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광복 70주년 의미를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오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임시공휴일 지정을 결정한다. 독립운동 당시 사용됐던 진관사 태극기가 걸려 있다. /문병희 기자 |
정부가 광복 70주년 의미를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오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근)로 인해 타격을 입은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한 의도도 담겼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포퓰리즘이라 지적하지만, 동의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포풀리즘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정부가 광복절 특사(경제인 및 정치인 사면)를 희석하기 위한 수단으로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려 한다고 본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광복 70주년 의미를 살리기 위한 일환이라는 정부의 본래 의도를 믿어(?)보는 것은 어떤가.
임시 공휴일 지정에 의미를 부여함과 동시에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일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말에서 그 아쉬움을 찾을 수 있겠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70년 동안 이 나라는 친일파, 변절자, 독재자의 조국이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의 말에서 ‘친일파’ 문제는 여전히 해묵은 과제로 남아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았으니 친일을 했던 이들도 이제 세상을 떠났거나 고령이다. 이제 와 친일파 청산이 무슨 소용이냐고 할 수 있겠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직후 ‘코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현장에서 체포돼 이듬해 3월 26일 3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도마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다.
독립을 위해 자식에게 죽으라고 한 어미의 마지막 편지는 결연하면서도 슬프다. 이것이 독립을 위해 희생했던 이들의 모습이다. 이와 달리 일본에 붙어 부와 권력을 얻고 호의호식하며 민족을 핍박했던 이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
프랑스의 경우 1944년 8월 25일 나치로부터 해방된 이후 지금까지도 나치청산 작업을 하고 있다.
친일청산 '대박'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친일파 척결 의지를 밝힌다면 ‘친일청산 대박’이 곳곳에서 터져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
우리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광복 70년을 맞는 동안 두 차례의 친일파 청산 기회(1947년-민족반역자·부일협력자·전범·간상배에 대한 특별법, 2004년~2009년-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있었다.
두 차례 기회 중 가장 아쉬운 때는 누가 뭐래도 광복 직후였던 1947년 반민특위다. 미국 군정의 인준이 없어 사실상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보는 학자들도 상당하다. 이후 노무현 정부 때 친일 인명사전이 만들어진 것이 그나마 친일파 청산의 결과라면 결과다.
친일파에는 설마 했던 인물들도 상당하다. 미당 서정주, 춘원 이광수, 1919년 3·1 만세운동 때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육당 최남선,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유명한 위암 장지연 등이 대표적인 친일파다.
친일파로 분류됐지만, 이들에겐 분명 공과(功過)가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공(功)이 과(過)보다 크다는 이유를 들며 친일파로 분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에 반박하자면 공은 공이고 과는 과다. 우리가 공(公)과 사(私)를 분명히 구분해야 하는 것과 같은 논리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만약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친일파 청산의 기치를 내걸었더라면 누구도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을 두고 뒷말을 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4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친일파 척결 의제를 꺼내는 통 큰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진다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친일청산 대박’이 곳곳에서 터져 나올 것으로 본다.
친일파 인명사전 편찬 등의 시발점이 된 고 임종국(1929년~1989년) 선생이 남긴 말이 광복 70주년을 맞는 지금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임 선생은 ‘제2의 매국, 반민법 폐기’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마치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와 유사하다.
“혼이 없는 사람이 시체이듯이, 혼이 없는 민족은 죽은 민족이다. 역사는 꾸며서도, 과장해서도 안 되며 진실만을 밝혀서 혼의 양식으로 삼아야 한다.”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cuba2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