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지의 폴리뷰] 맞춰봐, 어떤 '색깔 옷' 입어야 잘 살 수 있게?

  • 서민지 기자
  • 입력: 2015.11.03 08:02 / 수정: 2015.11.03 22:10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국회 예산 시정연설에서 앞으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통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문병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국회 예산 시정연설에서 "앞으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통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문병희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너는 무슨 색깔이야?'

요즘따라 많은 사람들이 묻고, 이 문제에 대해 고민케 합니다. 경상북도에서 20년을 나고 자랐고, 조부모·부모의 영향을 받아 본인도 모르게 형성된 옅은 색이 있긴 합니다만 한 번도 필자의 '색'에 대해서 구분 지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좌' '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얼마 전 취업준비생으로 1년여를 보낸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평소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던 친구는 느닷없이 "너는 새누리당 편이야, 새정치민주연합편이야?"라고 따져 묻습니다. "왜"냐고 묻자 친구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청년들 입에서 '헬조선(한국사회가 희망 없는 지옥에 가깝다는 뜻의 인터넷 신조어)'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 역사를 잘못 배웠기 때문이라는데, 취업이 이렇게 힘든 게 그럼 역사 잘못 배워서 그렇다는 거야? 나 이렇게 말하면 '좌파'인건가. 보수 택하면 취업 잘 되나? 화가 치밀어서 전화했어"라고 말합니다.

'난 어느 편이지….'

'보수'를 택하면 취업이 잘 되느냐는 친구의 물음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어안이 벙벙해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듣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 울화통이 치미는 자신을 보며 문득 '난 진보좌파인가'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후 몇 날 며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스스로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데다 굳이 택해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달 28일 이정현 의원(가운데)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질의를 하며 (현행 좌편향 교과서는) 언젠가는 적화통일이 될 것이고, 북한 체제로 통일이 될 것이고, 그들의 세상이 됐을 적에 바로 남한 내에서 우리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미리 그런 교육을 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임영무 기자
지난달 28일 이정현 의원(가운데)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질의를 하며 "(현행 좌편향 교과서는) 언젠가는 적화통일이 될 것이고, 북한 체제로 통일이 될 것이고, 그들의 세상이 됐을 적에 바로 남한 내에서 우리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미리 그런 교육을 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임영무 기자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나 당장 오늘내일 사는 것이 힘든 취준생을 비롯한 국민이 지금 당장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위해 '좌우'를 따져가며 갈라서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 친구의 전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정치권 상황 때문에 빚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회 예산 시정연설에서 "앞으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통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바람과는 다르게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첫걸음부터 국론을 메마른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지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을 대표해 민생을 책임져야 할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는 내팽개친 채 연일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좌우대립 만들기에 앞장서는 중입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현행 좌편향 교과서는) 언젠가는 '적화통일'이 될 것이고, 북한 체제로 통일될 것이고, 그들의 세상이 됐을 적에 바로 남한 내에서 우리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미리 그런 교육을 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맞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친박 실성파", 안철수 의원은 "비판하면 빨갱이로 모는 낡은 정치"라고 연이틀 반박했습니다.

이걸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어떨까요. 국론분열은 정치권이 하면서 정작 정부와 여야는 네 탓만 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헬조선'이라는데 말이죠. 정치권에서의 노동개혁과 청년 일자리 창출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역사전쟁'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니 취업을 앞둔 친구가 왜 정치색을 물어봤는지 이해가 됩니다.

지금 무슨 '색깔'인지, 어떤 '색깔'이 이길지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요.

▶오늘의 리뷰: 요즘 정치권을 '좌시(坐視)'하고 있노라면 최근 인기곡 아이유의 '스물셋'이 떠오릅니다. "맞혀봐, 어느 쪽이게? 사실은 그들도 몰라. 애초에 단 한 줄의 거짓말도 쓴 적이 없거든. 좌인 척, 우인 척~♬"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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