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희의 P-STORY] 김태호 불출마 선언, '코'는 어떨까요?
입력: 2015.08.05 05:00 / 수정: 2015.08.04 23:01

김태호 불출마 선언 속내는?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임영무 기자
김태호 '불출마 선언' 속내는?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임영무 기자

'대권 염두에 둔 노이즈 마케팅?'

시골의 작은 마을, 목수인 제페토 할아버지는 어느 날 장작을 깎아서 인형을 만듭니다. 외로운 할아버지는 자신과 꼭 닮은 아이를 갖고 싶었습니다. 인형의 이름은 '피노키오'. 그날 밤 제페토 할아버지의 꿈엔 여신이 나타나 '양심을 지켜야 한다'는 조건으로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하지만 '피노키오'는 여신과의 약속을 어기고 거짓말을 수없이 하는데….

1883년 이탈리아의 극작가 카를로(필명 콜로디, Collodi) 로렌치니(Carlo Lorenzini)는 어린이를 위해 '피노키오의 모험'을 씁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거짓말을 하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진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겁니다. 동화 때문에 피노키오는 '거짓말쟁이'의 대명사였죠.

정치인들의 얼굴을 봤을 때 '피노키오의 코'인지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화려한 겉모습 속에 감춘 '진짜 얼굴'을 말이죠. 이틀 전(3일)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불쑥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은 텅비어 가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스타 의식에, 심신 시달려 김 최고위원은 회견에서 스타 의식과 조급증으로 몸과 마음이 시달렸다고 고백했다./임영무 기자
"스타 의식에, 심신 시달려" 김 최고위원은 회견에서 "스타 의식과 조급증으로 몸과 마음이 시달렸다"고 고백했다./임영무 기자

그의 '총선 불출마' 회견은 언뜻 '자기 반성'처럼 들렸습니다. "몸에 배인 스타 의식과 조급증은 지나치게 많은 사람을 만나게 했고 반대로 몸과 마음은 시달렸다" "초심은 사라지고, 도민의 목소리를 들을 귀가 닫히고, 내 말만 하려 하고, 판단력은 흐려지고, 언어가 과격해지고, 말은 국민을 원한다지만 그 생각의 깊이는 현저히 약화됐다" 등 요점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어째설까요. 김 최고위원의 회견은 정치권 안팎에서 크게 공감을 얻지 못했습니다. 반성문인데도 일각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언론에선 '김태호, 총선 불출마 속내는?'을 주제로 한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권주자로 분류되지만 인지도와 지지도에서 여야의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하는 데 실패하고 있는 김 최고위원이 국회의원직을 버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싶은 것이 아니겠느냐"고 평가했습니다. 즉, 대권을 염두에 둔 '노이즈 마케팅'이란 해석이죠.

아무래도 지난 '행적' 때문인 듯합니다. 김 최고위원은 19대 국회 들어 '돌출 행동과 발언'으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국회에서 밥만 축내는 것 같다"며 두 차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뒤 이를 번복했습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국면에선 적극적으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무성 대표와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총선 불출마 회견도 갑작스런 일이었습니다. 또 '정계 은퇴'를 연상케하는 회견문이었지만, 기자들에게 "최고위원직 사퇴도, 정계 은퇴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능력 갖춰 돌아오겠다 미래에 어울리는 실력과 능력을 갖춘 김태호로 다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그는 불출마 회견 이유를 밝혔다./더팩트DB
"능력 갖춰 돌아오겠다" "미래에 어울리는 실력과 능력을 갖춘 김태호로 다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그는 불출마 회견 이유를 밝혔다./더팩트DB

'피노키오' 못지않은 거짓말쟁이가 또 있습니다. 이솝우화 속 '양치기소년'입니다. 심심풀이로 소년은 "늑대가 나타났다"고 여러 번 거짓말을 했고,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결국 모든 양들이 늑대에게 잡아먹히고 맙니다. 피노키오 역시 원작에선 '목이 매달려 죽는' 비극적 결말을 맞았죠.

김 최고위원의 속내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회견문 내용이 진심일지라도, 여러 번 (국민들의) 신뢰를 잃으면 '두 동화 속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치인의 생명 중 하나가 유권자(국민)의 지지(표심)이니까요. 신뢰를 계속 잃어 '낙인'이 찍히면, 회복(정치적 재기)도 어렵습니다.

그는 회견문 끄트머리에서 "미래에 어울리는 실력과 능력을 갖춘 김태호로 다시 설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내년 4월 열릴 예정인 20대 총선은 8개월, 19대 대선은 1년 8개월 남짓 남았습니다. 과연, 앞으로도 '정치인 김태호'의 '코'는 제자리일까요?

[더팩트 | 오경희 기자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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