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등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국정원장 임명과 임기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국정원 개혁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국회=임영무 기자 |
“여야가 국가정보원과 국회 정보위원회를 개혁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자.”
지난 7월 13일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이 불거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내국인 사찰 가능성 의혹을 제기했고, 이후 업무를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은 유서를 남기고 돌연 목숨을 끊었다. 의혹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고,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정치권은 연일 국정원 해킹 의혹을 놓고 싸웠고 어느덧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연일 이어지고 있는 국정원 해킹 의혹과 관련해 이철우(60·경북 김천 재선·정보위원회 간사)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원이 민간인 불법도청과 정치개입으로 역사에 오점을 남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을 적으로 간주해 해킹을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소신 주장'을 해 화제를 모았다.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국정원 해킹 의혹. 이 의원은 17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과 국회 정보위원회를 이번 기회에 개혁하자고 야당에 제안했다. <더팩트>는 이날 오후 이 의원을 국회에서 만나, 그가 주장하는 국정원과 정보위 개혁 방향 등을 들어봤다.
◆ 국정원장 임명부터 싹 바꿔보자
이 의원은 “국정원이 신뢰받는 기관이 되도록 (야당도) 국정원 개혁에 함께 나서자. 국회 정보위도 개혁하고 국정원도 개혁하는 대안을 함께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 국회=임영무 기자 |
인터뷰는 늦은 오후에 진행됐다. 이 의원은 서울 도봉구 창동에 다녀온 길이라고 했다. 그는 지역구 경북 김천 특산물인 포도를 직접 홍보하고 왔다며 “많이 팔았지”라며 웃었다.
그는 지역 특산물 홍보에 앞서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과 국회 정보위를 개혁하자고 야당에 제안했다.
이 의원은 “여론 조사를 보니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을 했다’고 생각한다가 50%였다. 이걸 보면서 국정원이 신뢰를 얻기 참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같은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개혁 방향은 국정원장 임명에 관한 제도와 임기제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모델로 하고 있다.
그는 “국정원이 신뢰받는 기관이 되도록 (야당도) 국정원 개혁에 함께 나서자. 국회 정보위도 개혁하고 국정원도 개혁하는 대안을 함께 마련하자.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국정원장을 중립적인 사람으로 하고 임기도 정하자”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정보위원이 누구인지, 회의를 언제, 어떤 내용으로 하는지도 모른다. 대신 정보기관 ‘모사드’는 국회에 모든 걸 다 보고한다. 모사드가 뭘 하는지도 모르고 이들과 관련된 법도 없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국민이 정부와 정보기관 그리고 국회를 믿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는 이 의원. /국회=임영무 기자 |
즉 우리 정보기관이나 정부, 국회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우리도 국정원이 전부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전제는 보완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말하기 무섭게 다 공개된다. 만약 이스라엘과 같은 구조로 바뀐다면 국정원도 국회 정보위도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의원이 말한 이스라엘식 개혁이 국내에서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동안 국정원과 정치권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 탓에 ‘뭘 또 숨기려고 하는 걸까’라고 의심받을 가능성이 상당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속이고 살 수 없는 세상이다. 국정원 직원들도 예전과 다르다. 불법임무를 시키면 신고하게 돼 있다. 이런 불신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개혁은 필요하다. 현 정권에서 당장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음 정권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여야가 지금부터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자는 것이다. 내가 제안한 내용은 여당 입장에서 많이 양보한 것이고, 그동안 야당이 원하던 방향이다”고 강조했다.
◆ 국정원 해킹? 나는 이해가 되는데…
이 의원은 “해킹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장도 다 이야기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국정원이 설명해도 야당에선 로그 파일을 내놓으라 한다. 로그 파일 내놓으면 국정원 문 닫아야 하고, 외국 정보기관과의 협조도 더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임영무 기자 |
사실 국회의원 중 이 의원만큼 국정원을 잘 아는 사람도 드물다. 이 의원은 1985년~2005년까지 20년간 국정원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이 의원은 국정원 해킹 의혹을 둘러싼 논란을 바라보며 답답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 의원은 “해킹 의혹의 쟁점은 ‘누구를 대상으로 했느냐?’인데, 민간인 사찰 의혹과 달리 대북·대테러”라면서 “만약 내국인이 걸려들면 대공 수사로 넘어가게 된다. (국정원이) 내국인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이야기했는데 야당에서 여러 이유를 들며 내국인 해킹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나는 국정원 업무나 말하지 못하는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해킹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장도 다 이야기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국정원이 설명해도 야당에선 로그 파일을 내놓으라 한다. 로그 파일 내놓으면 국정원 문 닫아야 하고, 외국 정보기관과의 협조도 더는 불가능해질 것이다.로그 파일에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사람이 들어있다. 공개하면 목숨을 잃는 사람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국내파트 해체에 대해 이 의원은 "사실상 무장해제"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국회=임영무 기자 |
하지만 야당은 여전히 이번 논란에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또 재발방지를 위해 ‘국정원 국내파트’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파트를 없애야 국정원이 내국인 사찰을 근절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대테러, 대북, 안보, 사이버 문제들이 있는데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국정원에서 안 하면 누가 하느냐”면서 “이석기 전 의원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에게 ‘이석기 사건 수사를 검찰에서 할 수 있느냐’고 물은 바 있다. 자기들 능력으로는 못 한다고 하더라. 이석기 사건은 공작 수사로 검·경은 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파트를 없애자는 것은 사실상 무장해제를 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특히 대북 관련 문제는 검·경에서는 못하니, 국정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정원에는 많은 공작요원이 있고, 국내·외 구분이 없다. 남북대치 상황에서 과거 국정원의 폐해로 불신하는 데 개인적으로는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팩트 ㅣ국회=이철영 기자 cuba2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