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희의 P-STORY] '안철수 탈당'과 의원들의 '두 얼굴'
입력: 2015.12.16 07:57 / 수정: 2015.12.16 09:59

안철수 탈당 사태로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내 계파간 공수가 바뀐 모양새다. 사진은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토론회에 나선 문재인(왼쪽)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더팩트DB
'안철수 탈당' 사태로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내 계파간 '공수'가 바뀐 모양새다. 사진은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토론회에 나선 문재인(왼쪽)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더팩트DB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야누스'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두 얼굴을 가진 신을 말합니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일컫을 때 야누스에 빗대곤 하지요.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지만 요즘 '안철수 탈당' 사태를 보면서 비슷한 생각이 듭니다.

'안철수 탈당 사태'의 원인은 크게 새정치민주연합 내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 간 주도권 싸움이었습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주류 세력인 친노(친노무현)계와 비주류 세력인 비노(비노무현)계의 지분 싸움입니다. 결국 총선을 앞두고 '누가, 어느 세력이 공천권을 쥐고 당을 장악하느냐'로 비쳤습니다. 계파마다, 의원마다 '정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지요.

이 과정에서 문 대표와 각을 세워온 비주류 세력은 안철수 전 대표를 선봉장으로 내세우며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고 주류 세력을 압박했습니다. 안 전 대표의 탈당설을 적극 뒷받침하면서 '안 전 대표의 탈당을 막기 위해서라도 문 대표의 퇴진'을 촉구했습니다.

설마설마했지만, 안 전 대표는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새정치연합)'을 나갔고(탈당), 제1야당은 또다시 분열과 좌초 위기에 놓였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안철수 전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당장 안 전 대표가 탈당하자, 비주류 세력을 중심으로 '연쇄 탈당'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여러 의원들이 동반 탈당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탈당'을 감행한 이는 없습니다. 막상 '안철수 탈당 카드'가 실행되면서 비주류는 탈당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 듯합니다. 비주류가 탈당파와 당내투쟁파로 분화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수세에 몰렸던 주류와 비주류간 '공수'가 바뀐 모양새입니다. 친노 진영인 최재성 의원은 15일 비주류 진영을 향해 "참 후졌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비주류의 좌장격인 박지원 의원은 같은 날 "저의 거취에 대해서 묻습니다만 고민이 깊어가는 밤"이라고 밝혔고,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14일 "저도 조금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며 "고민이 깊다"고 말했습니다. 문병호 의원도 당초 15일께 유성엽·황주홍 의원과 함께 탈당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오는 17일로 연기했습니다. 비주류 모임 중 가장 큰 세를 과시했던 구당모임의 간사인 노웅래 의원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구당모임은 탈당이나 신당을 전제로 모인 것도 아니다"라며 탈당설에 선을 그었습니다.

문재인 대표(가운데)와 지도부들이 지난 4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마당에서 열린 2015 다함께 정책엑스포 테이프 커팅식에 참석하고 있다./더팩트DB
문재인 대표(가운데)와 지도부들이 지난 4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마당에서 열린 '2015 다함께 정책엑스포' 테이프 커팅식에 참석하고 있다./더팩트DB

그리고, 묘하게도 이들은 또다시 '통합'을 이야기합니다. 김한길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성가신 사람 하나 사라졌다고 우리끼리 가면 패배의 길"이라며 "여전히 총선 승리를 위한 답은 '야권통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너무도 뻔한 '답'을 정말 아무도 몰랐던 걸까요?

'통합'과 '화합'. 지난달 22일 숙환으로 서거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유지입니다. 앞다퉈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이들은 유지를 받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그 약속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지키지 못한 '공언'과 야당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실망에 대한 책임은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 주류-비주류 의원들 모두에게 있습니다. 이래서 정치인들을 보고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하나 봅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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