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홍종학 의원 "재벌은 성역, 국민만 쥐어짜"
입력: 2015.10.22 11:38 / 수정: 2015.10.23 08:42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1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노동법이 개악되면 더 버티기 어렵다며 호소하던 부산 아빠를 잊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국회=남윤호 기자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1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노동법이 개악되면 더 버티기 어렵다"며 호소하던 '부산 아빠'를 잊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국회=남윤호 기자

[더팩트 | 국회=오경희·서민지 기자] "우리 아이가 겨우 열 살입니다. 우리 아이가 겨우 열 살입니다…."

홍종학(56)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아직도 절절한 외마디가 귓가에 생생히 맴돈다.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손을 덥석 잡고 "노동법이 개악되면 더 버티기 어렵다"며 호소하던 '부산 아빠'를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사연을 언급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홍 의원은 '부산 아빠'를 떠올릴 때마다 상아탑에서 왜 여의도로 왔는지를 되새긴다. 인천 화수 부두 새우젓 동네와 달동네 한가운데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함께 잘 사는 경제"를 목표로 경제학자의 길을 걸었고, 이를 실현하고자 정계에 발을 들였다. 때문에 '경제통'인 그의 전공이자 의정활동의 키워드는 '재벌 개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야당 재벌개혁특위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며 끊임없이 정경유착의 폐해와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정치가 재벌들과 정경유착이 심각하다고 강조하는 홍 의원.
"한국정치가 재벌들과 정경유착이 심각하다"고 강조하는 홍 의원.

"한국정치가 재벌들과 정경유착이 심각해요. 새정치민주연합하고 새누리당 의원님들은 가는 식당이 다르잖아요?(웃음). 의원일 때 재벌들하고 잘 지내면 의원을 안 하게 되도 재벌들이 뒷자리를 봐주고 그러니 기득권 집단일수록 결속력이 아주 튼튼하죠. 반대로 원래 가진 게 없는 집단일수록 밖으로 튀어나가야 자기 목소리가 커지고, 정치라는 게 참 재밌어요(웃음)."

'재벌 저격수'인 그는 우리 경제가 '붕괴' 위기에 있다고 경고했다. "부산 아빠가 몇 명이나 되는 줄 아세요? 1년에 직장을 떠나는 분이 560만 명입니다. 하루하루를 파리목숨처럼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데도 재벌은 '성역'이고, 국민들만 쥐어짜고, 저는 우리 경제가 '한계'에 달했다고 봅니다"라고 우려했다.

그래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집무실에서 마주한 홍 의원은 다시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책상에 앉아 수북이 쌓인 자료와 서적을 뒤진다. "열심히 하긴 했는데 글쎄요…여야가 협상할 때, '일 대 일'은 아니라도 '7 대 3'은 돼야 하는데 '9 대 1'이니…"라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22일 더팩트가 찾은 서울 여의도 국회 홍 의원 집무실. 경제 관련 자료가 집무실 곳곳에 수북이 쌓여 있다.
22일 '더팩트'가 찾은 서울 여의도 국회 홍 의원 집무실. 경제 관련 자료가 집무실 곳곳에 수북이 쌓여 있다.

-우~와. 의원실 책상이랑 책장에 자료가 엄청나네요.

옆방 가서 할까요? 좀 치울까요?

-아뇨. 그대로 하시죠. 의원님 일 열심히~하시는 걸 보여줘야죠(웃음).

허허.

-어떠세요? 19대 국회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아쉽지 않으세요?

열심히는 했다고 하는데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국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하긴 했는데 굉장히 아쉬운 게 많아요. 좀 단절됐다고 할까요. 제 전공이라고 해야 하나? 재벌 문제만 해도 여당 이야기를 하나 들으면 야당 이야기도 하나 들어주고 이런 것까진 안 바라도 6 대 4나 7 대 3 정도는 돼야 하는데 서민을 위해서 뭐 하자고 하면 재벌은 못 건드리고 담뱃세, 인지세, 부가가치세 등을 인상해서 서민만 쥐어짜기 하잖아요. 제가 국정감사 때 정부 공직자에 소리치고 한 게 '국민들 보기에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심정이었어요.

-홈페이지 소개글을 보면 유년시절 '뜨거운 심장을 가진 경제학도'를 꿈꾸셨는데, 정치에 뜻을 두게 된 이유가 궁금하네요.

정치에 큰 뜻은 없었어요.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재벌 문제를 연구하다 보니까 우리나라 재벌의 힘이 세지면서 재벌에 대한 분석이 안 돼있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고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정경유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도 정치를 할거란 생각은 안했는데 제가 국회로 올 당시 2012년 시대적 화두가 '경제민주화'였고, (정계 입문) 제의가 들어왔어요. 제가 경제민주화 때문에 국회에 왔고, 여당이 경제민주화 공약은 했지만 실제로 달성한 것은 많지 않아요. 제 입장에서 보면 일을 제대로 못한 거죠. 속상합니다.

