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고인의 장남 김은철(가운데)씨가 주변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로 돌아서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정가의 '화합'을 선물하고 YS가 떠난 날, 그도 세상 속으로 걸어 나왔다. '비운의 황태자'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남 은철(59) 씨가 공식석상에 처음 얼굴을 드러냈다. 은둔했던 은철 씨는 26일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후 2시께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엄수된 영결식에 중절모와 까만 선글라스를 쓴 사람이 손명순 여사, 차남 현철 씨와 함께 유족 행렬에 섞여 등장했다. 알고 보니 장남 은철 씨였다.
향년 88세로 서거한 김 전 대통령은 손명순(87) 여사와 1951년 결혼해 슬하에 딸 혜영(63)·혜정(61)·혜숙(54)씨, 아들 은철·현철(56)씨 등 2남 3녀를 뒀다.
하지만 차남 현철 씨와 달리 장남 은철 씨의 존재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5일간의 장례 기간 상주로서 빈소를 내내 지킨 사람도 차남 현철 씨였다. 은철 씨는 베일에 싸여 살아온 세월만큼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가족관계는 물론이고 거처, 직업 등도 드러난 것이 전혀 없다.
베일에 가려졌던 은철 씨의 등장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알려진 것이 없는 은철 씨가 아버지의 서거를 계기로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그의 향후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언론에 알려진 바로는 은철 씨는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 22일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이후 빈소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영결식에서 본 은철 씨의 얼굴은 수척해 보였으며 아버지의 영정 앞에 헌화하면서 주변의 부축을 받을 정도로 거동도 조금 불편해 보였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고인의 장남 김은철(왼쪽)씨가 동생 김현철씨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
1982년 김 전 대통령이 가택연금 됐던 당시 은철 씨는 결혼한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아버지인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에게 도움되는 짓은 하지 않겠다'면서 아들인 은철 씨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 23일 YTN라디오 '신율의출발새아침'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 장남 김은철 씨는 지금 국내에 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많이 아프다. 원래 건강이 안 좋은 데다가 지금 몸이 아파서 빈소에도 거의 못 나올 상황에 있다"고 밝혔다.
이상휘 전 비서관은 "김은철 씨는 비운의 황태자다. 1996년도에 허름한 술집에서 술집 외상값을 대신 갚아줬던 적이 있다. 물론 술집 주인은 그가 대통령의 아들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당시에 김은철 씨는 기가 많이 눌린 느낌이었고 본인의 처지에 비관적인 면이 많아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0시 22분 패혈증과 급성신부전으로 서거했으며, 5일간의 국가장을 치르고 26일 오후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영면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