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정호준 의원 “광복 70년, 친일파 사과하고 화합할 때”
입력: 2015.08.06 12:33 / 수정: 2015.08.06 15:56

정호준 의원은 “광복 70주년이 화합의 계기로 작용됐으면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끊임없이 친일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면 청산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 이새롬 기자
정호준 의원은 “광복 70주년이 화합의 계기로 작용됐으면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끊임없이 친일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면 청산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 이새롬 기자

"친일을 했던 그들과 자손들이 과거에 대한 용서를 빌었으면 한다. 광복 70주년이 화합의 계기로 작용되면 좋겠다."

3대 정치인 정호준(44·서울 중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광복 70주년의 의미는 남다르다. 아니 ‘광복’이라는 단어 자체가 정 의원에겐 늘 특별하다. 그의 조부 금연 정일형(1904년~1982년) 선생 때문이다. 정 선생은 독립운동가로 대한민국 건국과 민주화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이렇다 보니 정 의원이 광복과 친일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숙명처럼 당연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오는 1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그리고 3대째 정치 가문의 대를 잇고 있는 정 의원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더팩트>는 5일 정 의원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광복 70주년과 친일 그리고 그의 정치 이야기를 들었다.

◆ 친일 청산은 끝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친일파나 후손들이 과거의 잘못에 관해 용서를 빌고 축적한 부(富)를 환원할 때 민족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이새롬 기자
정 의원은 "친일파나 후손들이 과거의 잘못에 관해 용서를 빌고 축적한 부(富)를 환원할 때 민족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이새롬 기자

정 의원은 여의도 국회의원 중 몇 안 되는 독립운동가 후손이다. 그의 조부는 독립운동으로 옥고를 치렀다. 광복 70주년이 다가올수록 정 의원은 할아버지 생각이 더 떠오른다고 한다.

그는 “조부는 독립운동과 건국 그리고 민주화 운동 등에 평생을 바쳤다. 광복 70주년이 매우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회를 돌아보면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그동안 정치권 등에서 친일파 청산을 위해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왜곡된 근현대사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친일파와 후손들에게도 한마디 했다.

“친일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와 역사 안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분명히 바뀌어야 하고 청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언론사, 정치권 등에는 아직도 친일파와 후손들이 있다”면서 “친일파나 그의 후손들은 역사 앞에 사과해야 한다. 과거의 잘못에 관해 용서를 빌어야 한다. 솔직하게 용서를 빌고 축적한 부(富)를 환원할 때 민족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복 70주년이 화합의 계기로 작용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역사는 흘러가기 때문에 끊임없이 친일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면 청산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친일 청산 작업 정치권이 앞장서자

“최근 정치권에서 이승만 재평가,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수정작업, 백선엽 장군 영웅 만들기, 국정교과서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역사를 뒤집겠다는 것으로 심히 우려된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들을 때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다.”/ 이새롬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이승만 재평가,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수정작업, 백선엽 장군 영웅 만들기, 국정교과서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역사를 뒤집겠다는 것으로 심히 우려된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들을 때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다.”/ 이새롬 기자

광복 이후 지금까지 친일파 청산을 위한 작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47년 ‘민족반역자·부일협력자·전범·간상배에 대한 특별법’, 2004년~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등 두 차례나 친일파 청산에 나선 바 있다.

이후에는 정치권에서도 친일 청산과 관련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정치권의 노력이 부족해 보이는 대목이다.

정 의원은 “정치권이 노력해야 한다. '위키리크스(Wikileaks)'가 공개한 미 외교전문 가운데 2008년 5월 29일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를 만난 이상득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주류 정치인은 이 전 의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과연 이걸 바꿀 수 있을까”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정치권의 문제로 친일 역사에 대한 미화를 꼽았다. 이른바 친일파들이 주장했던 ‘불가피론’을 내세우는 것들에 대한 부분이다.

정 의원은 “최근 정치권에서 이승만 재평가,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수정작업, 백선엽 장군 영웅 만들기, 국정교과서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역사를 뒤집겠다는 것으로 심히 우려된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들을 때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라며 “야권은 이 문제에 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 친일을 비롯한 문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해야 한다. 법과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하므로 통과가 되지 않더라도 광복 70주년을 맞아 친일 청산 문제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제겐 이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친일부역의 대가로 막대한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여러 계층에 있다. 친일파의 죄를 미화하기까지 한다. 어이없는 것은 당시 시대 상황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불가피론이다. 더 황당한 건 친일파 후손이 조상의 땅을 찾겠다는 소송을 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노했다.

