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장관들의 ‘배신’과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입력: 2015.11.12 05:00 / 수정: 2015.11.12 11:12
현역의원 출신 장관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하고 사의를 표명했고,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유기준 (왼쪽부터) 해양수산부 장관도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직에서 물러났다. /더팩트DB
현역의원 출신 장관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하고 사의를 표명했고,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유기준 (왼쪽부터) 해양수산부 장관도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직에서 물러났다. /더팩트DB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현역의원 출신 장관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사퇴 이유는 빤하다. 하나같이 내년 총선 출마 때문이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박근혜 정부 내각에서 정 장관을 포함해 사의를 표명한 관료는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있다. 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도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 자리를 박차고 나올 전망이다.

본래 정치를 하던 이들이 직을 내려놓고 정치권으로 복귀하는 것까지 나무랄 수는 없다. 장관이라는 직책은 반드시 임기를 다 채워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그러나 이들의 사퇴를 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채워질 것이다. 그러나 또 인선과 청문회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나치게 소모적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되풀이됐던 악순환이다.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행정 공백이 빚어질 것인가. 실질적으로 나랏일을 하는 각 부의 최고 자리를 그렇게 쉽게 내던져도 되는지 모르겠다.

장관에 내정되고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을 보면 치부가 들러난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야당은 자진사퇴를 입버릇처럼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하나같이 직에 올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한 몸 바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그렇게 오른 자리지만 내년 총선을 이유로 직에서 물러나는 이들의 모습에서 국민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10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10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직을 내려놓았거나 앞으로 내려놓을 이들을 보면서 취업준비생들의 ‘스펙 쌓기’가 떠오른다. 총선에 출마하며 자신의 이력에 ‘ㅇㅇㅇ장관’이라는 한 줄을 적기 위함은 아니었나 싶다.

정부부처 장관의 막중한 소임을 고려한다면 응당 그 자리를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런 장관을 쉽게 찾아볼 수 없을까.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10일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사실상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도 후폭풍이 거세다.

박 대통령의 말을 두고 '야당 심판' '대구 물갈이' 등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박 대통령이 정치권의 해석과 같은 뜻을 내포하고 한 발언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일국의 대통령이 이해득실에 민감한 정치권의 해석처럼 그렇게 옹졸하게 발언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박 대통령은 진정으로 '국민'을 걱정한 발언이었지 않았을까.

그렇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만 선거에서 선택받아야 한다.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치부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입각한 이들이 총선을 이유로 직을 내려놓고 쿨하게 떠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국민과 한 약속을 어기고 불과 몇 개월 만에 직을 내려놓은 이들은 과연 '진실한 사람'일까.

cuba20@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