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② 국감 전야] "자료 70%, 못 받아" 또 '부실 국감'?
입력: 2015.08.27 12:05 / 수정: 2015.08.28 08:55
준비기간 한 달, 자료 부족 26일 국회에서 만난 보좌진들은 국정감사 기간 동안 가장 힘든 점과 관련해 시간과 자료의 부족을 꼽았다. 국회 본관에 쌓여 있는 상임위 관련 자료./국회=서민지 기자
'준비기간 한 달, 자료 부족' 26일 국회에서 만난 보좌진들은 국정감사 기간 동안 가장 힘든 점과 관련해 '시간과 자료의 부족'을 꼽았다. 국회 본관에 쌓여 있는 상임위 관련 자료./국회=서민지 기자

의정활동의 '꽃'인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요즘 의원보다 더 눈코 뜰 새없이 바쁜 이들이 있다. 바로 금배지를 그림자처럼 수행하는 보좌진들이다. 올해 국감은 추석 연휴 전후인 다음 달 10일부터 23일까지, 10월 1일부터 8일까지 나눠 치른다. 국감을 보름 앞둔 26일, '국감을 맞이하는 보좌진들의 자세'를 살펴봤다.<편집자 주>

국감 기간, 각 국회의원실의 보좌진들은 '시간과 자료'와의 전쟁이다. 보좌진들은 의원의 의정활동 지원, 지역구 관리 등 '하던 업무'도 소화하면서 국감 준비까지 철저히 해야 한다. 오죽하면 "몸을 두 개로 쪼개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일부 의원실은 인턴 등 국감 준비 인원을 충원했다.

정부 기관의 '일년 농사(업무 공과)'를 감사하는 데 보좌진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한 달여'다. 수십에서 수천 개의 피감 기관에 요청할 자료 목록을 검토해 만들고, 자료를 실제 요청하고-받고-검토한 뒤, 국감용 보도 자료로 작성해 언론에 배포하는 등의 모든 과정을 한 달 동안 끝내야 하는 것이다.

이날 만난 야당 소속 의원실의 A 보좌관은 "한 의원실에 국감을 담당하는 보좌진은 의원실 전체 인령 9명(인턴 2명 포함) 중 보통 4명 남짓이다. 적은 인원이 수 천 곳의 일 년치 사업을 한 달 안에 분석해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자료는 70% 이상 못 받고 끝난다"고 밝혔다.

그는 "늘 이런 식이니 일단 업무 파악 자체도 제대로 안 된다. 이건 피감기관도 힘들긴 마찬가지일 거다. 각자 자기 업무하기도 바쁜데 흩어져 있던 각 부서 자료를 갑자기 다 모아야 하니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피감기관 자료 받기, 하늘의 별따기 본관 4층에 상임위원회 관련 회의 자료가 가득 쌓여 있다./국회=서민지 기자
'피감기관 자료 받기, 하늘의 별따기' 본관 4층에 상임위원회 관련 회의 자료가 가득 쌓여 있다./국회=서민지 기자

보좌진들은 주로 지난해 국감 분석을 먼저 시작한다. 피감기관들이 지난해 감사위원으로부터 어떤 지적을 받았는지 살피는 작업이다. 또한 이 기간 시민단체나 지역구로부터 상임위원회와 관련해 각종 제보를 받는다. 필요한 자료들을 피감기관에 요구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보좌진의 주요 몫이다.

법사위 소속 의원실의 B 보좌관은 "법무부, 검찰, 외교부는 유독 자료를 받기 힘들다. 기밀사항이니 뭐니 해서 지난해 요청한 것을 아직도 못 받은 경우도 있다. 기다리다가 끝난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이 같은 볼멘소리는 주로 야당 의원실에서 터져 나왔다. 여당 의원실은 오히려 초연한 반응을 보이며 "기밀사항이나 못 받을 자료를 달라고 하면 당연히 안 주는 것 아닌가. 줄 수 있는 자료를 달라고 해야지"라고 언급한다.

야당 의원실의 C 보좌관은 "여당은 '디펜스(수비)'를 해 줘야 하는 입장이니까 정부고 기업이고 미리 자료를 다 보낸다"면서 "저번에 보니까 같은 자료를 요청했는데 내용과 분량이 다른 것이 오더라. 우리는 피감기관과 서로 견제하려고 하니까 여러모로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상시국감, 필요해 26일 의원회관에서 보좌진들이 서류를 리어카에 올려 끌고 의원실로 이동하고 있다./국회=서민지 기자
'상시국감, 필요해' 26일 의원회관에서 보좌진들이 서류를 리어카에 올려 끌고 의원실로 이동하고 있다./국회=서민지 기자

보좌진들이 밤낮없이 준비해도 '부실 국감' '식물 국감' 논란은 해마다 반복된다. 지난해에도 피할 수 없었다. 당시 피감 기관은 역대 최대 규모인 630곳으로, 증인·참고인으로 불려 나온 기업인만 200여명에 이르렀다. 증인들 중 상당수는 국감장 밖에서 3~4시간을 꼬박 기다리다 의원들의 질의에 고작 '10초'의 답변을 한 뒤 퇴장한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보좌관 경력 10년 차 D 씨는 '부실 국감'의 해결책으로 '상시 국감'을 제안한다. "매번 준비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식물 국감'이란 오명은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피감기관의 사업을 점검하려면 시기상으로 하반기가 적당하긴 하다. 그런데도 매해 국감을 겪고나면 '상시국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2, 4, 6월 임시국회 할 당시 상임위 차원에서 나눠 검토를 한다면 '부실 국감'은 사라질 것"이라면서 "일을 제대로 하려면 바뀌어야 한다. 계속하다 보면 제도도 정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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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오경희·서민지 기자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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