항일 독립운동은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으로 촉발된 의병활동을 시초로 간주하고 있지만, 독립유공자에 대한 보훈은 무려 70년이 지난 1965년에야 시작됐다. 유공자 본인은 물론 자녀들까지 사망한 경우가 다수였고, 입증자료를 찾는 길은 막막하기만 해서 유공자로 등록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정 의원은 "실제로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은 7300여 명으로, 전체 보훈대상자의 0.9%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보상금을 받는 분들은 이보다 더 적은 6000여 명이다. 자녀, 손자·손녀 대표에게 한 사람만 보상이 되기 때문"이라며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고 하는데 이제는 4~5대까지 망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대한민국의 기틀을 세운 항일·독립유공자들이 국가로부터 정당한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자 시대의 아이러니"라며 통탄했다.

◆ 지금 정치권 회사로 치면 부장급 이상밖에 없어

청년은 우리의 미래라고 해놓고 정작 정치참여는 보장해주지도 그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지도 않았다. 청년들에게 ‘당신들이 이 나라 미래의 대안이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 정호준 의원실 제공
"청년은 우리의 미래라고 해놓고 정작 정치참여는 보장해주지도 그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지도 않았다. 청년들에게 ‘당신들이 이 나라 미래의 대안이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 정호준 의원실 제공

정 의원의 또 다른 관심사는 ‘청년 정치참여’다. 그가 새정치연합 전국청년위원장 맡은 이유이기도 하다. 정 의원은 많은 청년이 정치권에 들어와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정치 참여는 어떤 세대라고 해야 한다. 정치가 불신의 대상이 된 상황이라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특히 그동안 정치권은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청년들이 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만든 게 정치권과 정당”이라면서 “정치권은 청년들에게 대안 제시도 조직 활성화도 못했고 등 돌렸던 게 사실이다. 청년들이 정치로부터 소외되다 보니 의사 결정 시스템이 노후화될 수밖에 없다. 청년은 우리의 미래라고 해놓고 정작 정치참여는 보장해주지도 그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지도 않았다. 청년들에게 ‘당신들이 이 나라 미래의 대안이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나 청년 정치인이 없으면 이렇게까지 말했을까 싶다. 정 의원은 현재 정치권과 정당 조직과 관련해 “회사로 치면 사원도 대리도 없고 부장 이상만 있다. 군대로 치면 상병 이상이다. 상병이 바닥 청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정 의원은 “과거 정치인이나 386, 486세대 정치인을 보면 모두 30대에 국회에 입성했다는 점이다. 그 이후에는 없다. 2030의 목소리를 같은 세대 정치인이 더 잘 이해하고 대안을 만들 수 있다. 오죽하면 청년비례대표를 만들었겠나. 창피한 일이며 건강한 정당의 모습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그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정보워 해킹 의혹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그는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구’다. 대통령과 국정원이 결단하지 않는 한 진상규명은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해킹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고 이로 인한 정치권의 갈등과 에너지 소모가 심화해 가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단 한마디도 언급한 적이 없다. 박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3대 정치의 공통점은 ‘시대의 숙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저의 정치적 멘토는 할아버지다. 가장 존경한다. 지금보다도 더 어려웠던 시절에도 본인의 뜻을 굽히지 않고 일제와 싸웠고, 독재에 맞섰다. 말로만 하는 정치가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정치적 스승이다. / 이새롬 기자
“저의 정치적 멘토는 할아버지다. 가장 존경한다. 지금보다도 더 어려웠던 시절에도 본인의 뜻을 굽히지 않고 일제와 싸웠고, 독재에 맞섰다. 말로만 하는 정치가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정치적 스승이다." / 이새롬 기자

정 의원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할아버지, 아버지의 피가 어디로 가겠는가. 여의도 정치권에서 정 의원은 유명인이다. 아니 정 의원보다 정대철 새정치연합 고문의 아들, 정일형 선생의 손자 등으로 더 유명하다. 정 의원도 유명 정치인의 2,3세란 혜택을 입고 있는점을 부인하지 않는다.3대가 정치를 이어온 집안은 정 의원 집이 유일하다. 오히려 이를 자랑스러워 한다.

정 의원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늘 노력 중이다. 그렇다고 정 의원이 아버지 정 고문의 노선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배울 것은 배우되 철저하게 각자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 정 의원 부자의 생각이다.

그는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저까지 3대 정치의 공통점이라면 시대의 사명 혹은 시대의 숙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최근 아버지가 신당 창당 관련해 말을 하니까 당연히 따라가는 것 아닌가 하는 눈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신당 창당 문제와 관련해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도 내가 정글에서 알아서 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저의 정치적 멘토는 할아버지다. 가장 존경한다. 지금보다도 더 어려웠던 시절에도 본인의 뜻을 굽히지 않고 일제와 싸웠고, 독재에 맞섰다. 말로만 하는 정치가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정치적 스승이다. 특히 아버지는 살아있는 정치 교과서다. 아버지가 100% 잘한 건 아니다. 시대의 어쩔 수 없었던 환경에 실수도 했다. 그것도 내겐 좋은 교과서다”고 말했다.

정호준의원은 이제 '정일형의 손자', '정대철의 아들'이란 수식어 대신 '정호준의 할아버지 정일형', '정호준의 아버지 정대철'이란 말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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