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정미경 의원, “북한이 워낙 뒤통수를 잘 쳐서…”
입력: 2015.09.03 11:05 / 수정: 2015.09.04 20:30

정미경(50·수원시을 재선·국회 국방위원회) 의원은 지난달 25일 남북 고위급 합의와 관련 “이번 합의안 말고 더 만들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이만큼 했으면 인정해줘야 한다”고 평가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정미경(50·수원시을 재선·국회 국방위원회) 의원은 지난달 25일 남북 고위급 합의와 관련 “이번 합의안 말고 더 만들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이만큼 했으면 인정해줘야 한다”고 평가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 이상 나올 수 있나? 문제는 북한이 약속을 지키느냐다. 이렇게 하고 또 뒤통수칠까 걱정이다.”

정미경(50·수원시을 재선·국회 국방위원회)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를 환영하면서도 우려했다. 그동안 남북 합의 후 북한의 행동들이 뒤통수를 쳐왔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우려는 남북의 무너진 신뢰 관계 회복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이번 남북 긴장관계 조성과 고위급 접촉의 원인이 됐던 비무장지대 목함 지뢰 도발과 관련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더팩트>는 지난달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 의원을 만났다. 정 의원과 약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에 대한 평가와 향후 남북 관계 등에 관해 들어보았다.

◆국민 불안 해소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

정 의원이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한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정 의원이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한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남북은 지난달 25일 무박 4일 마라톤협상을 통해 6개 항에 대해 합의했다. 남북 긴장도 완화됐다. 이번 합의는 이산가족 상봉 등의 결과까지 도출, 나름의 의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정 의원은 이번 남북 합의와 관련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 내용을 보면 이 이상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한다. 이번 합의안 말고 더 만들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이만큼 했으면 인정해줘야 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 의원은 “이번 합의로 국민 불안이 해소됐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며, 엄청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합의라는 것이 양측 모두 만족할 수는 없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북한의 명백한 사과, 재발방지 약속이 없었다는 점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지뢰도발에 대해 북한이 사과했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고 발표한 것은 합의 결과에 대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북한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한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며 “북한은 매우 불안한 상태다. 그런데 우리 군이 대북방송을 시작했다. 얼마나 불안했으면 대화를 먼저 제안했겠나. 대북방송이 체재를 흔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총과 칼보다 무서운 게 문화다. 북한이 협상에서 대북방송 중단을 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믿어야지 않겠나?…대화는 하되, 안보 위협 시 단호해야

그는 “설마 또 북한이 뒤통수를 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언제나 남북 관계 경색은 북한의 태도에서 비롯했다. 이번만큼은 그런 일이 없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그는 “설마 또 북한이 뒤통수를 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언제나 남북 관계 경색은 북한의 태도에서 비롯했다. 이번만큼은 그런 일이 없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정 의원은 이번 협상에서 또 하나 의미 있는 결과로 이산가족 상봉을 꼽았다. 아직도 많은 이산가족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합의로 다시 물꼬가 트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산가족 대부분이 고령인 점을 고려할 때 시급한 상황이다.

이산가족 상봉.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정 의원은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이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현재 이산가족을 둔 분들 대부분이 고령이다. 시간이 없다”며 고개를 떨구며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자주 만날 수 있도록 남북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북한의 돌변을 우려했다. 이산가족 상봉 소식에 들떠있을 실향민들이 북한의 돌변으로 상실감에 빠지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이런 걱정 때문인지 그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정 의원은 “설마 또 북한이 뒤통수를 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언제나 남북 관계 경색은 북한의 태도에서 비롯했다. 역대 정권 중 어떤 정부도 북한과 대화로 풀고자 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이번만큼은 그런 일이 없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건 후 5월 24일 정부가 내놓은 ‘5·24 조치’의 일부 해제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정 의원은 당장 5·24 조치 해제는 어렵다는 시각을 보였다. 다만 정 의원은 “계속 대결구도로 갈 수는 없다”고 했다. 이후 한참 생각에 잠겼다.

이어 “사실 이번 북한의 포격 도발에 우리 군이 전략적 타격을 했다. 매우 신속한 조치였다고 본다. 만약 북한이 도발할 경우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가만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계속 싸울 수만은 없다. 이번 접촉을 계기로 민간인 접근 등을 좀 더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 북한과 원수도 아니지 않으냐. 정부 간 문제는 정부가 풀되 민간차원의 교류를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예측 가능한 적이 아니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정 의원은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정 의원은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하지만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을 보며 많은 국민은 안보 불안을 느꼈다. 한두 번이 아니다. 북한의 도발은 언제나 갑자기 일어났다. 천안함 폭침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은 안보에 구멍이 난건 아닌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 의원도 북한의 예측 불가능성을 우리 군이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았다. 그렇다 보니 목함지뢰 책임자처벌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범죄인의 범죄를 막을 수 있나? 도둑질하는 사람을 막을 수 있나? 막을 수가 없다”면서 “천안함도 막을 수가 없었다. 천안함 폭침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북한과의 교전으로 사망한 장병들의 모습이 떠올라서다.

정 의원은 마음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그는 “목함지뢰 도발이 있었던 장소는 넘어오면 안 되는 곳이다. 하지만 지난번 국회에서 국방부를 나무랐던 것은 ‘징후’를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에 질타를 한 것”이라며 “나도 아들이 둘이다. 자식 가진 엄마 입장에서 이런 데 군대에 보내고 싶겠나. 국민의 마음이 그렇다. 그래서 질타했다”고 말했다.

또 “왜 막지 못 했느냐고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본다. 북한이라는 기상천외한 적을 어떻게 예측해 막고, 막지 못했다고 책임을 물을 수 있겠나. 이번 북한 포격에 즉각 대응했던 것처럼 가만있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더팩트 ㅣ 국회=이철영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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