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전 靑수석 '음주운전·거짓말', 일벌백계 필요하다[이철영의 정사신]
입력: 2015.11.03 15:37 / 수정: 2015.11.03 16:29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달 28일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후 거짓말을 하며 음주측정을 거부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조 전 수석의 면허를 취소하고 음주측정거부와 사고미조치 등의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서울신문 제공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달 28일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후 거짓말을 하며 음주측정을 거부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조 전 수석의 면허를 취소하고 음주측정거부와 사고미조치 등의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서울신문 제공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프랑스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로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됐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로마가 번영을 누린 원동력은 바로 이처럼 귀족들의 사회 공헌과 솔선수범의 자세가 밑거름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사회 지도층이 모범적 처신은 제쳐 두고라도 평범한 사회 구성원도 하지 않는 몰염치한 행위를 하고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분노를 사고 있다.

최근에는 조원동(59)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만취한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후 뺑소니를 친 것도 모자라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더구나 조 전 수석의 음주운전은 고위 공직자 출신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음주운전 사고 후 뺑소니와 거짓말 이외에 과거 음주운전 후에도 반성하지 않고 또 다시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조원동 전 경제수석은 지난달 30일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시 맥주 3잔을 마셨다. 11년 전에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는데 신분상의 이유로 겁이 나서 내가 아닌 대리기사가 사고를 냈다고 둘러댄 것이라고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더팩트 DB
조원동 전 경제수석은 지난달 30일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시 맥주 3잔을 마셨다. 11년 전에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는데 신분상의 이유로 겁이 나서 내가 아닌 대리기사가 사고를 냈다고 둘러댄 것"이라고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더팩트 DB

2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조 전 수석이 지난달 30일 오후 7시께 경찰서에 출석해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3시간여 동안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당일 맥주 3잔을 마셨으며 11년 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어 신분상의 이유로 대리기사가 사고를 냈다고 둘러댔다"고 진술했다. 뒤늦게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한 조 전 수석은 당초 음주 측정을 거부하며 "대리기사가 운전했다"고 했지만 새빨간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코미디를 방불케하는 조 전 수석의 사건 경위를 살펴 보자. 그는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25분께 만취 상태로 대리기사를 불러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자택으로 향했다. 조 전 수석은 집 앞 130m 부근에서 대리기사를 돌려보내고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가 택시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왜 주차장까지 안전하게 가지 않고 대리기사 대신 직접 운전대를 잡았는지 의문이지만 사건 이후의 행위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더 아리송하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추돌사고를 낸 직후 현장에서 바로 사고처리를 하지않고 집으로 뺑소니를 쳤다. 사고를 당한 택시 운전사는 '음주운전에 의한 교통사고와 뺑소니'로 경찰에 신고했고, 조 전 수석은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됐다. 하지만 그는 "내 차가 맞지만, 운전을 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대리기사"라고 주장하며 음주 측정에 끝까지 불응하며 난동을 피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은 도저히 조사를 할 수 없어 다음 날 오전 2시 40분쯤 배우자 보호 아래 풀어줬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조 전 수석은 대리기사와 입을 맞춘 정황이 드러났다. 조 전 수석은 "내가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고 대리기사에게 말하게 했고, 대리기사는 경찰에서 이같이 진술하다 들통났다. 음주운전과 뺑소니, 사건은폐 의혹까지 더해진 비리의 종합세트를 방불케 한다. 또 경찰은 뺑소니 사범에 대해 유치장에 넣지 않고 풀어준 것에 대해 조사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현장 폐쇄회로TV와 블랙박스 등의 영상을 확보한 뒤 추가조사를 하기 위함이라고 해명했지만 전형적인 '고위층 봐주기' 수사란 의혹을 잠재우진 못했다.

조 전 수석 음주운전 이력 및 지난달 사건 일지. /그래픽=손해리 기자
조 전 수석 음주운전 이력 및 지난달 사건 일지. /그래픽=손해리 기자

경제수석은 대통령 비서실 소속 차관급의 정무직 공무원으로 우리나라 경제 정책 전반에 관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중책 가운데 중책이다. 경제야말로 인간생활을 기본적으로 영위하기 위한 의식주의 바탕을 이루는 것 아닌가. 경제 정책 하나의 변화가 소시민의 삶에는 생사를 다툴 정도의 파급력이 큰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3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년 넘게 이런 도덕성을 가진 경제 수석 아래서 열심히 회사를 다니며 생활을 했다는 것 자체가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조 전 수석은 경제수석으로 재직하던 2013년 8월 세법개정안 당시 세금을 아프지 않게 뽑는 거위털에 비유하는 발언으로 세상을 뒤흔든 바 있다. 그는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는 세법개정안을 설명하면서 "마치 거위에게서 고통 없이 털을 뽑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한 게 이번 세법개정안의 정신"이라고 부연설명을 했다가 건전한 봉급생활자들까지 분노케 한 '거위 깃털 발언'의 장본인이다. 멀쩡한 사람을 부지불식간에 해칠 수 있는 음주운전을 두 번씩이나 한 데다, 뺑소니에 은폐기도까지 한 것을 보면 '거위 깃털 발언'이 그냥 나온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인기 연예인 노홍철은 지난해 11월 술을 마시다 차를 옮기는 과정에서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돼 1년 가까이 자숙하고 있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인생의 중대 기로에 서 있다. 노홍철이 일반인과 다르게 다소 가혹할 수 있는 처벌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공인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중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연예인은 반대로 잘못했을 경우 그에 따르는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노홍철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적 파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연예인도 이럴진데 공직자의 도덕성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방송인 노홍철은 지난해 11월 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근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출연중이던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한 뒤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방송인 노홍철은 지난해 11월 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근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출연중이던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한 뒤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조 전 수석의 행동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한 번의 실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이기에 누구나 한 번의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고위 공직자 출신이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 지난 2006년 권오규 당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제정책국장이던 조 전 수석을 차관보로 낙점했다. 하지만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 그의 음주운전 경력이 드러나 차관보 승진에서 탈락했다. 결국 다음해(2007년) 3월에서야 재정경제부 차관보로 승진했다.

음주운전 경력 때문에 6개월 늦게 차관보로 승진한 조 전 수석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직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을 거쳐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과 사무차장, 한국조세연구원장을 지냈다. 이어 지난 2013년 2월에는 박근혜 정부 '첫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발탁되며 박근혜 정부 1기 경제팀에 합류했다. 그야말로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음주운전 사건 이전에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차기 경제 최고 책임자로 입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음주운전 조 전 수석 학력 및 경력사항. /그래픽=손해리 기자
'음주운전' 조 전 수석 학력 및 경력사항. /그래픽=손해리 기자

전문성과 도덕성 사이에서 전문성을 택한 대가를 우리는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조 전 수석이 얼마나 전문적이었는지는 몰라도 도덕성은 제로란 게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의 정책을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청와대의 인사와 정책까지 흠집을 내게 만든 사람이다. 일벌백계로 공직자의 기강을 바로 잡고,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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