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박 대통령은 어떤 국민과 어려움을 극복했나?
입력: 2015.12.22 05:00 / 수정: 2015.12.21 22:58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 226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국민들과 합심해 노력을 해 온 결과 올해 어느 때보다도 어려웠던 상황들을 극복해왔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 226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국민들과 합심해 노력을 해 온 결과 올해 어느 때보다도 어려웠던 상황들을 극복해왔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더팩트 ㅣ이철영 기자] "국민들과 합심해 노력을 해 온 결과 올해 어느 때보다도 어려웠던 상황들을 극복해왔는데…." "눈앞에 위기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는데, 손발이 묶여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할 수 있는 일도 못 해서야 되겠느냐."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 226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많은 말을 했지만, 유독 위의 말들이 귀에 들어옵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이야기한 저변에는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한 경제활성화법안과 노동개혁 5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을 두고 여당 지도부를 질타한 것도 모자라 입법부의 수장인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정 의장은 청와대의 요청을 거절했고, 야당은 이를 두고 삼권분립의 위협이라고까지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발언 중 "국민들과 합심해 노력을 해 온 결과 올해 어느 때보다도 어려웠던 상황들을 극복해왔는데"라는 말이 자꾸 되뇌어집니다. 과연 어떤 결과를 두고 하는 말인지 언뜻 그 사례를 찾기가 어려워서입니다.

서민들은 2015년 주거비와 사교육비 부담은 늘고, 가계 부채는 1200조원까지 불어났습니다. 또 취업난에 이태백, 사오정, 헬조선, 탈조선 등이 속출하고, 심지어 ‘20~30대 명예퇴직’ 시대가 왔습니다. 사진은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 /이새롬 기자
서민들은 2015년 주거비와 사교육비 부담은 늘고, 가계 부채는 1200조원까지 불어났습니다. 또 취업난에 이태백, 사오정, 헬조선, 탈조선 등이 속출하고, 심지어 ‘20~30대 명예퇴직’ 시대가 왔습니다. 사진은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 /이새롬 기자

박 대통령이 설마 착각한 것은 아닐까요.

실제 우리 주변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요. 서민들은 2015년 주거비와 사교육비 부담은 늘고, 가계 부채는 1200조원까지 불어났습니다. 은행권의 전세자금 대출은 최근 약 5년간 9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010년 말 2조 281억 원에서 올 8월 현재 18조 4925억 원으로 9배 넘게 늘었습니다다. 동시에 임차 가구 중 전세 대 월세 가구 비율은 2006년 54.2% : 24.8%에서 지난해 45% : 55%로 역전되면서 가계부채 총액은 116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또 '이태백' '사오정'으로 대변되던 것이 이제는 헬조선, 탈조선 등과 같은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지옥 같은 한국,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비관론적인 청년들의 자조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20~30대 명예퇴직’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탈출구를 찾는 서민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누가 뭐래도 인생 역전 ‘복권’입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1조 77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00억 원(9.2%)이나 증가했습니다. 올해 복권 판매액도 무난히 3조원 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게 서민들의 현실입니다.

요즘 연말이다 보니 저녁 술자리가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연말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 중에 박 대통령의 말처럼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은 찾기 어렵습니다.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나누는 대화 대부분은 “전세금 올려달라고 해서 대출받았다” “집주인이 월세로 바꾸자는데 전셋값이 올라 이사도 못 가고” “세금은 참 많이 내는데 나라가 해주는 건 참 없다” “진짜 살기 팍팍하다” “일을 해도 빚이 늘어”라고 말합니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 중 박 대통령이 말한 “어려웠던 상황을 극복”한 이들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누군가는 박 대통령의 발언들을 두고 “같은 시대를 사는 게 맞지? 근데 왜, 다른 시대에 사는 것 같지”라고 말합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어떤 국민과 합심해 어려웠던 상황을 극복했습니까.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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