뜨거운 심장을 꿈꾸는 경제학도의 꿈을 가졌던 홍 의원은 경제민주화 때문에 국회에 왔고, 여당이 경제민주화 공약은 했지만 실제로 달성한 것은 많지 않아 속상하다고 밝히고 있다.
'뜨거운 심장을 꿈꾸는 경제학도'의 꿈을 가졌던 홍 의원은 "경제민주화 때문에 국회에 왔고, 여당이 경제민주화 공약은 했지만 실제로 달성한 것은 많지 않아 속상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의 재벌이 외국 재벌들과 다른 점이 있나요?

사실 한국의 재벌과 같은 폐해가 외국에도 다 있었어요. 외국에서도 재벌의 해악이 크기 때문에 재벌을 해체하고 새로운 형태로 바꿨어요. 미국도 190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재벌의 영향력이 막강했고, 지금 한국과 유사합니다. 1920년부터 공화당이 세 번의 대선에서 연속 승리하는데 그때 공화당에서 펼친 정책이 지금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죠. 1929년 대공황 이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재벌 분해에 힘썼어요. 당시 미국 굴지의 기업들은 전부 JP모건의 통제 아래 있었고, JP모건은 은행·철강·철도·전기 등을 광범위하게 장악했어요. 루스벨트는 은행법으로 상업은행과 일반 기업을 서로 떼어놓고, 배당에 대해 세금을 물렸습니다. 뉴딜 정책과 세계대전이 맞물리면서 국가가 재벌을 통제한 결과, 미국의 재벌 시스템은 해체됐어요.

-미국의 대공황과 유사하다면, 곧 우리 경제도 버금가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얘기인가요.

그렇죠. 또 하나. 1997년 국내 외환위기 때와도 비슷해요. 당시 규제 완화를 하니까 재벌들만 배가 부르고 과잉 투자하고 그래서 외환위기가 왔잖아요? 그 전에 노동법을 개악했어요. 1997년 1월 재벌들의 힘이 강해지면서 재벌들의 눈엣가시 같은 게 노동파업이니까 재벌들이 정권에 노동파업을 막아달라고 한거죠. 2015년 현재도 정부에서 노동 개혁을 하겠다고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외환위기 때보다 최악인 것은 당시엔 가계부채가 심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가계부채에 기업부채까지 전부 심각한 상황이에요. 이번에 위기를 맞으면 더 큰 위기일겁니다.

2008년도에 이명박 정부에서 부자감세를 하면서 세수감소가 거의 100조 원에 달했거든요. 실제로 그것으로 인해서 이명박 정부에서 100조 원 정도, 정확하게는 98조원 정도의 재정적자가 났습니다. 그 법인세 감면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요. 그래서 지금도 박근혜 정부에서 약 5년간 135조 재정적자가 날 거라고 예상이 되고 있는데요. 저희 예상은 실제로는 150조 이상 재정적자가 날 겁니다. 그러니까 재정은 거의 파탄상황이 되고요. 이렇게 세수가 결손이 되다보니까 제가 지금 말씀드린 대로 서민경제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부분에 예산 사용이 안 되니까 경제활성화는 안 되는 거죠. 그러니까 재정은 파탄되고 민생도 파탄시키는 잘못된 정책을 법인세 감면으로 보고 있고요. 이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면 경제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정부의 규제완화가 재벌들의 독과점 폐해를 키웠다는 얘기네요.

국내 대표적 독과점 시장인 면세점과 맥주시장의 경우 모두 업계 1위 업체가 외국 소유이며, 면세점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일본기업이 100% 지분을 소유한 롯데호텔이 운영하고 있어요. 롯데호텔은 100% 일본 기업입니다. 맥주 업계 1위인 OB맥주도 지난해 'AB인베브'라는 벨기에 기업이 지분 100%를 소유한 외국 기업이죠.

수십 년간 이어진 독과점의 폐해는 어떤가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경우 연간 수천억 원의 리베이트를 뿌리며 중소중견 면세점을 고사 직전까지 몰아세우고 있으며, 맥주시장 독과점으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수십년간 2가지 맛의 맥주만 마실 수 있었어요. 그런데도 정부는 외국기업의 특허수수료를 거의 물리지 않았어요. 국가가 특허를 내 주는 면세점을 왜 롯데 신라가 다 하나요? 제가 국회 들어와서 면세점 시장의 독과점 폐해를 없애기 위해 지난 2012년, 2013년 두차례에 걸쳐 관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인해 번번이 통과되지 못했죠(그는 지난 8일 대기업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현행 0.05%에서 5%로 인상하는 관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시 롯데호텔 소공동점이 1조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특허 수수료를 90만 원밖에 안 냈어요. 그래서 제가 특허수수료로 90만 원을 줄테니 특허권을 달라했죠(웃음).

