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을 생각하는 마음에 전화를 했다."
최근 국회의원 자녀의 '취업 청탁 의혹'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17일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딸의 대기업 취업 특혜 의혹을 인정했다. 같은 날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은 아들의 정부법무공단 취업 청탁 의혹에 휩싸였고, 다음 날인 18일 이를 부인했다.
두 의원 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몇몇 정치인(공직자)은 '취업 청탁 또는 특혜 의혹'으로 곤혹을 치렀다.
◆ 로스쿨 제도, '현대판 음서제' 전락?

윤 의원의 딸과 김 의원의 아들은 모두 로스쿨 출신이다. 때문에 로스쿨 제도가 '현대판 음서제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윤 의원의 딸은 유명 여자대학교의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2013년 9월 모 대기업 경력변호사 채용에 합격했다. 당초 모 대기업은 공정 거래 분야에서 4년 이상 경력이 있는 한 명만 뽑기로 했다. 하지만 예정에 없던 법무팀에서 윤 의원의 딸을 뽑았고, '취업 특혜 의혹'을 키웠다.
의혹이 일자 윤 의원은 "한 모 대표에게 전화를 해 '딸이 지원했는데 실력이 되는 아이면 들여다봐 달라'고 했었다"면서 "다만 딸이 우수한 성적으로 로스쿨을 졸업했는데 요즘 여성들 취직이 잘 안 되기 때문에 딸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전화를 했다. 특혜라고까진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파문이 계속 커지자 윤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제 딸은 회사를 정리하기로 했다. 저의 부적절한 처신을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은 윤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위원회 회부를 요구했고, 결국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당 윤리심판원에 윤 의원에 대한 직권조사를 요청했다.
김 의원의 아들도 로스쿨을 수료해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지방 고등법원 재판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2013년 11월 정부법무공단에 채용됐다. 당초 채용 공고에는 지원 자격이 '5년 이상의 경력 변호사'였는데 두 달 뒤 김 의원의 아들이 지원을 할 당시 '로스쿨이나 사법연수원 출신 법조 경력자'로 바뀌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의원과 공단 이사장인 손범규 전 의원의 친분으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아들의 취업을 청탁하지 않았다"면서 "만약에 제가 조금이라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김 의원은 당 차원에서 진실 규명을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 '문자메시지'로 취업 자리 알선?

'문자메시지로 취업 자리를 알선했다'는 의심을 받은 의원들도 있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새누리당 의원)이다. 두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업 청탁 의혹 문자'를 확인하다 언론사 카메라에 잡혀 구설에 올랐다.
김 최고위원은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문제를 두고 진통을 겪었던 5월 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지인과 "이력서 한 장 보내놨소" "오케이, 받았어요. 고문 월 300만 원 맞나요? 6월부터요" "감사요"라는 내용의 문자를 주고받았다.
이와 관련해 김 최고위원은 당시 "지인이 어려워 도와주는 과정이다. 일자리가 있으면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누구나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도 "본회의장에서 관련 문자가 노출된 것은 부적절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내정 전인 2013년 5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모 비서관으로부터 "의원님, 공OO 회장 아드님 취업 관련 부탁 연락 왔음. 국방과학연구소 의견 주십시오" "조만간 직원채용공고가 추가로 날 수 있어 이 부분은 따로 확인하여 보고드리겠음" "5월 6일 이후추가 공고 뜨고 6~7일 경에 지원 가능여부 확인됩니다" 등 국방과학연구소의 취업 일정과 국회 국방위원들의 명단이 들어 있는 6통의 문자를 받았다.
이 문자메시지가 고스란히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고, 정황상 지역구의 기업체 회장으로부터 '자녀 취업청탁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김 장관의 비서관은 "지원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알아봐드리는 정도일 뿐"이라면서 "민원이 들어오면 보고를 드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더팩트 | 서민지 기자 mj7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