헌신하겠다”고 탈당 이유를 설명했다.
김한길 의원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
반면 김 의장은 “정치라는 단어를 마주하면 두려움과 거부감이 있다. 저의 정치참여 소식을 듣고 중학생 아들이 부탁한 게 있다. 영화 '스타워즈'를 보고 오면서 'Dark Side(어두운 면)'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었다. 저는 거기에 물들지 않고 혁신을 물들이는 사람이 되겠다. 누군가의 롤모델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기존 관록의 정치인과 신인의 변을 나름 곱씹으면서 ‘시대 인식’의 차이가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정치에 잔뼈가 굵은 김 의원이 밝힌 탈당의 변에서는 국민이 야권에 바라는 혹은 정치권에 바라는 변화에 대한 부분은 극히 제한적이다. 솔직히 말해 그의 탈당의 변에는 오롯이 ‘문재인과 주류 탓’이라는 자기 합리화가 전부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이 정치권에, 야권에 바라는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면 기자만의 속단일까.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왼쪽)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문재인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
반대로 이제 막 정치권에 몸담겠다고 다짐하는 김 의장의 입당의 변에는 풋풋한 ‘시대의 아픔’이 담겨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가 말한 ‘흙수저’ ‘헬조선’ ‘n포세대’ 등은 패기와 열정으로 넘을 수 없는 시대의 현실을 같이 아파하는 것처럼 보였다. “노오력해보았나”고 묻는 것은 ‘꼰대의 언어’라고 몰아붙이는 비판 등을 고용절벽 앞의 젊은 세대는 눈여겨본다.
작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고충과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의 일단을 꼬집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어둠의 포스에 굴복하지 않는 정치인” “열정으로 도전하는 청년에게 안전그물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물론 김 의장이 두려움과 거부감을 갖게된다는 정치판에서 얼마나 초심을 유지해나갈지는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그런데 왜 김 의원은 변화와 혁신을 이야기하면서도 ‘시대의 아픔’보다 ‘네 탓’에 더 집중했을까. 혹시 김 의원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한 단견일까. 흔히 ‘시대정신’이 없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고들 한다.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시대정신(時代精神)이란 한 시대에 지배적인 지적·정치적·사회적 동향을 나타내는 정신적 경향이라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그 시대 특유의 사회적 상식’이다.
2016년 벽두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시대 키워드는 역설적일 수 있지만 '헬조선'이고 '흙수저'이며, 작금의 시대정신은 세대와 이념으로 인한 분열을 막고,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 아닌가. 야권 통합을 열망하는 국민들에게 탈당과 입당을 경쟁하듯 펼쳐보이는 기자회견은 보는 것만으로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