우리 경제가 붕괴 위기에 있다고 경고하는 홍 의원.
"우리 경제가 '붕괴' 위기에 있다"고 경고하는 홍 의원.

-그래서 국감 때 "기재부가 매국 행위를 했다"고 발언하신건가요.

예전에는 기재부 관료들이 돈을 받으면서도 재벌을 압도 했죠. 재벌에 '내가 봐줄께'라고 하면 재벌이 뒷돈을 찔러주는 형식이었는데. 지금은 재벌한테 가서 사정하는 듯한 미리 알아서 기는 방식의 경제운용을 하고 있어요. 그것이 한국경제를 굉장히 어렵게 만들고 있고요. 서민 경제가 저렇게 피폐한데 진짜 중요한 경제정책에 대해선 기획재정부가 아무 관심이 없어요. 1년 연구 용역으로 300억 원을 쓰는데 경제위기와 민생 경제엔 단 한 푼도 안 써요. 자기 아는 사람들에게만 용역을 주고 그런 방식으로 운영을 하고…. 왜냐면 자기들 일이 아니니까. 한국 경제가 구렁텅이로 가고 있는데 '나와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합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께 '맹공'을 퍼부으신던데.

최경환 부총리가 연세대 경제학과 2년 선배예요. (최 부총리께서) 그래도 학연도 있는데 왜 그러냐고 하는데…. 사실 최경환 부총리가 지난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로 부동산 거품을 다시 한 번 일으켰잖아요. 저는 한국경제에 아주 치명적이고 최악의 정책이었다고 봐요.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로 악화된 건데 나중에 최 부총리가 덤터기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것을 다 정략적으로 하니까. 잠깐 그렇게 규제완화를 해서 경제가 좋아지면 최 부총리는 이제 굉장히 좋은 상황에서 그만두고 나와서 대선주자급으로 가는 발판을 삼는다던가 정치적 목적으로 경기부양을 하는 것이지만 자충수예요. LTV와 DTI를 동시 적용한 이들 대출은 집값이 떨어지거나 경기 악화로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 곧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대출'이에요.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안 팔리죠.

-좀 다른 얘기를 해도 될까요? 화제를 돌려 그동안 발의한 법안과 정책을 보면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최근 기획하신 걸로 알려진 '국민예산마켓'은 호평 일색이던데요?

정확히 말하면 제가 한게 아니라 우리당의 전통이죠. 끊임없이 국민에게 권력을 돌려드리겠다는 것 말이에요. 2012년 대선 이후에 저희가 시민참여와 국민참여 플랫폼을 만들고 구상하며 논의했어요. 실제로 실현되기까지 2~3년이 걸린거죠. 내부에서 격렬하게 논쟁을 해왔어요. 어떤 플랫폼으로 하느냐의 문제로요. 아직도 과정 중에 있죠.

홍 의원은 기획재정부는 진짜 중요한 경제정책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국회=남윤호 기자
홍 의원은 "기획재정부는 진짜 중요한 경제정책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국회=남윤호 기자

-디지털소통본부장도 맡고 계신데, 야당과 여당의 소통 점수를 매긴다면.

원래는 우리가 8대 2로 이고 있다고 봤는데 어떤 플랫폼은 (새누리당에) 많이 밀리고 있다는 평가도 있어요. 그래도 저희는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 총선과 대선 때는 '불법 댓글 부대'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봐요(웃음).

-문재인 대표님의 리더십이나 소통을 우려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당내 분열 뒤 구기동 자택에서 만찬도 함께 하셨죠? 옆에서 본 문 대표님은 어떠세요?

(문 대표께서) 소통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 제가 보기에는 뭐랄까. 직구형이랄까. 솔직담백한 것 같아요. 능구렁이처럼 술수에 강한 리더는 아니에요. 그런 부분들 때문에 일각에서는 소통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특히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그게 파격이고, 기존에 사용하던 정치적 언어가 아니니까. 뭐 안철수 전 대표도 마찬가지죠. 여의도식으로 보면 소통이 아니라고 하지만 두 분의 장점이지 않겠어요?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내년 이맘때 여기서 볼 수 있는 건가요?

한 달에 600~700만 원을 버는 가장이 집에 들어가면서 '통닭을 우리 아이에게 사주고 싶은데….'라고 고민합니다. 1만5000원짜리 통닭을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할 정도로 중산층이 완전히 무너졌죠. 또 언제 일자리를 빼앗길지 불안에 떨어야 하며, 수없이 많은 청년들이 길을 잃고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파리목숨처럼 불안하게 사는 수많은 국민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그분들과 함께하는 정치인이 되야죠. 그렇게 되면 모든 게 잘 되지 않겠어요?(웃음).

<사진=남윤호 기자>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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