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영화 '달콤한 인생'과 안철수 의원 '말속의 뼈'
입력: 2015.09.01 11:22 / 수정: 2015.09.01 11:22

농담? 진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열린 박영선 의원의 북 콘서트에서 “2012년 대선 당시에 (민주통합당에) 입당 의사를 전달했다. 제가 한마디만 더하면 큰일 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발언은 이후 다양한 해석과 함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더팩트DB
'농담? 진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열린 박영선 의원의 북 콘서트에서 “2012년 대선 당시에 (민주통합당에) 입당 의사를 전달했다. 제가 한마디만 더하면 큰일 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발언은 이후 다양한 해석과 함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더팩트DB

선우 : "저한테 왜 그랬어요? 말해 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

강 사장: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선우: "아니, 그런 거 말고 진짜 이유를 말해 봐요."

김지운 감독의 영화 ‘달콤한 인생’ 중 선우(이병헌)가 강 사장(김영철)에게 총구를 겨눈 채 울분을 토하며 따져묻는 장면 속 대사다. 선우는 '진짜 이유'를 알고 싶다며 강 사장과의 모든 인연을 끊고 극단적 결정을 내린다.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열린 박영선 의원의 북 콘서트에 참석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말 한마디가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안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에 (민주통합당에) 입당 의사를 전달했다. 제가 한마디만 더하면 큰일 난다”고 말했다.

북 콘서트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볍게 던진 농담쯤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정치인의 말은 허투로 나오는 법이 없다는 게 여의도의 정설이다. 안 의원의 '입당 의사전달' 발언도 나름의 정치적 의도를 배경에 두고 뱉은 말이라고 봐야 한다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일부에서는 안 의원의 발언을 두고 이른바 ‘뒤끝 정치’라고 지적한다. 대선이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그때 이야기만 하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벌써 3년이나 지난 일을 지금에 와서 꺼내고 있으니 ‘뒤끝 정치’란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안 의원의 말은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선우의 대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입당하려 했는데 왜 못하게 했어요?’라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따지는 듯하다. 그러면서 “한마디만 더하면 큰일 난다”고 문 대표를 은근히 압박하는 것 같은 뉘앙스도 풍겼다.

물론 영화에서 선우와 강 사장의 관계가 어긋난 것은 여자 희수(신민아) 문제였다. 안 의원과 문 대표 사이에 이성 문제는 없다. 영화에서 선우와 강 사장의 관계가 어긋난 결정적 계기는 희수였다. 하지만 선우가 강 사장에게 울부짖으며 따진 건 희수와의 문제가 아닌 예전부터 이어져 온 둘 만의 관계에 관해서라고 볼 수 있다. 같은 곳을 보고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둘의 관계 말이다. 선우는 강 사장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고 그의 지시와 노선을 적극적으로 따랐다. 신뢰 관계였다. 그러나 강 사장은 냉혹하게도 과거는 생각지도 않은 채 선우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선우가 울부짖으며 따진 이유다.

안 의원의 말을 들으며 맨 먼저 든 생각은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구나’였다. 물론 논란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은 농담이었다고 말하면 그만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치인의 말에는 대부분 의도가 숨겨져 있다. 안 의원의 말을 들은 지지자들은 당시를 회상하며 안 의원을 향해 다시 결집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안 의원의 지지자들이라면 지난 2012년 대권을 두고두고 아쉬워하고 있을 것이다. 지지자들은 당시 안 후보가 불출마로 돌아선 데에 문재인 후보가 있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을 것이다. 양보하고 다음을 기약하자고 했을 것으로 본다.

결과는 문 후보의 패배였다. 이후 안 의원과 문 의원은 국회에 진출했다. 안 의원은 공동대표를 지내다 사퇴했고, 그 자리에 문 대표가 있다. 안 의원은 이후 여의도 국회에서 눈에 띄는 대권 주자급 의원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현재 인지도는 대권에 도전했을 당시보다 한참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는 안 의원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안 의원의 발언을 놓고 해석이 분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수선한 당내 상황, 다가올 총선 그리고 대선을 고려할 때 ‘안철수’라는 이름을 다시 알림과 동시에 지지자들이 가지고 있을 연민의 정을 건드려 '안빠'들을 응집하게 하는 노림수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한때 국회 안팎에선 안 의원을 두고 ‘아마추어 정치인’이라고 규정짓기도 했다. 개인적 순수성과 정권교체를 위한 대권 후보 양보 등의 진정성이 현실 정치인과 사뭇 달라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발언을 보면서 ‘아마추어’를 떼어내고 ‘정치인’으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안 의원은 내년 총선을 위해서라도 당내 입지 강화와 문 대표와의 관계 회복을 누구보다 바랄 것이다.

안 의원은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선우가 강 사장을 향해 울부짖으며 따져 물었던 그 말을 문 대표에게 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자신에게 조금은 소원해진 문 대표를 향해서 말이다.

"말해 봐요. 저 진짜 생각 많이 해봤는데, 저 정말 모르겠거든요? 말해 봐요. 우리 어떡하다 이렇게 된 거죠? (중략) 말 좀 해봐요. 무슨 말이든지 좀 해 봐."

(문재인 대표는 안 의원의 발언과 관련, 옛날 상황(이야기)을 다시 현 시점에서 끄집어낼 필요가 있겠느냐며 말머리를 돌려 또 다른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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