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26일 국회 본청 앞에서 치러진다. 영결식은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조용하고 차분한 가운데 작은 규모로 엄수될 전망이다./국회=임영무 기자 |
[더팩트 | 서민지 기자] 굴곡진 한국 정치사의 산 증인이었던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26일 영결식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첫 국가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조용하고 차분한 가운데 작은 규모로 엄수될 전망이다.
유족 측과 행정자치부는 24일 오후 3시 30분께 만나 그동안의 관례를 바탕으로 발인, 운구, 영결식, 안장식 등 구체적인 장례절차를 조율했다. 김혜영 행정자치부 의정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족 측에서 국민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고 해서 영결식 초청인사 규모를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 때보다 작게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영결식 당일인 26일은 가족과 측근 중심의 발인예배, 영결식, 안장식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영결식은 26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1시간 30분 동안 거행될 계획이다.
24일 오후 국회 본청 앞 잔디마당에는 수천개의 의자가 놓이는 등 26일 엄수될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 준비작업이 한창이다./국회=임영무 기자 |
사회자가 영결식 개식을 선언하면 조악대의 조곡 연주를 시작으로 운구차가 영결식장으로 들어오고 국민의례, 고인에 대한 묵념과 약력 보고, 조사와 추도사 낭독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조사는 관례상 장례위원장이 하게 돼 황교안 국무총리가 낭독한다. 추도사 낭독자는 유족 측과 협의한 뒤 추천을 받은 인사가 낭독하게 되며,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으나 상도동계 핵심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엔 종교의식, 생전영상상영, 상주와 직계 유족·현직 대통령·전직 대통령·장례위원장·3부 요인·외교사절·각계 대표들의 헌화분향, 추모 공연 순으로 진행된다. 국가장 절차에 따라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4대 종교의식'이 모두 거행된다. 다만 고인과 유족의 종교인 개신교 의식을 가장 먼저 배치할 예정이다.
추모공연이 끝나면 고인을 애도하는 조총 21발이 1분간 발사되는 조총의식으로 폐식이 선언된다. 운구는 빈소-광화문-영결식장-사저(상도동)를 거쳐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다.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만큼 영결식 동안에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도로가 통제된다.
2009년 8월 23일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은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1시간 20여분 간 엄숙한 분위기 속에 거행됐다. /더팩트DB |
앞서 서거한 역대 대통령의 영결식도 비슷한 절차로 진행됐지만, 분위기나 규모 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2009년 8월 23일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은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1시간 20여 분 간 엄숙한 분위기 속에 거행됐다. 이희호 여사,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삼부요인과 전직 대통령 등 2만 4000여 명이 초청된 가운데 진행됐다. 김 전 대통령의 국장 장의위원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2371명으로 구성됐으며 한승수 국무총리가 단독으로 장의위원장을 맡았다.
영결식에서는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이 추도사를 했으며, 생전 영상은 취임식, 평양 남북정상회담, 노벨 평화상 수상 당시 김 전 대통령 모습이 담겼다. 추모 공연으로는 평화방송 소년소녀합창단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울려 퍼졌다. 운구 행렬은 김 전 대통령이 살았던 동교동 사저에 들러 유가족이 영정을 모시고 생전 생활했던 공간을 돌아봤다. 이때 김 전 대통령의 '2층 서재'가 처음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2009년 5월 29일 거행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경복궁 앞뜰에서 오전 11시부터 1시간 25분간 엄수됐다./더팩트DB |
같은 해 5월 29일 거행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국민장으로 경복궁 앞뜰에서 오전 11시부터 1시간 25분간 엄수됐다. 장의위원회 위원과 이명박 대통령,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주한 외교단과 조문 사절, 유가족 관련 인사, 각계 인사 등 3000여명이 참석했고, 이외 약 40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
국민장 절차에 따라 권양숙 여사와 노 전 대통령의 직계 유족 헌화가 진행된 뒤 이명박 대통령과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헌화하려는 순간 백원우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라고 외치다 곧바로 경호원에게 제지당하며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생전 영상은 4분간 상영됐고, 국립합창단의 '상록수' 합창과 '아침이슬' 해금연주 등 추모공연이 이어졌다.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 모여든 약 40만 명의 시민./더팩트DB |
2006년 10월 22일 서거한 최규하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가운데 첫 국민장을 치렀다. 영결식은 5일간의 장의 기간을 거쳐 그 해 10월 26일 경복궁 앞뜰에서 전두환·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등 각계 인사 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최 전 대통령의 국민장을 위해 정부는 680명 규모의 장의위원회를 구성하고 모두 3억 37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1990년 7월 18일 서거한 윤보선 전 대통령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조촐하게 치러졌다.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7월 23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안동교회에서 각계인사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고, 유해는 충남 아산군 음봉면 종천리 선영에 안장됐다.
1979년 10월 26일 서거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국장으로 진행됐다. 모두 9일간의 장의 기간을 거쳐 11월 3일 중앙청 광장에서 엄수됐으며 유해는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국가원수 묘역에 안장됐다. 장의 기간 전국에 조기가 게양됐고, 국장 당일은 임시 공휴일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