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②] '巨山' YS가 남긴 '칼국수 정신' 의미
입력: 2015.11.28 05:00 / 수정: 2015.11.27 22:00
과거 자택 서재에서 집필하고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김영삼민주센터 제공
과거 자택 서재에서 집필하고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김영삼민주센터 제공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띵동.' "진환아 성북동으로 가서 칼국수 한그릇 먹고 와라."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지난 23일 빈소로 향하던 발길을 급히 돌렸다. 목적지는 성북동 '국시집'. 메시지를 보낸 선임은 생전 김 전 대통령의 단골집이라고 했다. 대통령과 칼국수? 왠지 어색한 조합처럼 느껴진다. 전날 빈소에서 치열한 하루를 보낸터라 지친 몸을 이끌고 서둘러 성북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왜 많은 음식 가운데 칼국수였을까.

오전 11시 30분, 식당 안은 점심 손님 맞이 준비로 한창이다. 내부는 흔히 볼 수 있는 식당과 다를 게 없다. 흔한 액자 하나 없었다. 사람 냄새나는 곳이랄까. 일찍부터 테이블에 자리잡은 60대 노신사 세 명은 반주를 곁들이며 칼국수 한그릇을 남김없이 비웠다. 빈그릇 사이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얘기가 드문드문 오간다. "가는 세월은 못 막지…. 허망하게 죽었네.'

취재진도 빈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고 칼국수를 주문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즐겨 드셨던 칼국수 주세요". 점심 시각이 가까워져 오자 금세 만석이다. 50대 최성우 씨도 두리번거리다 취재진과 합석했다. 그의 주문도 같다. '얼마나 맛있길래….' 입맛을 다신다.

드디어, 칼국수가 눈앞에 놓인다. 투박한 칼국수 면에 채 썬 애호박과 고기 고명이 전부다. '이게 뭐야' 란 생각도 잠시 '음' 감칠맛에 고개를 끄덕였다. 칼국수 특유의 담백한 맛이 느껴지고 자극적이지 않다. 단골이란 최 씨도 "음식이 요란스럽지 않고 소탈해서 좋아한다"고 말한다. 이 가게는 심지어 반찬도 무채와 신김치가 전부다. '소박' 그 자체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생전 즐겨 찾았던 곳으로 알려진 서울 성북동의 칼국숫집의 칼국수./신진환 기자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생전 즐겨 찾았던 곳으로 알려진 서울 성북동의 칼국숫집의 칼국수./신진환 기자

점심 장사를 마친 식당 주인 이수자 씨는 YS와의 인연을 되뇌였다. 임기 말인 1998년 YS를 처음봤다는 그는 "늘 자상하고 살갑게 대했고 서민적이었다. 특히 부추김치를 참 좋아하셨다"면서 "이 가게는 어머니(이옥만 씨·2007년 작고)가 1969년에 문을 열었다. 이후부터 YS는 40년 정도 우리 집을 찾아왔다. 어머니 칼국수를 YS가 좋아했다"고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이 씨의 말처럼 YS는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청와대에서 "오늘의 점심, 칼국수"라며 각료들과 서민의 대표 음식인 칼국수를 함께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국민이 YS를 "소탈하고, 검소한 대통령이었다"고 기억하는 이유다.

'칼국수'를 사랑한 YS답게 떠나는 '마지막 길'도 소박했다. 사흘 뒤(26일) 엄수된 영결식은 "장례를 검소하게 치르자"는 유족의 뜻에 따라 차분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노제와 추모제도 지내지 않았다. 영면의 이불이 될 한줌 흙조차 "전국이 고향"이라며 고향 거제의 흙을 가져오지 않고 안장된 국립현충원 흙 그대로를 덮었다.

거산(巨山·YS 호) YS는 영원히 잠들었다. 하지만 생전 고인의 '칼국수 정신'은 영원할 것이다.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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