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 ② 어셈블리 VS 리얼국회] '친청'? '비타 500'?
입력: 2015.07.30 11:10 / 수정: 2015.07.30 11:10

비타 500 패러디 지난 15일 KBS2 수목 드라마 어셈블리 첫 방송에서 모 기업인(조재현 분)은 BH 행정관 출신의 정치컨설턴트 최인경(송윤아 분)에게 여당 공천을 요구하면서 비타 500 박스(위)에 금품을 담아 건네려고 한다. 지난 4월 재보선을 앞두고 같은 방식(아래)으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금품을 건넸다 는 의혹에 휩싸여 사퇴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KBS2 방송 화면 갈무리·온라인커뮤니티
'비타 500 패러디' 지난 15일 KBS2 수목 드라마 '어셈블리' 첫 방송에서 모 기업인(조재현 분)은 'BH' 행정관 출신의 정치컨설턴트 최인경(송윤아 분)에게 여당 공천을 요구하면서 '비타 500 박스(위)'에 금품을 담아 건네려고 한다. 지난 4월 "재보선을 앞두고 같은 방식(아래)으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금품을 건넸다" 는 의혹에 휩싸여 사퇴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KBS2 방송 화면 갈무리·온라인커뮤니티

'어셈블리(Assembly)'. 국회를 무대로 한 드라마가 최근 눈길을 끈다. 조선소 용접공 해고노동자 출신인 국회의원의 성장기를 다룬 휴먼 드라마다. 드라마 사상 최초로 국회의 속살을 공개(내부 촬영)하고, 국회의 생생한 모습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장소, 인물, 상황 등을 실제 정치와 비교해 보면, 쏠쏠한 재미가 있다. 드라마와 현실정치, 싱크로율은 몇 퍼센트일까. <편집자 주>

"공천이 당선보다 어려운 것이 한국 정치입니다."

어셈블리의 관건은 '리얼리티(reality)'다. "사실적인 무게감과 드라마틱한 감동을 함께 잡는다"는 게 제작진의 목표일 만큼 '팩트(fact, 사실)인지 '팩션(Faction, 사실+픽션)'인지를 구분해 보는 것도 흥미 요소다.

첫 회 방송에서 모 기업인(조재현 분)은 'BH(Blue House,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정치컨설턴트 최인경(송윤아 분)을 찾아 여당 공천을 요구한다. 대가로 '큰 거 한 장'을 제안하는 기업인의 왼편 탁자 위에 '비타 500 박스'가 놓여 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재보선을 앞두고 '비타 500 박스'에 3000만 원을 넣어 전달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직을 내려놓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기업인의 '검은 유혹'에 최인경은 공직선거법 제47조의2 1항을 읊으며 "여의도에서 꺼져"라고 한방 날린다. 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공천과 관련해 금품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약속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10년 경력의 보좌진 출신 정현민 작가의 실제 경험이 녹아 든 탄탄한 대사와 묘사가 시선을 잡아 끈다.

국민당=새누리당? 어셈블리에서 여당인 국민당은 청와대의 압력으로 정무수석을 전략공천하는 방식을 놓고 계파 갈등이 벌어진다. 위는 드라마에서 국민당의 공천심사위원회 논의 장면, 아래는 현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의 최고위원회 회의 모습. /KBS2 갈무리·더팩트DB
'국민당=새누리당?' '어셈블리'에서 여당인 '국민당'은 청와대의 압력으로 정무수석을 전략공천하는 방식을 놓고 계파 갈등이 벌어진다. 위는 드라마에서 국민당의 공천심사위원회 논의 장면, 아래는 현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의 최고위원회 회의 모습. /KBS2 갈무리·더팩트DB

정당이 공직선거 후보자를 추천하는 '공천.' 드라마 초반(1~4회) 큰 줄기는 주인공 진상필(정재영 분)의 국회입성기를 다룬다. '재보선을 앞두고 비리 의원(지역구 의원)의 직 상실→재보선 지역구 1곳 증가→여야 후보 공천→재보선 실시→당선' 등 실제 선거 과정을 그린다.

12년 동안 경남 경제시를 수성한 양성길 의원은 재보선을 앞두고 뇌물 수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하며, 재보선 지역은 1곳 더 는다. 물론, 지역구와 인물은 허구다. 여야는 바로 공천 작업에 들어간다.

여당은 텃밭인 경제시에 '전략공천'을 하기로 한다. BH의 주문이었다. 경제시는 '누구라도 깃발만 꽂으면 곧 당선'인 곳이었다. 친청(親청와대)계 좌장 백도현(장현성 분) 국민당 사무총장에게 BH 실세는 전화를 걸어 "대통령께선 경제시에 고양호 정무수석을 공천하길 바란다. 전략공천으로 가십시다"라고 못 박는다.

