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국감 '숨은 1cm' ⓛ] 피감기관, 자리 쟁탈전 "먼저 왔거든?"
입력: 2015.09.24 11:35 / 수정: 2015.09.24 18:15
여긴 내 땅, 저긴 네 땅 각 상임위원회 국정감사장 앞 대기석은 국감 기간이면 이른 아침부터 만석이다. 피감기관 직원들은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일찍이 모여들고, 서로 자리를 배정하기도 한다./문병희 기자
'여긴 내 땅, 저긴 네 땅' 각 상임위원회 국정감사장 앞 대기석은 국감 기간이면 이른 아침부터 만석이다. 피감기관 직원들은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일찍이 모여들고, 서로 자리를 배정하기도 한다./문병희 기자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이하 국감)의 전반전이 '부실 국감'이란 성적표를 받은 채 23일로 종료됐다. 국회는 추석 이후 다음 달 1일부터 8일까지 국감 후반전을 치른다. <더팩트>는 국감장의 '숨은 1㎝'를 살짝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대기석, 일찍 오는 사람이 '임자'

국정감사 기간에만 볼 수 있는 국감장 앞 대기석의 풍경이 있다. 이곳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피감기관들의 난데없는 '땅따먹기(?)'가 벌어진다.

한 상임위원회 당 많게는 200명의 피감기관 직원들이 몰려들면서 대기석을 확보하고자 서로 쟁탈전을 벌이는 것이다. 본래 선착순이 원칙이지만, 국감 기간 만큼은 본인들끼리 자리를 배정하는 '규칙'이 존재하기도 할 만큼 '자리 쟁탈전'은 치열하다.

'자리 쟁탈전'의 시작은 약 오전 6시 30분부터다. 이때부터 국회의원 본청 후문 입구엔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른다.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무리들은 게이트 앞에 서서 출입이 허가되기만을 초조히 기다린다.

얼른 가서 자리 맡아야지 피감기관 직원들이 오전 6시 20분부터 국회 본청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 출입 허가가 떨어지자 직원들이 출입을 하고 있다./더팩트DB
'얼른 가서 자리 맡아야지' 피감기관 직원들이 오전 6시 20분부터 국회 본청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 출입 허가가 떨어지자 직원들이 출입을 하고 있다./더팩트DB

방문 신청서 접수대에서 근무하는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많은 날은 하루 1000여 명쯤 드나든다. 해당 상임위 출석 날이면 피감기관 사람들이 대거 일찍부터 대기하고 있다. 워낙 국감장 앞 대기 장소가 협소하고, 특히 복도가 좁다 보니 자리를 맡기 위해 새벽같이 오더라"라고 귀띔했다.

사무처 직원의 말대로 대기석은 7시 30분 이전에 이미 만석이다. 대학교 시험기간의 도서관 풍경을 방불케 한다. 환하게 밝힌 불과 북적이는 사람들, 하루치 먹거리, 프린터, 쌓여 있는 국감 자료 등 꽉 찬 대기석은 주변의 한산한 분위기와 대비된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장 앞 한 모(20대·여) 씨는 "7시 좀 전에 왔는데, 오니까 미리 자리가 다 정해져 있었다"면서 "사무처에서 정해주는 건 아닌 것 같고, 교문위 출석하는 사람들끼리 배정해 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른 아침, 환하게 켜진 불 22일 오전 7시 30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 앞 대기석 풍경은 어두컴컴한 주변과 대비된다. 대기석은 오전 7시 30분 이전에 이미 만석이다./더팩트DB
'이른 아침, 환하게 켜진 불' 22일 오전 7시 30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 앞 대기석 풍경은 어두컴컴한 주변과 대비된다. 대기석은 오전 7시 30분 이전에 이미 만석이다./더팩트DB

비단 피감기관만의 쟁탈전만이 아니다. 때론 정무위원회나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의 상임위가 국회에서 국감을 여는 경우 경제 부처를 출입하는 기자들도 대기석을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피감기관들끼리 '윗분'을 모시는 상석까지 미리 자리를 정해놓기 때문에 늦게오면 기사 쓸 자리도 없다는 게 기자들의 설명이다.

산자위 국감장을 찾은 김 모(30대) 씨는 "어쩐지 자리가 있길래 앉았더니, '윗분'들 앉으라고 맡아 논 자리라고 했다. 너무 화가 나서 '나도 기사를 써야 한다'고 항의를 했다"면서 "잠시 뒤 본인들끼리 상의를 하더니 기자석을 따로 마련해 주더라. 다 같이 쓰는 공용자리인데 국감 기간만 되면 골치가 아프다"라고 밝혔다.

교문위 국회사무처 직원은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피감기관들끼리 자리를 정해서 앉는 것"이라면서 "원래는 오는 순서대로 앉는건데, 우리로서는 도저히 통제가 불가능하다. 불편하니 본인들끼리 알아서 자리를 배정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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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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