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유승민 24시', 길고 긴 하루 '건배'
입력: 2015.07.09 11:59 / 수정: 2015.07.09 11:59

그동안 수고했어요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가 8일 끝내 사퇴했다. 이날 오전 유 전 원내대표가 서울 개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개포동=이새롬 기자
'그동안 수고했어요'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가 8일 끝내 사퇴했다. 이날 오전 유 전 원내대표가 서울 개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개포동=이새롬 기자

출근길부터 사퇴까지…그리고 '심야 회동'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8일 하루는 길고도 길었다. 그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후 친박(친박근혜)계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은 지 13일 만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취임 5개월 만에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오전 7시 30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자택 앞. 그의 얼굴 표정은 굳었다. 취재진의 질문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곧바로 차에 올라 국회로 향했다. 전날 새벽까지 자신의 집무실에서 '입장문'을 정리했다. 1시간 30분 뒤, 그의 거취를 결정하는 의원총회가 예정돼 있었다.

비슷한 시각, 의총장 앞은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친박과 비박(비박근혜) 간 '혈투'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예측도 분분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의총에 참석하지 않고 의원실에서 칩거했다. 의원들도 하나 둘 의총장으로 향했다. 민감한 사안이기에 이들 역시 말을 아꼈다.

오전 9시 15분께 드디어 의총은 시작됐다. 이날 발언 신청자만 약 30여명. 의총장 밖으로 의원 간 고성이 새어 나왔다. 약 네 시간에 걸친 긴 찬반 토론 끝에 결론을 내렸다. 오후 1시께 의총장 문이 열렸다. 김무성 대표는 "사퇴 권고'로 뜻을 모았고, 유 원내대표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 원내대표에게로 갔다.

유 원내대표는 의총 결과를 받아들였다.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사퇴 회견문'을 들고 정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그것은 법과 원칙, 정의였다. 저의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회견 후에도 굳은 표정은 변함 없었다. 따라붙는 기자들에게 "이만 하면 되지 않았느냐.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을 남긴 채 차를 타고 국회를 벗어났다. 이후 그는 경기도 김포의 한 식당으로 이동해 측근들과 밤 늦도록 술잔을 기울였다. 비로소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지난 2주간 쌓인 회포를 푼 그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말하기 싫은데… 유 전 원내대표가 출근길 자택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개포동=이새롬 기자
'오늘은 말하기 싫은데…' 유 전 원내대표가 출근길 자택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개포동=이새롬 기자

그러게 진작 사퇴했으면 좋았잖아 친박계 좌장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왼쪽)이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유 전 원내대표 거취 관련 의원총회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며 미소를 짓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그러게 진작 사퇴했으면 좋았잖아' 친박계 좌장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왼쪽)이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유 전 원내대표 거취 관련 의원총회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며 미소를 짓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휴…어떻게 말하지… 김무성 대표(가운데)가 이날 오후 의총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휴어떻게 말하지…' 김무성 대표(가운데)가 이날 오후 의총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정 그러시다면, 물러나겠습니다 의총 직후 유 전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정 그러시다면, 물러나겠습니다' 의총 직후 유 전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저는 소신을 꺽지 않을 겁니다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 회견에서 법과 정의, 원칙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하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저는 소신을 꺽지 않을 겁니다'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 회견에서 "법과 정의, 원칙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하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할 만큼 했잖아요~그만 따라오세요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취재진들 사이를 빠져나가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할 만큼 했잖아요~그만 따라오세요'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취재진들 사이를 빠져나가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저 때문에 고생 많았죠? 미안합니다 모든 짐을 내려놓은 유 전 원내대표가 국회를 나와 김포의 한 식당으로 이동해 측근들과 회포를 풀고 있다./김포=배정한 기자
'저 때문에 고생 많았죠? 미안합니다' 모든 짐을 내려놓은 유 전 원내대표가 국회를 나와 김포의 한 식당으로 이동해 측근들과 회포를 풀고 있다./김포=배정한 기자


허허허. 원내대표서 물러났지만 끝이 아니야… 유 전 원내대표가 생맥주를 마신 후 그네에 앉아 동료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미소를 짓고 있다./김포=배정한 기자
'허허허. 원내대표서 물러났지만 끝이 아니야…' 유 전 원내대표가 생맥주를 마신 후 그네에 앉아 동료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미소를 짓고 있다./김포=배정한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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