공심위란? 전략공천이란 공인된 정당에서 선거에 출마할 당원을 여러사람이 합의하에 공식적으로 한 사람을 후보로 추천하는 일을 의미한다. 정당 내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하고 결정한다./KBS2 방송 화면 갈무리
'공심위란?' 전략공천이란 공인된 정당에서 선거에 출마할 당원을 여러사람이 합의하에 공식적으로 한 사람을 후보로 추천하는 일을 의미한다. 정당 내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하고 결정한다./KBS2 방송 화면 갈무리

전략공천이란, 공인된 정당에서 선거에 출마할 당원을 여러 사람이 합의 하에 공식적으로 한 사람을 후보로 추천하는 일을 의미한다. 국민당을 현실 정치와 비교하면, 현 여당은 새누리당이고 사무총장은 실제 선거 과정에서 공천을 주도한다.

문제는 반청(反청와대)계의 반발이었다. 백 사무총장에게도 BH '넘버2'인 정무수석을 전략공천하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자칫 당 분열과 함께 친청계 좌장 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친청 VS 반청' 구도는 실제 정치에서도 여당인 새누리당 내 '친박(親박근혜)' 대 '비박(非박근혜)'으로 존재한다. 여야 할 것 없이 당 내 계파 간 알력 싸움을 벌인다. 친박계 좌장으론 7선의 서청원 최고위원, 비박계 좌장으론 5선인 이재오 의원이 꼽힌다.

친청(친박) VS 반청(비박) 드라마 속 친청(親청와대) VS 반청(反청와대) 구도(위)는 실제 정치에서도 여당인 새누리당 내 친박(親박근혜) 대 비박(非박근혜)으로 존재한다. 친박계 좌장으론 7선의 서청원(아래 왼쪽) 최고위원, 비박계 좌장으론 5선인 이재오(아래 오른쪽) 의원이 꼽힌다. /KBS 더팩트DB
'친청(친박) VS 반청(비박)' 드라마 속 '친청(親청와대)' VS '반청(反청와대)' 구도(위)는 실제 정치에서도 여당인 새누리당 내 '친박(親박근혜)' 대 '비박(非박근혜)'으로 존재한다. 친박계 좌장으론 7선의 서청원(아래 왼쪽) 최고위원, 비박계 좌장으론 5선인 이재오(아래 오른쪽) 의원이 꼽힌다. /KBS 더팩트DB

야권 역시 경제시 탈환에 나선다. 현 새정치민주연합 격인 한국민주당과 정의당 격인 사회당은 야권후보 단일화에 합의하고, 진상필이 몸담은 한국수리조선(조재현 분 회사) 배달수(손병호 역) 노조위원장을 후보로 공천키로 한다. 하지만 배달수는 진상필에게 선거 출마를 부탁한다. 실제 선거에서도 여당에 비해 의석수가 적은 야권은 후보 단일화로 승부수를 띄우며, 정의당의 노선은 '노동'에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표심이 불안한 백도현 사무총장은 반청계 좌장인 박춘섭(박영규 분)을 찾아가 "정무수석을 끌어내리는 대신 직을 잃은 반청계 양 의원의 미래를 담보하는 조건"으로 협상을 시도한다. 그리고 야권 후보인 진상필을 전략공천하기로 마음먹고 한밤 중 호텔로 그를 불러 여당 후보로 출마할 것을 권유한다.

긴 시간 투쟁으로, 무기력감에 빠진 진상필이었다. 야권 후보 출마조차 고민하던 그는 동료들이 권력에 의해 짓밟히는 모습을 보면서 동료들의 반대에도 기득권 세력인 여당 후보 출마를 결심한다. '힘없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그였다.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진성필과 동료들의 해고무효소송을 기각하고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등원 선서 재보선에서 승리한 주인공 진성필(정재영 분, 위 가운데)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등원 선서를 하고 있다.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 선서로서 정치 행보를 시작한다. 지난해 9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에서 7·30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여야 의원 15명이 선서를 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등원 선서' 재보선에서 승리한 주인공 진성필(정재영 분, 위 가운데)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등원 선서를 하고 있다.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 선서'로서 정치 행보를 시작한다. 지난해 9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에서 7·30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여야 의원 15명이 선서를 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보수 여당에서 '혁신'과 '사회적 배려'를 내건 백도현 사무총장의 지원과 진상필의 이력이 맞물리면서 그는 재보선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국회는 결코 만만치 않은 곳이다. '노동자'에서 '정치인'으로 옷을 갈아입은 진상필은 정글 같은 정치판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견디고 투쟁의 깃발을 들었던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아직까지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인 조국 서울대 교수는 28일 "('민생복지정당'을 내세운) 야당의 혁신안이 통과되면, '어셈블리'의 진상필이 현실화 된다"고 언급했다. 최근 '혁신'을 기치로 내건 새정치연합은 6차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당의 정체성과 정책 노선을 '진보'도 '보수'도 아닌 '민생제일주의'로 정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는 드라마 첫 방송 다음 날인 지난 16일 언론 기고문에서 "국회 보좌관 출신 작가의 작품답게 아주 리얼하고 새롭다. 공천을 위해 줄을 대고 전략공천을 수단으로 정치 공학이 난무하는 여의도의 비루한 현실 묘사가 생생하다. 과연 올해 한국 정치는 이 현실을 돌파할 혁신적인 드라마를 탄생시킬 수 있을까?"라고 평가했다.

[더팩트 | 오경희 기자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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